[기고] 청년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의 방향을 묻다...미등록 정신장애 청년도 지원해야
[기고] 청년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의 방향을 묻다...미등록 정신장애 청년도 지원해야
  • 이근희 송국클럽하우스 정신건강사회복지사
  • 승인 2022.05.29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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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 정책에 청년 정신장애인 정책은 빠져 있어
정신장애등록 청년보다 미등록 청년의 취업 기회 차별받아
정신재활시설에 청년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개발돼야
미등록 청년, 복지 사각지대 놓여...사회연결망 필요

‘모든 청년의 든든한 출발을 지원합니다.’

최근 사회에서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0년 8월 5일 ‘청년기본법’이 시행됐고,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중점 추진해 나갈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년~2025년)’을 심의해 의결했다. 여기에는 청년의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와 문화, 참여 권리 등 삶 전체를 아우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일반 청년들과 시작점이 다른 청년 정신장애인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정신건강 문제는 생애주기 초기에 발생하고 유병 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 의료비 부담, 소득 상실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

청년 정신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온라인 자격증 취득 후 축하하는 모습. (c)이근희 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 제공.
청년 정신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온라인 자격증 취득 후 축하하는 모습. (c)이근희 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 제공.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해 1월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특화마음건강서비스를 도입하고,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청년 조기중재 서비스 제공 지역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같은 해 8월에는 청년 특별대책 중 보건·복지 분야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청년에 전문적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을 위한 마음건강 이용권(바우처)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하는 청년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책 중 와 닿는 것은 없다.

정신장애의 재활에는 예방과 발굴, 조기 중재가 중요하다. 이미 조현병, 기분장애, 우울증 등이 발병해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 정신장애인은 시작이 다른 만큼 남다른 관심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정신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는 지난달 기준 전체 이용회원 65명 중 21명이 청년이다.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하는 회원은 장애등록 정신장애인과 미등록 정신장애인으로 나뉜다. 21명의 청년 회원 중 정신장애로 등록을 한 회원은 12명이다. 나머지 9명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지만, 사회적 편견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이유로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미등록 정신장애인이다.

2020년 국가 정신건강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재활시설 등록자 중 청년층(20~30대)은 전체 6천373명 중 1천900명으로 29%에 해당한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장애인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거나 정신요양시설에 입소시키지 않고 사회적응을 위한 작업·기술 지도와 직업훈련, 사회 적응훈련, 취업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청년 정신장애인 대부분이 ‘취업’을 희망하고 정신재활시설에 등록한다. 장애등록 청년의 경우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취업이 가능하지만, 장애 미등록 청년장애인은 다르다. 청년에게도 좁은 취업의 문을 정신장애를 가지고 통과해야 하니 쉽지 않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격증을 취득해도 적용할 수 있는 취업장이 많지 않아 좌절을 경험한다. 또한 장애등록을 한 회원과 미등록 회원이 누릴 수 있는 복지서비스의 차이도 크다.

장애등록 청년의 경우 의무고용의 기회, 주거 및 교육 등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장애 미등록 청년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자신의 인생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기 확립을 위해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 연결망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청년특별대책,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 그리고 청년정책 기본계획에서는 미등록 장애 청년 정신장애인의 지원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아직 미등록 청년 정신장애인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

청년 정신장애인들이 청년e-book 수다 프로그램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 (c)이근희 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 제공.
청년 정신장애인들이 청년e-book 수다 프로그램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 (c)이근희 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 제공.

현재 부산시를 기준으로 청년 정신건강 사업은 부산시 ‘청년마음이음’ 사업과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청년정신건강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조기 중재에 초점이 맞춰 있다.

지역별 정신재활시설은 344곳 중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신재활시설은 12곳이며 대부분 서울·경기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정신건강 서비스 환경이 변화되고 있다. 청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되고 차별화된 신규 유형의 정신재활시설의 운영이 필요하다.

기존의 정신재활시설에서도 청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 송국클럽하우스에서는 하나금융나눔재단,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의 지원을 받아 청·정 당당하게 사업을 기획했다.

18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청년정책기본계획발표에 기초해 청년 커뮤니티 참여, 온라인 교육 지원, 청년 정책공모전 참여, 기고문 작성을 진행했다. 본 사업으로 2명의 청년 정신장애인들이 자신의 필요한 청년 정책을 신문에 기고하며 청년 정신장애인의 능동적인 사회참여의 기회가 됐다.

청년 정신장애인이 제도권 내에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청년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삶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고: 부산시 정신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 이근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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