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철 “정신장애 운동의 방향성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전국적 확충이죠”
신석철 “정신장애 운동의 방향성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전국적 확충이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6.08 1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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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철 송파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인터뷰
신체장애 자립센터는 중앙조직 강력해...정신 센터도 연합체 필요성 느껴
수도권 소재 정신장애인자립센터 현재 3개소...광역권에 2개소 더 늘려야
위기 개념은 의료적 관점에 머물러..광의의 위기 상태에서 위기쉼터 이용
입원은 국공립정신병원에 한정하고 민간병원은 외래치료만 해야
급성기 때 병원 외 중간다리 역할 해 주는 곳 없어...위기쉼터 필요성 대두
동료지원가 일자리 늘어날 것...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법안에 이를 반영
신체에 국한된 활동지원종합조사표를 정신까지 포괄하도록 만들자는 것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필요한데 복지법을 따로 만들자? 그건 현실성 떨어져
정신장애 등록 여부 상관없이 취업 지원하는 취업지원센터 설립 필요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고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상담을 받았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그는 강력히 거부했다. 대신 일 년간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형제는 누나가 한 명 있었다. 누나는 의대에 들어가 소아과 의사가 됐고 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못하는) 아들인 그를 책망하고 비난했다. 법이자 이데올로기인 아버지의 권력에 대해 아들은 분노를 가졌다. 그런 아버지는 종종 그를 때렸다.

군 제대 후 부모님은 그에게 편의점을 운영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외삼촌과의 불화로 일 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다 써야 하는 성질의 그는 돈이 없으면 집에 보관된 아버지 퇴직금을 조금씩 훔쳐서 썼다. 여자친구에게 쓸 돈도 거기서 나왔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에 왔는데 자신의 방에 캔맥주 두 개와 땅콩이 있는 걸 보게 됐다. 자신은 절대 방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누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는지 물었고 어머니는 모른다고 답했다. 경찰이 왔고 술에 취한 그의 말을 경찰은 듣지 않았다. 그는 의자로 아파트 자기 방 유리창을 모두 깨어 버리고 소파에서 잠들었다.

아침에 그를 깨운 건 어머니가 아니라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는 손이 묶인 채 정신병원으로 죄수처럼 끌려갔다. 20대 중반이었다.

이후 생은 빠르게 흘렀다. 정신병원에서 6개월을 보낸 후 퇴원한 그는 서울 답십리의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했다. 그곳에 살던 친한 형이 인근의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를 다니는 걸 보고 그를 따라 그곳을 다녔다. 처음에는 그저 다녔지만 이후 센터 관장으로부터 관계맺기 프로그램을 이끌어줄 것을 요청받는다. 회복의 길로 나선 첫 번째 인연이었다.

인연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인연의 장소로 호명하고 초대한다. 그가 그랬다. 그는 공동생활가정을 나온 후 독립생활을 하며 서울시 관악구 언덕길에 있던 15평 남짓한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가로 일을 시작했다. 그곳은 월급도 없이 자비로 운영되는 최초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센터였다. 그곳에서 그는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만났고 정신장애의 철학을, 실천 운동의 원리를, 열악한 정신보건 시스템의 문제점을 하나씩 깨우쳐 나가기 시작했다.

이 활동들을 이어나가던 그는 2020년 서울시 지원을 받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소장 직위를 맡은 그는 정신장애 운동의 앞자리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미디어와 정치인들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50여 명의 대규모 정신장애 당사자 활동가들과 함께 집회를 열었다.

조현병을 살인과 범죄로 왜곡한 영화 ‘F20’을 KBS가 공중파 방영을 시도하자 이 방송국 신관 정문에서 연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는 방영을 무기한 보류했다. 그는 이후 정신장애 운동에서 중앙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함께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를 꾸렸다. 2022년 1월 이 조직은 출범한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정신응급 상황의 당사자를 돕는 위기쉼터 역시 개소했다.

운동은 주체가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벌이는 정치 투쟁이다. 주체가 추구하는 거대 담론은 사람을 모이게도 하지만 또 그만큼 그 안에서 상처 입고 떠나는 이들도 만든다. 그 역시 그렇다. 막막한 언덕길에 홀로 서 있는 느낌. 어쩌면 그는 자주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걸어가고 있다. 어디로? 바로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해방을 위해서.

신석철(39) 송파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만난 건 지난달 31일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기자회견 등에 가장 앞장서서 싸우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요.

“앞장서서 싸운다는 생각은 안 하고요. 그냥 재밌고 적성에 잘 맞아요(웃음). 우리는 똑같은 사람인데 왜 부당한 처우를 당해야 되지? 마치 이 세상에서 살면 안 되는 존재같이 여겨지는지 화가 났어요.”

-정신장애 운동을 혼자 다 하고 있다는 비판은 없습니까.

“욕은 많이 먹죠(웃음). 그런데 제가 제 이익을 위해 운동을 하는 건 아니죠. 정신장애 운동에서 저희가 1.5세대인데 리더들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정신장애 운동뿐만 아니라 신체장애 운동에서도 일 세대 리더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걸 보면 리더들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그런데 내 활동에 대해 남들에게 이해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한정연)를 주도적으로 꾸렸습니다. 이를 만들어야 했던 절박한 무엇이 있었나요.

”정신장애 당사자 조직이 너무 열악했고 정부 정책에서 항상 뒷순위였어요. 신체장애 자립생활센터는 중앙조직이 탄탄해요. 그 조직을 중심으로 장애인 정책에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죠.

우린 전문가가 필요없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전문가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우리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전국 조직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고민했죠. 처음에는 한자연(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에 들어갈까,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들어갈까 고민했는데 그들한테 들어가면 우리만의 색깔을 나타내지 못할 거 같았어요. 과감하게 중앙조직을 만들자 그랬죠.“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 기존 단체들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까.

”거기는 당사자 조직이고요. 한정연을 만들 때 원칙은 다 받지 말자였어요.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만 회원단체로 받고 그 중앙조직을 만드는 거였거든요.“

-소장님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현재 서울시 3개소 있는데 향후 2개소를 광역 거점으로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서울시가 의견을 받아줄까요.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서울 25개 자치구에 다 깔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아니라고 봐요. 그 25개 구에 갈 당사자 리더가 없어요. 물량 대신 질(質)로 가야 한다고 봐요. 센터장이 가지는 무게감을 봤을 때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당사자여야만 센터장을 할 수 있어요.

자립생활센터는 운동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단체지 사업을 잘하기 위해 만든 단체는 아니거든요. 그 이념을 잘 이끌어가려면 질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장님은 정신장애 운동의 초창기 세대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소회가 어떤가요.

“정말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조현병을 왜곡해 다룬) 영화 ‘F20’도 상영을 중단시켰잖아요. 예전 정신보건법 시절에는 ‘당사자가 어디서 목소리를 내’라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당사자 목소리를 들어야 해’라는 식으로 변화한 거 같아요.”

-당사자 운동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겠죠.

“항상 아쉽죠. 뭔가 요구를 했을 때 (정부가) 안 들어주고, 내가 선도적으로 뭔가 하자고 했는데 결과물을 못 만들어내는 부분이 그래요.”

-소장님은 정신장애인 위기쉼터의 필요성을 말했었죠. 쉼터의 이용을 위해 ‘자·타해 위험 중심의 응급 상황에서 광의의 위기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의 위기 개념은 의료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라 봐요.”

-의료계에서는 크라이시스(crisis·위기) 상황을 당사자 단체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그 더 큰 병을 만든다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렇게 따지면 그들이 지금까지 치료를 제대로 안 한 거잖아요. 정신과 의사들의 전문성은 무시 안 해요. 그런데 지금 의료적 환경은 약만 주는 거잖아요. 다리가 부러져서 정형외과에 입원해도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는데 정신병원은 그게 아니잖아요. 자유권 없이 감금되는 거죠.

감기 들리면 약 먹고 낫잖아요. 우리는 평생 약을 먹어야 된단 말이에요. 그 약물에 대한 권한도 당사자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당사자인데 전문가 권력이 권한을 쥐고 있고 이게 돈이 되니까 놓지 않으려고 하는 수법이죠.”

-정신응급 상황에서는 무조건 위기쉼터로 가야 된다는 주장인가요.

“급성기 때는 잠시 병원에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응급 상황에서 병원 외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곳이 없잖아요. 저는 정신응급의 당사자가 안정된 곳에서 보름만 약물을 잘 복용하면 굳이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급성기만 넘어가면 누구보다도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어요.”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그럼 극단적으로 가면 정신병원 자체가 필요 없다, 이렇게 해석될 수 있겠네요.

“장기적으로는 그래야죠. 정신병원을 다 없애는 건 좋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그럼 국가가 운영하는 국공립 정신병원만 놔두고 민간병원은 다 없애야죠. 민간병원은 외래치료만 할 수 있게끔 하고요.”

-동료지원가 양성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막상 이들이 일할 공간이 없습니다.

“동료지원가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해요. 지금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동료지원가 양성교육을 하고 있고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도 하고 우리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도 해요. 동료지원가 일자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빠르게 늘어나냐, 더디게 늘어나냐의 문제죠.

지금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법안에 동료지원가 활동 영역을 넣어놨기 때문에 법이 통과하면 일자리는 늘어날 거라고 봐요.”

-현재의 장애인 활동지원종합조사표는 신체장애 위주로 구성돼 있죠. 정신장애인 특수성을 반영한 조사표 개발을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정신장애만을 위한 조사표를 따로 만들자는 건 아니에요. 일본은 활동지원종합조사표가 모든 장애 영역을 포괄해요. 우리는 신체장애 중심이잖아요. 저는 정신장애 24시간 활동보조는 필요없다고 봐요. 하지만 현재의 신체에 국한된 활동지원종합조사표를 정신까지 포괄하도록 만들자는 거예요.”

-예를 들면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일본은 ‘인스턴트 식품을 하루에 몇 번 먹습니까. 요리는 할 수 있습니까’ 이런 조사인증표가 있어요. 정신장애인은 이동이 자유롭잖아요. 혼자 사는 분들의 의식주 해결 중심으로 심리적 특성에 맞게끔 구성돼야 해요.”

-그 특성이 뭔가요.

“요리요. 못하는 분들 많아요. 함께 사는 가족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 주고 몇 시간 같이 있어 주고요. 환청·망상 같은 급성기에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이상하게 보일까 봐 외출을 못해요. 그럼 이동 지원을 같이 해 준다거나. 이렇게 심리지원 중심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요.”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거주 기간이 3~5년입니다. 거주 기간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공동생활가정보다 자립생활주택과 지원주택을 더 늘려야죠. 공동생활가정도 시설이죠. 한 방에 여러 명이 자면서 사생활 보호가 안 돼요. 저도 경험해봤는데 사생활 보호도 안 되고 직원들이 나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지원주택 쪽으로 노선을 틀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소장님이 생각하는 탈원화는 모든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그럼 그 안에서 기능이 없는 사람, 회복이 안 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나왔을 때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을까요.

“정신요양시설에서 30년 살다가 지역사회로 나온 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전자레인지 돌리는 방법도 몰랐어요. 하지만 정서적·기술적 지원을 통해 지금은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잘 다니고 있어요. 죽어도 시설에서 못 나가겠다? 그럼 억지로 끌어내서는 안 되죠. 하지만 선택권은 줘야죠. 기능이 안 좋으니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정부가 기능을 올릴 수 있게 지원해 줘야죠. 그게 활동보조이고 바우처 서비스, 토탈케어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19조는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천명하고 있어요. (비준한) 우리나라는 그걸 안 지키고 있잖아요.”

-발달장애인 가족 일부는 탈원화가 문제의 해결점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책임제가 나왔잖아요. 어느 가족이 자기 자녀를 시설에 넣고 싶겠어요.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은 채로 24시간 가족이 달라붙어 있으면서 한계에 도달하니 어쩔 수 없이 시설로 가는 거죠.“

-다 탈원화 할 수 없다면 남아 있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요양시설은 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만성 정신장애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일부 정신요양시설은 남겨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반대예요. 시설에서 살아본 사람도 아닌데 이들이 남을 판단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나요. 정신장애인들에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많이 줘야 해요.”

-응급입원 이외의 모든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은 다 폐지돼야 합니까.

“장기적으로 강제입원은 다 폐지해야 하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해요. 강제입원은 국공립병원이 담당하고 민간병원은 강제입원을 못 하게 막아야죠.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인권은 있을 거 아니에요. 민간병원은 운영 시스템을 감시하는 체계가 없잖아요. 장기적으로 강제입원은 폐지돼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우선 국공립만 강제입원을 담당하도록 해야 해요.”

-그럼 어떤 경우에 강제입원을 진행할 수 있는 겁니까.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없애야 하고요. 현행법은 행정입원을 지자체장이 결정하고 가족은 못 해요. 저희가 개정하는 법안에는 가족도 행정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넣었어요.”

-행정입원을 왜 부모가 신청하는 거죠.

“보호자에 의한 입원을 없애면 가족들이 반발할 수 있으니까 약간 돌려서 가족이 행정입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대안적 정신복지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의료적 요소가 강하니 그대로 남겨두고 새로운 정신장애지원복지법을 만들자는 의견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발달장애인복지법처럼요? 불가능하다고 봐요. 우리가 원한다고 법이 만들어지지는 않죠. 결국 운동 없이는 법 개정이 안 되는데 이 분야 전문가들이 운동을 할까요? 발달장애인복지법은 가족들이 머리 삭발하고 길거리 나오고 길바닥에 기면서 통과가 됐어요.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됐으니까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야 된다는 건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하지만 복지에 대한 법을 따로 만들자? 그건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봐요.”

-왜 그렇죠?

“정신건강복지지원법은 현실성이 없으니 대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자는 거죠.”

-강제입원의 근거 조건은 정신질환과 자·타해 위험이 and로 돼 있습니다. 이를 or로 다시 바꿔야 한다는 의료계 의견이 나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이나 지자체장에 의한 행정입원 요건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고 자·타해 위험, 이 두 가지가 같이 있을 때 진행할 수 있다. or은 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이다-편집자 주)

“절대 안 돼요.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일치가 났잖아요. 그래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간 거잖아요. 이걸 or로 바꾼다? 그럼 강제입원은 더 늘어나고 예전 법보다 더 후퇴해요.

정부도 강제입원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요. 저도 보건복지부 담당자들과 면담을 했을 때도 그걸 느껴요. 만약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저희에게 했던 말이 다 거짓말이 돼 버려요.”

-장애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신장애인 취업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장애등록을 해야만 일자리 지원이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사회적 시선 때문에 당사자들이 장애등록을 꺼려요. 가족도 약만 잘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죠. 정신장애인들은 고학력을 가진 이들이 많아요. 다양한 능력과 특성을 갖고 있는데 정신질환만으로 이들을 차별하는 거죠.

정신장애인이든 정신질환이든 어쨌든 똑같은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미등록 정신장애인이라고 해도 그렇죠. 장애등록을 해야만 서비스를 준다는 건 차별이기 때문에 미등록까지 포괄하는 취업지원센터가 필요합니다.”

-정신장애인 취업을 제한하는 28개 법률은 어떤 방식으로 삭제돼야 할까요.

“장애가 있어도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죠. 그건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이죠.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28개 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거잖아요. 당장 폐지해야죠. 한번에 다 폐지가 어렵다면 사회복지사 자격증, 운전면허증 등은 풀어야죠.”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이후의 정신장애 운동은 어떻게 가야 합니까.

“방향성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전국적 확충이죠. 아무리 재활시설에서 취업 훈련을 받아도 막상 일할 공간이 없어요. 재활시설에서 당사자 채용하는 게 아닌 이상은요. 저는 당사자 활동가들이 꼭 저처럼 운동 쪽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글 쓰는 거 좋아하는 분, 노래 좋아하는 분, 문화예술 좋아하는 분, 이렇게 욕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게 자립생활센터라고 보거든요.”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소장님은 정신병원에서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저는 없습니다.”

-덩치가 있으니까 폭력을 당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웃음) 그런데 사고를 잘 안 쳤어요. 말 잘 듣고.”

-정신장애 운동에서 입는 마음의 상처가 있을 겁니다. 어떻게 이를 위로합니까.

“지인들에게 전화하거나 술 한잔 먹고 풀거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해요. 정신장애 운동이 이제까지 목소리가 없다가 조금씩 나오고 있단 말이에요. 신체장애 자립생활센터들처럼은 못 하더라도 조금씩 당사자들이 변화해가는 데 만족을 느껴요.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정신장애 운동을 통해서 무엇을 꿈꾸는 건가요.

“정신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사는 거.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 극 중 강혜정이 정신장애인으로 나오는데 아무도 그가 위험해 하면서 배제하고 차별하지 않잖아요. 한 동네의 이웃으로 보는 거죠.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정신장애 운동을 하면서 행복했던 적은 언제일까요.

“행복해요(웃음). 이렇게 만나서 얘기 나누는 게 행복이지 않을까요.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한 게 아니죠. 사람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술 한잔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사는 게 행복 아닐까요.”

-정신장애 운동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빨리 당사자 단체들이 많이 생겨서 리더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럴 때 저는 뒤에서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매일매일 그런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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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러버려 2023-06-02 12:12:18
권리침해 욕설 비하발언은 누가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