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우울증 당사자 실손의료보험 가입 거부는 평등권 위반한 차별”
인권위 “우울증 당사자 실손의료보험 가입 거부는 평등권 위반한 차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8.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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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우울증 치료 종결 후 1년은 지나야 인수 여부 검토할 수 있어”
인권위 “정신과 약물 복용만으로 보험 가입 제한은 사회적 비용 증가”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B 두 보험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우울증 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일률적으로 거부하거나 배제하지 않도록 보험인수기준을 보완하고 진정인에 대해 보험인수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실손의료보험은 상해나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 또는 외래로 치료를 받거나 처방조제를 받은 경우 본인이 부담한 의료비용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받는 보험이다.

진정인은 2020년 10월 두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상담하던 중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보험 가입이 거부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양 보험회사는 “우울증의 경우 연령, 재발성, 입원력, 치료 기간, 치료 종결 이후 경과 기간 등에 따라 인수기준을 달리하고 있으며 우울증 치료 종결 후 1~5년이 지나야 보험 심사를 진행하고 인수 여부를 검토해왔다”고 답했다.

이어 “정신장애의 평균 입원 일수가 타 질환에 비해 매우 높고 우울증 환자의 요양급여 비용 총액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우울증 환자의 주요 질병 발생률 및 사망률이 높다”며 “우울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의 위험도를 당뇨, 고혈압 등 다른 신체질환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 2018년부터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유병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유독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에 대해서만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또 양 보험회사가 제시한 우울증 통계 자료의 경우 ▲각 개인의 증상이나 질환의 경중,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고 ▲2000년대 초반 통계여서 최근의 의학 발전과 치료 환경 변화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요양급여 비용의 증가 추세는 다른 질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양 보험회사의 보험인수 거절의 사유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양 보험회사의 인수 기준에 따르면 진정인처럼 적극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가입이 제한되는 반면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람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진료 과목에서도 수면제,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동종의 위험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국민의 36.8%가 우울증에 거린 비율을 볼 때 적절한 항우울제 복용이 자살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정신과 약물 복용, 치료·상담만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신질환 치료로 인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병력을 이유로 재화·용역의 공급·이용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보험회사에 정신 및 행동장애 관련 인수기준을 보완하고 진정인에 대한 보험인수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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