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 비하한 영화 ‘범죄도시2’ 상영 중단하라” 촉구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 비하한 영화 ‘범죄도시2’ 상영 중단하라” 촉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8.11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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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와 경남 지역 18개 장애·인권단체들 “정신장애 비하” 지적
영화가 정신장애인을 폭력적 존재·잠재적 범죄자로 구성해 편견 강화
영화는 흥행, 제작진은 사과 없어...장차법·정신건강복지법 인권 조항 위반
주상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c)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상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c)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1천만 영화로 눈길을 끌고 있는 <범죄도시2>에 대해 경남 지역 정신장애인 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며 영화 상영의 중단과 제작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11일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한 18개 단체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영화는 정신장애인을 정신병원을 탈출해 칼부림과 인질극을 벌이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범죄자로 묘사해 (정신장애인을) 과격하고 난폭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2>는 영화 초반부에 병원 환자복을 입은 남성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인질들을 가두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나온다. 이어 경찰인 마석도(마동석)가 칼부림하는 남성을 제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 속 화자들은 그 남성을 향해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며 “미친놈”, “또라이”라고 비하 발언을 했다.

주상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경남에서 병원이 대다수인 환경에서 당사자들은 더욱 고립되고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 수 없도록 이 영화는 편견과 범죄자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센터장은 “제작진이 의도가 있든 없든 이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정신장애인이 어떠헥 살아가고 있고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알려고 했다면 이런 연출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작진은 의도가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8개 장애인권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8개 장애인권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제작진은 공식 사과 한 마디 없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상업적 이익만 취하고 있다”며 “설사 제작진의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이미 그들에게 정신질환자는 통제 불능, 범죄자, 미친놈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제3항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관련 장애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를 위반한 것”이라며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3항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또한 위반한 것”이라로 규탄했다.

성명서는 또 “영화 내용은 사회구성원에게 정신장애인을 분리·격리해 다수의 안전을 위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 사회가 사회구성원들의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의 기본권, 인권에서 정신장애인을 배제시킨 결과와 맞닿아 있으며 그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성명서는 경찰청이 발간한 2020 경찰통계연보를 인용해 “전체 범죄 중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6%로 정신장애인들의 범죄율이 사회가 우려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사회적 낙인과 혐오로 고통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 또한 우리 사회의 시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범죄도시2> 제작진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범죄자 낙인과 비하 장면 방영에 공식 사과할 것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 참여 단체는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경남장애인인권연대(김해장애인인권센터, 김해서부장애인인권센터, 밀양장애인인권센터, 양산장애인인권센터,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통영장애인인권센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해서부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밀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통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경남 지역 18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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