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경비직 면접 통과했는데 정신질환 이유로 채용 취소...인권위 “차별”
특수경비직 면접 통과했는데 정신질환 이유로 채용 취소...인권위 “차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1.05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비업법이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위험자’로 전제해
다수 법률이 정신질환자 범위를 ‘중증’으로 국한하는 방향으로 개정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공항과 항만 등 국가 중요시설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특수경비원을 채용할 때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로 채용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5일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특수경비직 채용과 배치 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고 경비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특수경비직 자격을 제한하는 관련 법령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진정인 A씨는 B공장 특수경비직에 응시해 면접 시험을 통과하고 신입교육 안내까지 받았으나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공장 측은 “경비업법과 같은 시행령 규정에 따른 자격심사 과정에서 관할 감독기관인 경찰서로부터 배치 불가 사유를 통보받아 A씨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장 측이 A씨를 자의적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경비업법 등에 따른 자격심사 과정에서 관할 감독기관인 경찰서로부터 배치 불과 사유를 통보받아 채용을 하지 않은 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고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특수경비직 자격을 제한하는 경비업 관련 법령이 헌법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표명을 검토했다.

현행 경비업법은 특수경비원 결격 사유로 ‘심신상실자, 알코올중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 경비업법 시행령에서 정신적 제약이 있는 대상은 ‘정신질환이나 정신 발육지연, 뇌전증 등이 있는 사람’이다. 시행령은 다만 해당 분야 전문가가 특수경비원으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했다.

인권위는 이 법령이 정신질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위험자, 또는 업무 처리 능력이 없는 자로 전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정신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자격 획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지만 ‘특수경비직에 적합하다’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가 진단 시 참고할 만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8년 4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따라 자격·면허 취득을 가로막는 노인복지법 등 27개 법령을 정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후 다수의 법률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중증 정신질환자’에 국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것을 감안할 때 경비업 관련 법령의 결격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경비업법 제10조 2항은 지난해 1월 정신적 제약이 있는 피한정후견인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된 바 있다. 이후 시행령에서 특수경비직 결격사유에 모든 정신질환자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오히려 피한정후견인을 비롯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이 특수경비직 채용 및 배치에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도록 경비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정비하고 실효성 있는 자격획득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