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심리상담이 접속될 수 있을까?...담론으로 논의돼야 할 지점 도달해
조현병에 심리상담이 접속될 수 있을까?...담론으로 논의돼야 할 지점 도달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1.31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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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웅 인류학 교수, 조현병과 약물 관계에 대한 글 기고
조현병은 뇌 이상 아닌 환자의 주관적인 마음의 아픔에서 생긴 것
마음의 병만을 고집할 경우 신경전달물질의 문제 간과할 수 있어
어떤 경우에도 약물은 부정될 수 없어...심리학과의 접속 고리 찾아야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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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증상을 겪는 당사자에게 심리학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조현병을 가진 아들을 둔 아버지는 언젠가 기자에게 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담치료는) 약물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다른 방법으로 치료하려는 것”이라며 “팔이 부러졌거나 암에 걸렸는데 상담으로 치료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조현병은 뇌의 질환이라는 생물학적 특성을 놓칠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 심리학은 아무런 역할도 없이 약물에 의한 치료만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월간조선> 2월호에 서울대 인류학과의 이문웅 명예교수가 조현병과 심리학의 문제를 짚는 기고를 했다[기사 바로가기(클릭)[“조현병은 病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에서 생긴 症狀” by 월간조선]. 그는 ‘조현병은 병(病)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에서 생긴 증상(症狀)’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현재의 조현병 환자들의 사례는 정신과 의사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현병에) ‘병(病)’자가 붙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신분열증을 정신병으로 불렀던 것은 아픔을 동반하는 병(illness)‘이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신체상의 기관에 이상이 생긴 것을 의미하는 질병(疾病·disease)과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조현병은 단순한 마음의 아픔이 아니라 뇌와 신경계에 일어난 이상으로 병원에서 다루어야 할 ’병‘으로서의 새로운 범주로 공인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으로 조현병을 명칭했는데 이는 이 질환을 ’병‘의 범주에 넣지 않고 증상만을 가리키는 용어를 쓰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의 이론을 빌어 조현병이 뇌의 이상으로 생긴 병이 아니라 환자가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마음의 아픔‘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는 정신신경 의학계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에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 교수는 “정신신경과 의사들이 조현병 환자들을 다루면서 향정신적 약물로 ’치료‘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신과 의사들은 마음의 병에 걸렸다는 환자의 마음을 알려하기보다는 얌전히 있게만 하면 그것이 곧 ’치료‘라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음(mind)‘은 상담에서 내담자나 환자 개인의 마음을 의미하며 이는 선천적인 게 아니라 생활 과정에서 직면하는 이슈나 사물에 대한 주관적 믿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정신병 환자들이 드러내는 발작 행동이나 망상, 환청, 환각, 환시 등은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각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개인적인 믿음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게 이런 증상들은 제거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단서‘들이 된다. 그는 황 교수의 이론을 따라 “이를 약물로 통제하고 관리할 것이 아니라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를 통해 마음 해방에 이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의학의 치료방식은 한국사회에서 완벽히 정착됐지만 심리치료의 패러다임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도 않고 의료법에 의한 보호도 받고 있지 않다”며 “그 메시지는 강력하고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정신성 약물 처방으로 인해 마음의 아픔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조현병 환자가 되어가고 있다”며 “정신신경과 치료는 약으로 환자를 통제하고 억제된 상태로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심리치료 패러다임과 관련해 “조현병이 마음의 아픔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항정신병 약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대책 없이 마약 중독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또 조현병 환자들의 사례는 정신과 의사들이 독점하면서 심리학자들은 조현병 사례를 접할 기회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이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항정신적 약물이 처방되고 폐쇄병동에 감금되는 등으로 마치 사태가 평정될 것같이 사회의 전면에서 감추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기자는 이 교수의 논지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하지만 또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지점들이 있다. 언젠가 기자는 ’비약물에 의한 치료‘라는 대안적 치료체계를 고민하다가 약물 없이 증상을 견딘 이들의 회복률이 장기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외국의 관련 글을 읽고 이를 기사화한 적이 있다. 얼마 후 댓글이 달렸다. “당신의 비약물 기사 때문에 조현병 당사자인 형이 그걸 읽고 약을 안 먹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그래서 약물에 대해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말해 약물을 부정하는 어떤 치료법도 당사자를 치유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플 때 약을 먹는 것이 왜 부정돼야 할 행위인가. 문제가 있다면 대중의 불안에 의지해 약물을 과다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기업과 이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어떤 저항적 사회 담론이 형성되지 못한 사회 구성의 문제를 끄집어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기자는 ’약을 먹으라‘고 강조해야겠다. 그렇지만 심리상담이 가지는 보이지 않는 긍정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리고 싶다. 위의 이 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중요한 건 현재의 조현병 질환에 심리학이 어떻게 접속하고 약물과 화해할 것인가이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충분히 많은 정신질환 치료의 시행착오를 견뎌왔기에 이 담론에 대한 논의가 이제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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