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다이얼로그] '오픈 다이얼로그 효과'... "무슨 일 있니? 이야기해봐, 내가 들어줄게”
[오픈 다이얼로그] '오픈 다이얼로그 효과'... "무슨 일 있니? 이야기해봐, 내가 들어줄게”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08.23 22: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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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다이얼로그 접근방식이 정신건강치료 서비스 이용률을 줄인다는 연구
정신과뿐 아니라 일반 의료치료에서도 효과적
덴마크 청소년들의 응급 정신과 이용 및 입원기간 감소
당사자에게 익숙한 환경인 집에서도 치료 가능

영어권 사람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살면서 어떤 트라우마를 겪거나, 인생의 큰일이 일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Do you want to talk about it?"(“내게 이야기 해볼래?”)라고 말한다. 그들은 전문가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고, 더 나아가 '치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카 잉글(Micah Ingle) 박사가 지난 5월 29일 「매드 인 아메리카 Mad in America」에 기고한 글은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와 관련된 한 연구를 소개했다. 미카 잉글 박사는 최근 「국제 간호학연구지 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Studies」에 발표된 덴마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언급하며 '오픈 다이얼로그' 치료방법이 장기적으로는 응급 정신과 입원기간을 줄이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대학 니엘스 부우스(Niels Buus) 교수가 이끄는 해당 연구진은 "현재 사회적인 시스템과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가 비교적 잘 확립되어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회적 지지와 지역사회 개입을 확장시키는 것보다 '심리적 혹은 약물 중심 매커니즘'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하나의 접근방식이다. 다양한 의료전문가와 가족 및 기타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하는 동시에 알기 쉽고 명령적이지 않는 개입을 강조한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표준 정신과 모델의 대안으로 제안됐다. 의료 전문가의 활동을 되도록 제재하고 종종 정신과 의사, 간호사 및 치료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당사자들이 단계적으로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했다. "심리치료사들은 열린 언어를 사용하고 명령적이거나 전문적이지 않은 의학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가능한 약물치료의 시작 및 입원치료와 같은 모든 중요한 결정들이 치료기간 동안 '환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이뤄지도록 했다. 그 일련의 과정의 진정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정신건강 치료와 치료계획은 필요에 따라 '조정'이 될 수도 있다. 또 정신건강을 위해 당사자의 삶에 개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통합 치료과정에 담긴다. 치료모임은 주로 당사자의 집에서 이뤄지지만, 당사자의 학교나 직장 혹은 시청과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진행될 수 있다.

핀란드에서 시작된 '오픈 다이얼로그'는 초기 정신병 치료나 협력치료와 관련해 매우 좋은 결과를 얻어냈고 미국에서는 시범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픈 다이얼로그 접근법의 효능을 뒷받침할 다양한 국제 데이터 샘플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부우스 교수와 연구진들은 14-19살 청소년들을 위한 정신과 치료의 표준모델과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을 비교해 덴마크의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두 모델의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에는 당사자의 정신건강서비스, 일반 의료서비스, 자살시도 확률에 대한 정보, 일반적인 건강, 사회적인 지위에 대한 기준이 포함돼 있었다.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으로 치료를 받은 당사자는 1년 후 외래진료를 받는 경우가 다른 표준 의학모델로 치료받는 환자보다 처음엔 약 24% 높았지만, 이 수치는 추후의 추적 연구결과에서 극적으로 감소했다. 1년 동안 정신과의 응급의료를 이용해야 하는 환자의 수치는 다른 표준 의학모델 환자 그룹보다 79% 적게 나왔다. 10년 동안 살펴본 결과 마침내 52%까지 감소했다.

일반 의료 서비스의 경우에도 오픈 다이얼로그 치료방식의 환자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10% 낮은 비율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10년 후, 장기적으로는 15%까지 낮아졌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오픈 다이얼로그의 개입이 어린 당사자들과 그들의 사회적 연결망에 질병과 관련된 행동이 영향을 주었고, 그들은 정신과 응급의료 서비스를 다르게 이용하는 방식을 터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신과 응급치료와 일반건강치료의 장기적인 이용률 감소는 의료관리 서비스의 ‘과다사용’을 피했음과 동시에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젊은 연령대 당사자들의 '약물 남용'이 최소화됐음을 나타낸다.

오픈 다이얼로그 치료방식에 참여한 그룹의 취업률 역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아울러 당사자들은 이것이 더 나은 사회적 소통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우스 교수와 연구진들은 두 그룹의 자살시도와 입원기간에는 그다지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이 아직도 사회에서 경시되어 이슈화되지 않고 있으며, 당사자의 삶에도 아주 제한되고 소극적으로 개입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우스 교수와 연구진들은 정신의학적 모델의 대안으로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의 효능을 입증하는 해당 연구가 더욱더 풍요로운 데이터를 위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핀란드의 연구는 매우 희망적이었지만 이 모델이 다른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모든 면에서 통계적으로 좋은 수치를 나타내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당사자들의 응급정신 건강서비스 이용률 및 일반건강 치료서비스 이용률의 수치는 어마어마한 감소를 보였다는 점이 간과되어선 안 된다.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의 정신과 치료를 통해 사회적 차원의 돌봄 서비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장려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화에 너무 ‘인색’한 문화로 둘러싸여 있다. 정신건강 치료가 아니어도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지면 그걸 감추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가족들과도 솔직한 대화를 나누길 꺼린다. 정신과 치료로 들어가면 더더욱 환자나 당사자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당사자가 증상을 토로하고 싶을 때, 또는 그저 아픔을 하소연하고 싶을 때, "병원에나 가봐"라거나 "약을 먹지 않아서 그래"라며 당사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사소하고 작은 소통의 시간이더라도, 당사자에게는 한줄기의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음을 우리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 원문기사(매드 인 아메리카) Open Dialogue Approach Reduces Future Need for Mental Health Ser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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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8-25 22:35:03
가톨릭대 이용표교수 송승연박사 연구, 명지대 정신건강의학과 논문 및 강서구정신건강센터강의, 대구재은심리센터 배정규교수 연구물에 오픈다이얼로그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벤치마킹하기에는 북유럽 핀랜드덴마크 같은 지역사회기반시스템이 구축되야한다

정신병원중심의 우리나라 의료카르텔을 넘어서지 않는한 오픈다이얼로그도 인터보이스도 쌤사 수많은 정보들도 종이조각일 뿐이다. 누가 실천할건가? 운디드 힐러 피어 써포트 피어 스페셜리스트들이 서바이벌 증거하고 컨슈머운동하고 권익인권운동에 전문가로 나서야한다. 당사자수기가 교과서가 되야한다
당사자가 오픈하지 못하면 오픈다이얼로그 공허메아리이다. 당사자마인드넓혀져 연구전문가협업하고 자본논리는 내려놓고 인간다움을 세워야한다. 월급에연연하면서 당사자를 보호봉사하기어렵다.당사자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