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시 “기본소득제를 고민해 볼 때가 됐어요. 코로나19가 그 해답을 일정 부분 줬죠.”
정희시 “기본소득제를 고민해 볼 때가 됐어요. 코로나19가 그 해답을 일정 부분 줬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6.08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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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겸 보건복지위원장 인터뷰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재개원은 공공의료 확대의 축
경기도민 아니어도 응급·행정입원 시 치료비 지원 조례 통과시켜
정신건강 서비스 공적 책임성 강화하고 예산 지속적으로 늘려야
경기도정신건강재단 설립 검토…정신건강복지센터 통합 관리
경기도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영 시스템 돼야
수용 중심의 정신병원에서 지역사회 복귀 정책 필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과 경기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협업 구축
탈시설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의 포용적 인식 전환 필요
코로나19 상황이 기본소득제에 대한 일정 해답 제시해
복지와 민생 관련 예산은 지방정부로 과감하게 이전해야
국회가 큰 틀 짜면 지방정부가 보완하는 역할론적 관계 필요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애초에 정치를 할 생각은 없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섬유 수출 분야를 담당하면서 그의 말대로 ‘건강한 소시민’으로 살았다. 섬유를 수출하는 노하우를 배운 후 개인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때까지 정치는 일상생활에 관여가 안 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다. 환율이 수출하는 이에게는 유리했지만 그처럼 수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는 급격한 타격을 입었다. 수요 자체도 사라져버렸다. 그의 말대로 사업은 “쫄딱 망했다”. 그는 그때 개인과 국가, 자본의 본질 등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모든 활동은 정치 영역이 아닌 곳이 없었고 결국 정치가 우리의 삶과 환경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군포에서 군포환경자치시민회 활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정치의 자리에 서 있게 된다. 시민의 대변인으로서의 지역 정치인은 어느 순간 ‘매력’이 됐다. 그는 2016년 4월 경기도의회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재선에 성공한다. 지금은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경기도립정신병원의 폐원과 직면하게 된다. 공공의료영역이 적자를 이유로 폐원하는 상황이었다. 일반 시민과 병원 노조는 극렬하게 반발했다. 공공의료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논리에 함몰돼 사라져야 하는 현실을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2019년 6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발전자문단을 구성하고 도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뛰어다녔다.

이후 경기도가 이 병원을 직영하면서 올해 6월 재개원하게 된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24시간 응급입원 체계를 갖춘 선진적 병원으로 거듭났다. 그는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의 경우 경기도민이 아니어도 입원이 가능하고 그 비용을 도가 지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2017년에는 경기도 내 기초생활수급자 800명을 대상으로 탈수급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애초 20%만 탈수급해도 성공적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27%가 탈수급을 했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이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어느 정도의 탈수급이 이뤄졌을까.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탈수급이 아니더라도 수급이 주는 낙인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기본소득제’를 제기했다. 국민 모두에게 일정 정도의 생계비를 지불하는 이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이다. 특히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한 청년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등을 타 지자체보다 한 발 앞서 진행해 온 경험도 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그의 정치철학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정희시(58)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군포2)을 만난 건 이런 이유들에서였다. 그를 만난 건 지난 5일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였다. 약속된 인터뷰 시간 5분 전에 그가 위원장실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왔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개원을 했습니다. 개원 과정에 많이 관여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이 병원이) 1982년 개원 후 의료법인 용인병원유지재단에서 36년간 운영해 왔는데 만성 적자를 이유로 재수탁을 포기했어요. 2019년 초 폐원 위기에 처했는데 그해 6월에 저희가 ‘경기도립병원 발전 자문회’를 꾸렸어요. 폐원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였죠.

그리고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TF(태스크포스)를 꾸렸는데 저를 포함해 3명의 의원이 들어갔습니다. 2박3일 워크숍을 했어요. 밤을 새우면서 도립정신병원 40년 역사에 대해 모든 서류들을 보고 검토했어요. 경기도립정신병원을 직영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죠. 지금 경기도의료원이 수원병원에 위탁을 줘서 직영으로 운영하게 됐습니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 정신과 의사 인력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려고 하니까 지역신문과 도의회 일부에서 ‘혈세 낭비’라면서 반대를 하더군요.

“의료인 3명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5명도 줄이고 줄여서 한 최소한의 인력이에요. 경기도는 야간 진료와 응급입원이 가능한 정신의료기관과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그래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과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협진 체계를 구축했어요.

이에 따라 의료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 이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건강복지와 관련돼 일이에요. 혈세 낭비라는 말은 공공의료 확대를 바라는 도민의 이해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3월 23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감염병동에서 24시간 정신응급환자를 위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입니다. 이 역할을 직시한다면 공공정신건강을 위한 의료인 충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가 갈 겁니다.”

-경기도 정신질환자 지원 및 자립촉진 조례안이 지난 4월 22일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응급입원과 행정입원비를 도가 지불하는 게 골자죠. 대표발의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을 보면 자·타해 위험이 의심될 때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원비와 후송비의 부담 주체가 분명하지 않아 지자체 간 갈등이 생기고 있어요.

골자는 발병하는 시점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경기도민이 아니어도 경기도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비용을 다 지불하는 걸로 바꿨어요. 포괄적 복지 혜택을 주겠다는 거죠. 왜냐하면 (응급입원을) 기다리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시도별 1인당 정신건강 예산이 광주는 6900원 정도, 경기도는 2900원 정도입니다. 너무 큰 차이가 아닐까요.

“현재 광주광역시 인구는 145만 명이고 경기도는 1천370만 명입니다. 거의 10배 수준이에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가 1인당 투입 예산을 다른 지자체와 단순 비교 시 모든 사업에서 충분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작년에 경기도에서 큰 조직 변화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보건건강국이었는데 지금은 복지국과 건강국으로 나뉘어졌죠. 복지와 건강을 나눔으로써 건강국을 통해 정신건강을 포함한 건강 문제를 담겠다라는 의지가 담겨져 있어요.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경기도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관련 예산의 지속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경기도민이 관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필요한 심리상담과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과정에서 살처분에 관여한 종사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이죠. 코로나19도 마찬가지고요. 경기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올해부터 경기도의료원에서 수탁운영을 하고 있어요.

민간에 위탁하지 않고 지방정부가 직접 관여함으로써 질을 높이고 종사자들의 처우도 개선하는 거거든요. 따라서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시·군이 직영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걸 총괄하는 재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싶어서 연구를 좀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정신건강재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죠. 민간 위탁 위주에서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하는 거죠.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데 공공에서 센터를 흡수해서 그들의 직업을 안정화시켜주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공공성 강화 방안 연구’를 용역 진행 중입니다. 연구는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지원 체계와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정신보건 각 주체들의 연계 방안 모색,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달체계 구축 등을 목적으로 해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경기도정신건강재단 설립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 조직은 도 산하기관의 성격을 갖겠죠. 주요 활동은 정신건강복지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정신건강복지센터 통합 관리, 경기도정신건강복지자원 연계 및 관리, 협력 네트워크 구축, 정신건강 전문 인력 강화 교육 등을 추진하게 됩니다.”

-용역이 끝나면 바로 재단이 구성되는 겁니까.

“지자체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독립성이 없어요. 중앙정부와 협의를 해야 돼요. 도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와 보건복지부에 건의를 해서 재단을 만들려고 해요.”

-독립을 못 하는 건 예산 때문입니까.

“자체적으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조직권이 없어요. 지방자치법에 그렇게 돼 있어요.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돼요.”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예산이 없으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옳은 지적이에요. 정책과 예산이 수레의 양 바퀴처럼 가야 하는데 예산이 없으면 정책 추진이 불가능해요. 도의회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집행부와 소통을 해서 관련 예산 지원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이 열악합니다. 정신건강전문요원 한 사람의 사례관리자가 50~100명이면 정신장애인들의 치유가 가능할까요. 전문요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정신질환자 본인의 건강 회복과 공동체 안전을 위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정신질환자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응급 대응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의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리 인력인 전문요원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정신병원에 위탁 운영 중인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대부분의 민간위탁 사업이 관련 분야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정신병원 운영 기관이나 단체에서 위탁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정신건강복지 분야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책 대안 마련과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기도 복지 실링(ceiling·천장)을 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걸 깨지 않는 한 청년 복지나 도 의료원 신·개축 문제를 할 수 없다고요. 무슨 의미입니까.

“현재 도 집행부는 각 분야별로 일정 한도를 정해 예산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복잡다양한 보건·복지 현안 해결과 취약 계층 보호, 보편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이 틀을 깨야 해요. (도 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그간 청년수당, 재난기본소득, 극저 신용자 신용대출 등 취약계층 보호와 보편 복지를 선도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청년 취업 지원과 공공의료 시설이 부족한 경기도 북부지역 의료원 신축 등 사업들이 많아요. 저출산, 고령사회 심화와 경기 침체로 보건복지부 수요가 증가하고 있잖아요. 당연히 복지 예산 증대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선제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복지 예산의 유연성 도입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정신응급 상황에서의 긴급 구호를 민간 사설업체들이 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 정신응급구호 전달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사설업체로 인한 부당한 입원들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이건 인권 보호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도는 상시 정신건강 위기 대응 체계를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을 24시간 진료와 입원이 가능한 공공 응급정신병원으로 개편했습니다.

특히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과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간 협업 시스템을 통해 응급·행정입원과 퇴원 후의 연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설업체로 인한 부당한 입원을 예방하도록 공공 정신건강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을 현장 방문해 본 적이 있습니까.

“그동안에 정신병원은 수용 위주였어요. 수용은 환자의 인권 보호와 지역사회 복귀에는 난망한 정책이거든요. 최근에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재개원을 앞두고 방문한 적이 있어요. 이 병원의 최종 목표는 (수용자들의) 지역으로의 환원입니다. 복귀죠. 수용과 치료 과정에서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청도대남병원, 대구 제2미주병원 등 정신병원 입원환자들이 감염에 취약해 집단 사망했습니다. 이 같은 수용소적 치료 방법은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닐까요.

“재작년에 (도 의원들과) 포르투갈의 정신병원을 견학했어요. 거기서는 환자들이 아름다운 캠퍼스 같은 환경에서 미술치료와 음악치료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거에 비해 우리 정신병원은 창살 속에 억압적인 모습으로 돼 있잖아요. 대비적이죠. 그때 확신을 갖고 새로운 도립정신병원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어요.

이번 코로나19로 청도대남병원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알려지면서 수용 치료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잖아요. 반인권적인 시설 수용 치료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포용과 인권에 기반한 비강압적 치료로 전환해야 합니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선도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탈시설화가 세계적 추세입니다. 경기도는 탈시설화와 관련된 어떤 움직임들이 있습니까.

“경기도는 탈시설화 정책 핵심으로 ‘경기도 위기-회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 ‘경기도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를 만들었어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과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간의 협업 시스템을 통해 응급·행정입원과 퇴원 이후의 연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지나 건강이 어떤 트렌드(경향)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두 가지가 적절하게 혼합돼야죠.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치료를 한 후의 탈시설이라 해야 되겠죠. 탈시설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돼 있어야죠. 준비 없이 탈시설했을 때 안전의 문제, 개인의 자립의 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더 크게 야기시킬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탈시설을 지향하고 다른 쪽으로는 탈시설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죠.

진주 안인득 방화 사건(지난해 경남 진주 임대아파트에서 거주민 안인득이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사건-편집주)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발생했잖아요. 정부도 가족도 방기해 놓으니까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죠.

저는 아주 정교한 복지 네트워크가 돼야 진정한 사회복귀가 된다고 봐요.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가족에게 다 맡겨버리면 가족으로서는 그런 삶이 굉장히 아니거든요. 그건 복지가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이에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탈시설화는 말이 좋지만 탈시설을 위한 전제 조건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예산도 그만큼 투자돼야 한다고 봐요. 또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추진에 더해 사회 구성원 모두의 포용적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인권 존중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와 직장 등에서 분야별 교육도 병행해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는 자식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까 하는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

“장애유형이 15개가 있는데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 빈곤층에서 가장 수치가 높은 부분이 정신장애 쪽입니다. 정신질환자가 있으면 온 가족이 불행에 빠지게 돼요. 이는 정신장애인 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치부해 왔기 때문이죠. 가족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정신기관들이 더 생겨야 해요.

현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표방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자립 지원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체계적 정책 추진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경기도의회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도록 장애 유형별,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15조 때문에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건 인권 차원의 문제예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재활을 위해서는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 돼요.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되고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합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2017년 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해봄프로젝트를 실시했습니다. 경기도 내 기초생활수급자 800명을 대상으로 1대 1 사례관리를 통해 실시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취업을 통한 탈수급이 목적이지만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은 기초수급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기초수급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체 인구의 2.3% 정도. 전국 평균 2~2.5% 정도인데 미미하지만 증가 추세에요. 우리 사회가 그만큼 경쟁 구조고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수급자를 통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탈수급을 이끌어내는 게 장기적으로 예산을 절감하는 일이거든요. 당사자는 자립과 존엄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폐해가 뭐냐면 한 번 수급자에 들어서면 잘 헤쳐나오지를 못 해요.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해봄프로젝트의 목표였어요. 수급이라는 온실에 머무는 게 아니라 자립의 의지를 키우는 거죠. 그 사업을 3년에 걸쳐서 했어요. 예산이 17억 정도 들었고 결과가 나왔는데 성공적이었어요.”

-성공했다면 수급비를 포기한 비율이 몇 퍼센트 정도였습니까.

“원래 목표는 20%였어요. 20%만 돼도 성공한 거라고 보고 설계했어요. 그런데 27%가 탈수급을 했어요. 지금은 도가 탈수급의 의지를 높이고 탈수급을 했을 때 패닉(panic)이 오게 하는 게 무엇인지를 연구 중에 있어요. 탈수급의 목적은 장기적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자립을 통해 존엄성을 찾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사업이죠.”

-기본소득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로나19가 그간의 기본소득제 논란을 일거에 해결해줬어요. 기본소득을 코로나19를 통해서 다 한 거죠. 청년기본소득을 경기도가 먼저 했잖아요. 재난기본소득도 그렇고 국가 재난지원금을 선제적으로 경기도에서 했어요.

기본소득제를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봐요. 장애인연금, 노인연금, 청년수당, 아동수당 등 이 모든 것을 전체로 놓고 서로 저울질을 해 볼 때가 된 거죠. 그랬을 때 추가 비용이 얼마나 들지도 고민해 봐야죠. 예를 들어 행정 비용.

경기도는 기본소득 10만 원씩 했는데 행정 비용이 많이 안 들어갔어요. 추가 조직도 필요 없고. 선별 과정에서 오는 행정 비용과 부정 수급자를 잡아내기 위한 행정 비용, 기타 수반되는 비용들을 생각하면 기본소득제를 고민할 때가 된 거죠. 모든 국민은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코로나19가 기본소득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일정 부분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의원님은 경기도의회 코로나19 대응 TF 비상대책본부 공동단장이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메르스도,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코로나19도 그렇고 감염병은 변종으로 계속 존재할 겁니다. 그럼 고위험 전염병, 신종 전염병을 어떻게 대처할 것이고 준비는 돼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경기도는 '감염병관리지원단'이라는 공공 의료 지원단이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늘 갖고 있는가의 질문도 해야겠죠.

경기도는 6개의 도립병원이 있어요. 이번에(코로나19 사태에) 공공의료 병원들이 없었으면 어느 병원도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았겠죠. 왜냐하면 (코로나19 확진 나오면) 폐쇄해야 하니까. 경기도는 처음에는 수원병원에만 입원을 시켰는데 나중에 늘어나서 파주, 의정부 공공병원으로 확대됐어요.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도립으로 수용을 한 거죠. 그런 공공대응 시스템 자체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그게 작동이 잘 돼서 우리가 컨트롤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또 경기도의회에서도 매일 회의를 하면서 의원들이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를 정리해서 집행부에 넘기고 집행부는 검토를 했죠. 이게 진정한 협치라고 봐요. 어떤 의미에서 경기도의 코로나19 TF 역할은 상당 부분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쳤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방역 모범 국가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편적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대해야 할까요.

“장기적 경기 침체에 따라 복잡다양한 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절벽 역시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취약계층이 고통받고 있잖아요. 절망에 빠진 도민들을 돕고 무너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편 복지 확대가 필요합니다.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도 그렇고, 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도 그렇지만 이건 경제 정책의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복지의 하나입니다. 기본소득 역시 보편 복지의 하나에요. 기본소득을 과감하게 도입해서 국민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인은 시민이 아닌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됩니다. 이를 어떻게 인식 개선해야 할까요.

“장애로 인한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장애는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환경적 책임이 커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 노력 또한 중요합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지역사회 포용 인프라 부족이 하나의 원인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인권과 회복을 기반으로 한 정신보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로 경기도의 ‘위기-회복 네트워크’와 ‘경기도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의 전문적 운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 등 정책적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c)마인드포스트.

-예산과 관련해 지방의회 정치인으로서 한계에 부딪힌 적은 없습니까.

“많죠. 대부분은 경직성 예산이 그래요. 중앙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에서 정해져서 내려오는 예산이 95%에요. 이건 지방 분권과 관련된 거예요. 지자체의 자체 예산 편성 비율을 높여야 돼요.

복지 현장과 감염병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예요. 지방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예산 편성 권한을 가져야죠. 기재부 중심의 예산 편성은 완화돼야 하고요. 지자체의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고 의회는 심의권을 가지는데 협치와 거버너스 정신이 중요합니다. 현장과 민생을 두고 의회와 집행부가 토론하고 협조하고 경쟁하는 구조가 되어야죠.

많은 도민들을 만나면서 정책적·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들을 접하지만 예산과 연결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복지나 의료, 건강과 관련된 예산은 지방정부에 이양을 대폭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축 살처분 등 심리적 외상 예방 및 치료 지원에 관한 조례도 발의했습니다. 정신과적 장애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것도 많은데요(웃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실시한 ‘가축 살처분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살처분 참여자 대부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판정을 받았는데 치료를 받은 사람은 소수였어요.

제가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참여한 공무원과 수의사 등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들의 심리적 외상 예방과 치료 지원을 위해 시·군이 체계적 방역 활동을 지원하고 도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본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그런 것에 위원장으로서 관심을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준비 중인 조례가 있습니까.

“도민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의정 활동을 충실히 할 계획입니다. 경기도의 전력 자립도, 신재생 에너지, 남북 경협과 평화 문제, 지방분권과 지방의회의 외교 등에서 관심이 있습니다.”

-중앙정치로 나가신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

“중앙정치로 왜 나가야 합니까? 저는 우리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할론으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중앙과 지방이 위계적이에요.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이런 개념이죠. 그게 아니고 국회가 큰 틀을 짜면 지방의회가 보충하고 보완하는 역할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방의원들의 복지도 더 올리고 정책적인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돼야죠.

특히 복지, 교육, 민생과 관련된 예산은 대폭 지방으로 이양을 해야 합니다. 역할론적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봐야 되지 않을까요. 남북 대치 상태에서 지출되는 국방비의 20%를 절약해도 우리나라 복지 다 해결돼요. 그런 일도 좀 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애매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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