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정신장애인 취업·고용 차별 ‘규탄’
“우리는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정신장애인 취업·고용 차별 ‘규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6.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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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에 고용 차별 철폐 진정서 제출
"정신장애인 취업 차별 법령 28개 폐지해야"

정신장애인이 직업 선택 과정에서 차별 받는 고용차별의 중단과 이를 방조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렸다.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13개 시민단체는 성명서에서 “정신장애 당사자가 차별받지 않고 다른 사람과 같이 존엄한 인간으로 권리를 보장받는 주체로 인정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정부는 조속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를 즉각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아동 분야 채용에서 전에 없던 ‘정신질환 유무가 포함된 채용신체검사서’를 요구했다. 또 정신질환자나 마약중독자가 아니라는 문구가 포함된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다록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범죄자와 정신질환자의 교원 자격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물의를 빚었다.

이어 5월에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사업에서 정신장애인이 근무를 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해당 법과 사업에 정신장애인을 결격사유로 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통고했다.

시민단체는 “현행 법령에서도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법률로 배제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2019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시로 일을 하는 상시 근로자 수는 총 20만5천39명이었다. 이중 정신장애인은 2천854명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이들 단체들은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고용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취업 지원 확대나 일자리 창출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정신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신장애인 등 정신장애 관련 사유를 취업의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법률은 28개에 이른다. 결격 법령을 보면 정신장애인은 산후조리원, 수상구조사, 수렵면허, 어린이집 설치·운영, 아이돌보미 등이 절대적 결격 사유를 두고 있다. 이어 미용사, 영양사, 요양보호사, 말조련사, 수산질병관리사, 수의사, 조리사, 약사, 응급구조사, 장례지도사, 활동지원 인력, 화장품 제조판매업 등 역시 정신장애인을 취업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목소리가 적으니 법적 차별로 정신장애인을 더 옥죄고 있다”며 “우리는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더 이상 취업 제한으로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은 “장애인, 노인, 신생아, 산모. 이들은 사회적 약자로 이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서 정신장애인을 배제하는 건 모순”이라며 “감사원의 이 같은 자의적 부분은 정신장애인이 치료를 받으면 고용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으니 치료를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감사원이 사회적 약자를 생각했다면 그 전에 정신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이 돌봄서비스의 수요자일뿐 공급자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은 정신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채용 조건에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건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라며 “정신장애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장애로 인한 취업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자신의 병명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고용률은 정신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차별을 중단하고 당사자 단체와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복지부와 감사원은 각성하고 정신장애인의 취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항규 한국정신장애인협회장은 “헌법상의 자유권과 사회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우리가 살겠다고 하는 직업을 제한하고 있다”며 “직업에 제한을 두는 모든 법률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요구사항으로 ▲감사원과 보건복지부가 정신장애 당사자 차별을 중지하고 면담할 것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 개선 ▲21대 국회가 정신장애 당사자의 취업과 자립생활 보장 ▲국회 여야를 막론하고 정신장애 인권 교육 즉각 시행 등을 제시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감사원장을 대상으로 정신장애인의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공익인권법재단공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서초열린세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협회,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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