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르코 카발로’가 솟대 위에 섰다…제2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 성료(盛了)
다시 ‘마르코 카발로’가 솟대 위에 섰다…제2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 성료(盛了)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0.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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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규모 축소...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심명진 안티카 대표 “내년에는 꼭 광장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창작문화예술단 안티카와 매드프라이드 서울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제2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이 지난 1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여기 우리가 있다’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던 이 대회는 올해 2회째를 맞았다. 행사 주최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사전 온라인 행사 위주로 대회를 축소했다.

주최 측은 대신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온라인으로 매드프렌즈 릴레이 공연을, 9일 프라이드 이브를 중계했다. 이어 9일 프라이드 이브에는 청주정신건강센터, 동광임파워먼트, 우리다움사회적협동조합, 당사자 공연팀 우당당합창단, 니나내나밴드, 소셜힙합연구소3.6.0 등이 공연을 진행했다.

10일 축제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공원에서 시작됐다. 20여 명의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직원들이 함께 준비한 연극 ‘사라진 하얀 방’이 진행됐다. 흰 방진복과 마스크를 한 당사자 단원들은 솟대를 의미하는 장대를 중심으로 연극을 진행했다.

이후 꽹과리와 북 등 사물놀이가 펼쳐지고 당사자 단원들은 춤을 추며 준비된 플래카드를 들고 공원 안을 행진했다. 이 플래카드에는 ‘강제입원X 혐오X 차별X 따뜻하게 안아주세요’와 ‘자유가 치료다’가 적혀 있었다.

솟대의 가장 꼭대기에는 푸른 색의 마르코 카발로 상징물이 올려져 있었다. 마르코 카발로는 1970년대 이탈리아의 산지오바니 정신병원에서 세탁물을 실어나르던 늙은 말을 의미한다. 이후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의 한 상징물로 기념돼 왔다.

연극이 끝난 후 단원들은 서울혁신파크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총 7㎞ 구간을 도보로 진행했다. 참여 단체가 600m~1㎞ 정도를 걸은 후 다른 단체와 교체하는 릴레이 도보였다. 구간별로 참여단체들인 고양이겨드랑이, 청주정신건강복지센터, 삼사오오, 행동하는간호사회 등이 상호 교체하면서 진행됐다. 인원은 단체 당 9명 이하의 소규모였다.

오후 2시 40분 서울혁신파크를 떠난 행진팀은 3시간여 뒤인 오후 5시 25분께 본 행사가 진행되는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이어 매드프라이드 폐막 비대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심명진 안티카 대표는 “올해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으로 사회 격리가 가속화돼 안티카와 매드프라이드가 기획한 다양한 대중과의 만남이 취소되고 축소됐다”며 “(그러나) 저희는 현장에서의 만남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올해의 사회적 거리 두기 속 격리를 이겨내고 모두가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내년에도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내년에는 꼭 광장에서 만나자”고 밝혔다.

이두혁 동광임파워먼트센터 활동가는 “당사자에게 ‘친절’하고 싶다면 단순히 치료 가능한 질병을 가진 존재, 보호해야 할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그들의 자발적 성장을 돕고 진심으로 그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의 이나연 간호사는 “저 자신이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라며 “열악한 간호 노동 환경에서 많은 간호사들이 정신과 상담을 병행하며 간호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간호사회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권이 제대로 실현되길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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