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족대표단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인권 기반 치료 철학 ‘지지’”
경기도 가족대표단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인권 기반 치료 철학 ‘지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2.0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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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포괄적수가제로는 질 좋은 병원 치료 기대 어려워
입원 트라우마는 강압적 치료에 의한 인권 침해
진정한 치료는 재입원 줄이는 걸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응급전담병원 기능에는 반대...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병원 돼야

개원 6개월을 맞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정신과적 급성기의 응급 처치 기능과 함께 재입원을 줄이는 조기 개입과 회복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인권 기반의 치료 철학을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 대한 경기도의회와 지역 신문들의 비판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1일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의료시스템에 대한 가족 입장문’의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마인드포스트>는 경기 지역 일간지 기호일보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운영을 비난한 것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의견이라는 비판 기사를 낸 바 있다.

가족대표단은 “우리나라 의료급여체계는 행위별 의료수가제가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포괄형 수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환자의 70%가 의료급여 환자인 현실을 고려한다면 일반 정신병원에서 질 좋은 치료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정신병원은 치료가 아닌 수용이 목적인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현실에서 스스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고 싶어 하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라고 질문했다.

가족대표단은 “입원 트라우마로 입원시킨 사람이나 사회에 적대감을 가질 경우 이는 강압적 치료에 의한 인권의 침해”라며 “중증질환자가 저지르는 강력 사건의 이면에는 강압치료와 냉대, 소외라는 사회적 차별 코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원과 약물 위주 치료만을 강요하고 다른 치유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 비인권적 치료를 통틀어 강입치료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가 바라는 적정 치료는 따뜻한 인간애에 의한 인간적인 모든 치료 방식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환자들이 응급입원 시 긴급 상담이나 가족활동지원, 동료지원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포트 시스템이 있었다면 재입원 시도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며 “재입원을 방지하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일반 정신병원이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환경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신질환의 진정한 치료는 재입원을 줄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를 세우는 치료”라며 “약물이나 입원 위주가 아닌 환자와 치료자 간에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가족대표단은 72시간 응급입원 체제를 갖춘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경기도 응급입원 기능을 새롭게 맡아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그렇지만 “진단을 위한 72시간 응급입원 기능만을 수행하고 일반 병원으로 인계한다면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정신병원으로서의 정체성도 사라지고 응급·행정입원의 중간 매개체로서의 한시적 기능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 “응급입원 기능만을 수행하라고 한다면 종합적인 치료와 처방을 위한 병원의 본래적 가치와 의미는 사라질 것”이라며 “예외적이고 전례 없는 응급전담병원 기능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가족대표단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약물과 입원 위주의 탄력 없는 도식적 치료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인권 기반의 비강압 치료의 지평을 세워가려 한다”며 “개원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 평가나 적정성을 가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정신의료의 변화의 중심에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 있으며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가는 것도 우리의 책무”라며 “(이 병원이) 응급입원 기능과 더불어 단기간 집중치료로 환자가 안정을 찾고 재입원을 방지하며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이나 재활시설에 연계하는 기능을 갖춘 병원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설운영 수원시정신건강가족연합대표는 <마인드포스트>에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가족대표단은 경기도의료원과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차례로 방문해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아울러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기사를 쓴 기호일보사를 방문해 공정한 취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 의료시스템에 대한 가족 입장

-경기도립정신병원은 경기도 내 급성기 정신질환 발현에 따른 위기대응 응급 처치라는 일차적인 목표와 더불어 환자의 조속한 안정과 재입원을 줄일 수 있는 조기개입과 <회복지원서비스>를 모색하고 실현하는 공공의료기관 이어야 한다.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응급치료 후 조속한 안정과 한 인간으로 자신을 재조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해야할 공적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경기도립정신병원이 단기응급처방만 하고 기존병원에 넘겨주는 기능을 담당할 것인지, 아니면 응급처방과 더불어 자기결정권을 강화시켜 회복기능을 되찾게 해주는 의료시스템으로 가야 할 것인지에 순전히 우리의 선택 범위 안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 치료시스템에 대해서 논의하기 전에 우리나라 정신질환 의료시스템과 의료제도 현실에 대해서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나라 모든 정신병원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충분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해주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급여체계는 병원이 환자를 진료할 때 질 좋은 치료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 비용을 무조건 지[급하는 행위별 의료수가제가 아니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포괄형 수가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에 대해 의료서비스나 처우에 차별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환자 중 70% 의료급여환자인 현실을 고려한다면 일반 정신병원에서 질 좋은 치료나 수준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쉽사리 도출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은 국가는 저렴한 비용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수용해 치료 아닌 치료를 암묵적으로 조장하는 격이다.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는 미약하기 짝이 없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출처/ 안병은 저서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우리나라의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수는 총 6만5천명, 이중 경기도는 1만3천명으로 전국최다수이며 정신요양시설 입소자도 전국 총1만3천 명 중, 경기도에 1천8백 명으로 전국최다 입소함. (2019년 국가정신건강현황 보고서 참조).

이미 정신병원은 ‘치료’가 아닌 ‘수용’이 목적인 것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도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정신병원 중 치료와 더불어 회복을 위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얼마나 될까. 이와 같은 현실에서 스스로 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에 가고 싶어 하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요.

둘째는, 중증정신질환자의 인권은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정신병원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원하는 만큼의 질 좋은 치료를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중중 정신질환자의 치료문제가 곧 심각한 인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용위주의 입원치료 방식은 자신이 의도치 않은 입원으로 인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입원 트라우머로 입원시킨 사람이나 사회에 대해 적대감을 가질 경우 이는 강압적 치료에 의한 인권의 침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중질환자가 저지르는 강력사건의 이면에는 강압치료와 냉대, 소외라는 사회적 차별 코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직접적으로 신체에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입원과 약물위주 치료만을 강요하고 다른 치유방식을 고려하지 않는 비인권적 치료를 통틀어 강압치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적정 치료는 따뜻한 인간애에 의한 인간적인 모든 치료방식을 말합니다.

셋째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재입원률 증가 입니다.

정신병원에서 심판위원회 명령으로 퇴원한 환자가 하루 만에 재입원한 비율이 전체대상자의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컬투데이 2009-04-21

조현병 환자의 조기퇴원으로 인한 재입원을 평가하는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율’은 42.6%로 나타났다. 출처 : 의약뉴스(http://www.newsmp.com)

이와 같이 입, 퇴원의 반복으로 만성질환자 양산과 재입원에 따른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가족 의견

우리는 정신질환자 보호의무자로서, 정신건강의 소비자로서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 치료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명료하게 개진하고자 합니다.

경기도에서 앞장 서 수고스러운 노력을 해주신 덕분에 도립정신병원이 개원을 하였고, 이제 병원이 응급입원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고자 노력하고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응급입원의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규정된 진단을 위한 72시간 응급입원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또한 경기도에서는 응급입원 기능을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이 맡아야 한다는 결정에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입원인가?

우리는 환자들이 응급입원 시 긴급 상담이나 가족활동지원, 동료지원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포트 시스템이 있었다면 다음번 재입원 시도는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재입원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더욱이 우리나의 일반 정신병원이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환경에서는 더욱 절실합니다.

정신질환의 진정한 치료라는 것은 재입원을 줄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를 세우는 치료입니다. 그 방식은 약물이나 입원 위주가 아닌 환자와 치료자 간에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증상이 심각하고 문제가 있을 때 설득, 대화, 협의를 하고 환자를 둘러싼 가족이나 친구, 의사간에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일 겁니다. 약물과 더불어 그러한 치료방식을 병행한다면 닫혀있던 환자가 마음을 열고 치료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응급입원 기능과 더불어 재입원을 방지할 수 있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 치료시스템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진단을 위한 72시간 응급입원 기능만을 수행하고 일반병원으로 인계한다면 정신병원으로서의 정체성도 사라지고 응급, 행정입원을 위한 중간매개체로서의 한시적 기능에 머무를 것입니다.

응급입원은 경기도립정신병원이나 기타 지정병원에서도 가능할 것입니다. 단지 응급입원 기능만을 수행하라고 한다면 종합적인 치료와 처방을 위한 병원의 본래적 가치와 의미는 사라질 것입니다.

또한 가득이나 심신이 지쳐있고 강제입원에 적대감이 있는 환자에게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닌다는 것은 또 하나의 고문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병원이 부속실로서 응급치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응급처치만을 하기 위한 병원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외적이고 전례 없는 응급전담 병원 기능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이제 새로운 경기도립정정신병원은 약물과 입원위주의 탄력 없는 도식적 치료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인권기반의 비강압 치료의 지평을 세워가려고 합니다.

개원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 평가나 적정성을 가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고 보여 집니다.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 정신의료의 혁신과 변화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이 있으며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가는 것도 우리의 책무일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응급입원 기능과 더불어 단기간 집중치료로 환자가 안정을 찾고 재입원을 방지하며, 지역사회 정신보건 시설이나 재활시설 등에 연계하는 기능을 갖춘 병원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정신질환 치료나 응급처방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을 단순히 치료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돌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 의료시스템은 공급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이 아닌 의료인, 정신보건 관계자, 경기도, 가족, 환자 참여의 공론화 토대 위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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