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다짐하는 문장들은 크고 빛났다”...마인드포스트 제1회 문예대전 심사평
“희망을 다짐하는 문장들은 크고 빛났다”...마인드포스트 제1회 문예대전 심사평
  • 조해진
  • 승인 2020.12.14 19: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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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해진 대표 심사평 “우리는 다 외롭고 아프다”

올해 <마인드포스트>에서 주최하는 문예대전에는 총 예순일곱 분이 단편소설 4편, 수필 25편, 시 72편을 보내오셨다.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11월 27일에 모여 이 문예대전의 의미와 심사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뒤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 꼼꼼하게 응모작을 검토한 뒤 더 깊은 논의를 해도 좋을 두세 편의 작품들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은 코로나19로 인해 12월 4일에 줌(zoom)으로 진행하였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계서식 님의 <광인일기(狂人日記)>와 노화영 님의 <내 사랑 투명인간>(이상 단편소설), 김나미 님의 <오랜만에 쓴다, 수필을 더더욱>, 김원희 님의 <눈물 한 방울 기쁨 두 배>, 이혜정 님의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인생>, 박목우 님의 <붐비는 침묵>, 계혜연 님의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이인숙 님의 <겨울 이야기>(이상 수필), 권기호 님의 <바다가 사는 집>, 노지민 님의 <그래도 때는 온다>, 이용수 님의 <거울>, 김혜경 님의 <함께 웃고 싶어>, 이미정 님의 <살아야지>, 정승룡 님의 <삶>(이상 시)이었다(가나다순).

본심은 1차 투표에서 2표 이상의 표를 받은 작품들을 모아 다시 검토하는 방식을 택했다. 투표 전에는 작품 선정 기준을 문학성과 진실함에서 찾자고 합의하였고, 수필과 소설은 똑같이 고백형 이야기가 많아 추후 공모전에서는 이 두 장르를 구분할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1차 투표에서 2표 이상을 받은 9편의 작품 중에서, 일단 동상을 수상한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은 고등학교 시절 예고 없이 찾아온 환시로 시작된 정신적인 아픔을 담담히, 그러나 의미 있게 서술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또 다른 동상 수상작인 <광인일기(狂人日記)>는 전생애에 걸쳐 반복된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역시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그 고백이 투정이나 불만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지를 해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은상 수상작인 <붐비는 침묵>은 희망에 관련된 관념적인 언어가 나열되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는데도 속이 꽉 찬 단단한 마음이 전해져 오히려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금상 수상작이면서 수상작 중 유일하게 시 장르인 <거울>은 짧은 시 한 편에 스스로를 향한 이중적인 마음을 절묘하게, 그리고 충분하게 담아냈다.

이 시를 읽고 한동안 먹먹했는데, 그 이중적인 마음 끝에서 시적 화자가 도달하고 싶은 ‘웃음’이 애틋해서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상작으로 선정된 <겨울 이야기>는 심오하고 문학적인 수필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혼란스럽고 때로는 문장의 호응도 맞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요양시설에서 투병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에 대한 감동적인 서술에 비한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수장자 모두에게 축하를 전한다. 더불어 수상작뿐 아니라 모든 응모작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도 전하고 싶다. 격정 없이도 격정적인 고백은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었고 희망을 다짐하는 문장들은 크고 빛났다.

한 달여 전부터 나는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어느 날 상담사 선생님이 우울감은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씨와 같다고, 우울증은 다만 이런 날씨가 오래 지속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해주었다. 그 순간 그 말이 잠시나마 기대고 싶은 기둥처럼 내게 다가왔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궂은 날씨가 그러하듯 우울감 역시 내 잘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던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보면 우울감은 내게 궂은 날씨 이상의 무언가이기도 했다. 살아오면서 내 감정과 감각의 용량을 넓히는 데 우울감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다 외롭고 다 아프다. 다만 누군가는 남들보다 조금 더 외롭고 조금 더 아파서 상담이나 치료에 의지해야 하는 날들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 더 외롭고 더 아파서 병원이나 요양소에 있는 사람들이든, 덜 외롭고 덜 아파서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든, 우리는 편견 없이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의 한 방식은 바로 문장일 터이다. 그 문장을 모아보자고, 스스로의 마음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나와 타인의 문장을 꼭 붙들고 다시 일어나보자고, 어쩌면 나는 내 개인적인 상담 경험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응모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체험의 일부를 전해주어서, 그리고 그 일부를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일동 (대표 집필 : 심사위원장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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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20-12-19 20:51:54
혹시 책으로 발간되나요?
다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