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에 좋다는 한방 경혈 두드리기, 건강보험 비급여 등재되자 의사 단체들 집단 반발
우울·불안에 좋다는 한방 경혈 두드리기, 건강보험 비급여 등재되자 의사 단체들 집단 반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6.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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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사회, “민간요법에 불과한 치료법에 우려”
새 치료법 승인에는 수년의 임상시험 거쳐...경혈두드림 관련 논문 2편에 불과

한의계 최초로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이 한방 건강보험 비급여 행위에 등재되면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의사회)가 지난 18일 이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경혈을 두드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는 경혈두드리기(감정자유기법)을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시켰다.

경혈두드리기 기법은 인간의 모든 부정적 감정은 경락체계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에 따라 경혈을 두드려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한의계는 이 기법이 우울, 불안, 불면, PTSD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의계를 빼고 여타 의료 관련 단체들은 이의 비급여 행위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수백 편의 논문을 통해 검증돼야 할 치료법이 불과 두어 편의 발표 자료를 근거로 건강보험에 등재한 것은 특혜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협은 지난 16일 성명에서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의료 기술이 아니라 주술에 가깝다”며 “모든 심리치료가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무조건 의료기술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성명에서 “환자에게 위해성이 없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치료적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고 건강보험 의료행위로 등재한 것은 의료가 갖는 과학적·사회적·경제적 의미를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들은 자기의 질병을 치료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개선된다는 걸 기대하며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다”며 “사회적 계약 의료 제도에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며 정보의 비대칭과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일방적 상황을 악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의료전문가의 면허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건강보험에 등재된 치료법이라면 수많은 연구를 거쳐 그 근거를 증명해야 하는데 ‘경혈 두드리기’는 일종의 민간요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신체와 정신이 중첩된다는 특성상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적용받지 못하는 치료법이 상당 부분 있다는 지적이다. 변증법적치료(DBT), 마음챙김치료(MBCT) 등을 진료현장에서 실제 적용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과학적 연구논문이 수백회 있음에도 급여 항목에 들지 못하고 있다고 의사회는 밝혔다.

하지만 발표 논문 두 편에 불과한 경혈 두드리기 치료법이 과학적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상 검증된 의학적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신의료 기술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의료행위로 등재되지 못해 의사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진료에만 헌신해 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기존에 급여적용 정신요법과 병행요법으로 인정받던 인지행동치료 등의 검증된 의료 행위마저 2020년에 급여화해 정신치료와 함께 실시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억압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구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참담하게 부실한 두 편의 자료를 근거로 경혈 두드리기를 애써 신의료기술로 지정해주고 건강보험 등재라는 불공정한 특혜를 주는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또 “새로운 치료제와 치료법의 승인을 위해서는 수년에 걸친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필요하고 각기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반복 검증돼야 한다”며 “PTSD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 부르기 힘들만큼의 부실한 연구를 시도한 발표 자료 두 편을 기반으로 근거 있는 치료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건강보험정책은 안정성, 유효성, 경제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감정자유기법이라 칭하는 이 민간 대체요법 수준의 행위를 건강보험 의료행위로 인정해주는 것은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은 도외시한 채 한방의료 종사자의 경제적 이득만 챙겨주기 위한 불공정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이를 근거로 경혈 두드리기의 건강보험 비급여 등재를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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