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편견의 땅에서 정신재활시설 하나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몸소 체험했다”
“정신질환 편견의 땅에서 정신재활시설 하나 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몸소 체험했다”
  •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 승인 2021.07.0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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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성명 발표
경기 전환시설 이용자 76%가 성공적 지역사회 복귀...89%가 긍정 평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 갖출 때 정당성 확보...선동적·독단적 구호는 도움 안돼
폭력적 공격으로 전환시설 존립 위태롭게 하는 현 사태에 우려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과 정신질환자 자조 모임 ‘마음사랑’은 최근 한국정신장애인협회가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을 비판한데 대해 이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6일 <마인드포스트>에 보내왔다. <마인드포스트>는  전문을 싣는다.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이 지난 2020년 7월 경기도의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공공성 강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회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이 지난 2020년 7월 경기도의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공공성 강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회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위탁취소 성명에 대한 우리의 입장문>

지난 6월 24일 한국정신장애인협회에서는 종사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정신장애인을 방임·유기하는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위탁을 취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경기도 정신건강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소비 당사자로서 다음과 같이 우리 의견을 전달합니다.

경기도는 ‘시설’ 보호 중심의 정신질환자 관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1996년부터 선도적으로 정신건강 정책과 사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또한 ‘경기도 정신질환자 삶의 질 향상과 인권 옹호’ 비전 아래 인권 교육 모델 개발 및 각종 문화 행사와 방송, 도서 출간을 통해 당사자 옹호 인식개선 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정신질환자들이 천형 같은 고통과 질곡에서 벗어나 삶의 주체로서 거듭나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회복지원 시설 및 쉼터 개설, 그리고 정말로 가고 싶은 쾌적한 시설의 공공병원 건립 등의 요구를 여러 경로를 통해 경기도에 요청해왔습니다.

경기도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과 발맞춰 도 내 ‘중증정신질환자 탈원화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과 지역사회 중간 층위에서 정신질환자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돕는 ‘하프하우스’ 개념의 단기 주거기반 시설인 지역사회전환시설을 경기 남·북부 지역과 수원에 각 1개소씩 개설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은 2018년 개소 후 2020년까지 퇴소자의 76.8%가 지역사회로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이용자 중 시설 편리성과 직원 만족도에 응답자 89%가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재활서비스가 정신질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86%였습니다. 앞으로 전환시설은 다양한 형태의 회복지원 체계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시설의 모태로서 자리를 잡아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은 태동한 지 이제 3년이 갓 지난 새내기 시설로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고 가꾸어 나가야 할 시설입니다.

경기도 지역사회전환시설 운영이나 종사원들의 근무 형태에 문제가 발견된다면 여러 경로를 통해 시정 및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 단면을 부각시켜 마치 전체 전환시설이 그러한 것처럼 언론에 호도하고, 과격하고 거칠게 대응하는 행태에 대해 우리는 결코 찬성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전환시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면 전체의 전환시설의 실태 운영 면을 살펴보아야 하고 그것이 해당 시설의 자체적 문제인지 아니면 정신재활시설 전체의 법적, 시스템상의 문제인지를 헤아려서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주거기반 정신재활시설에서 심야 시간대에 정신질환자들을 방임하고 유기했다는 주장을 펴기에 앞서 전국에 있는 주거기반 공동생활시설 및 재활시설의 심야 운영 실태가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해당 전환시설이 종사자에게 살인적인 가혹한 근무를 시켰다면 다른 시설종사자들의 근무 실태와 여론을 확인한 후 문제점을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이 2020년 4월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이 2020년 4월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시설 법인의 위탁 취소 여부는 어느 하나의 사건의 발생이 아닌, 법인의 운영 지침, 사업 목적 달성도, 프로그램의 질, 이용자 만족도, 서비스 제공자 자질, 적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탁 및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앞뒤 맥락 없이 폭력적인 언어로 싸잡아 비방하는 것은 자기 우월적 도취에 휩싸인 폭거와 다름이 없습니다.

분노를 표출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객관성을 갖출 때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선동적인 구호, 독단적 자기 견해 피력 등은 피로를 가중시키고 혼란, 분열을 조장할 뿐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공존하고 상생해야 할 정신재활시설이 직면한 작금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공격에 대하여, 전환시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현 사태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상생의 인식이 부재한 이 불모의 땅에서 정신재활 서비스 시설 하나를 세우려면 얼마나 많은 공력이 들어가고 힘든지를 몸소 체험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세운 정신재활시설, 전환시설 하나하나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하는 애틋한 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진화되고 질 좋은 정신 치유, 재활시설을 만들어서 후대에 물려줄 책무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재활과 회복, 치유시설 등의 정신건강증진시설 건립 계획을 갖고 있던 정책당국이나, 성실하게 근무하는 시설종사자 분들의 의욕이 퇴색되고 위축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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