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 신청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 범위 넓혀야…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필요”
“강제입원 신청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 범위 넓혀야…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필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7.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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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국민청원 게시글…자·타해보다 치료의 필요성으로 접근해야
자·타해 위험 기준 적용은 당사자 적시 치료 불가능하게 만들어
정신병동 환경 개선하고 정신재활시설 지역 불균형 해소 필요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강제입원)에 보호의무자 자격을 친척 범위로 넓히고 경제력 부양 여부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 입원 신청이 가능하도록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지난 6월 초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요청합니다’라는 주제의 청원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안인득 사건에 대해 그의 친형이 강제입원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형이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어 강제입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

조현병을 가진 안인득은 당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당시 그의 형이 보호의무자로 인정받지 못해 입원이 진행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강제입원 보호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민법에 따라 후견인과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세계 각국의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하면 비자의입원, 즉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질환자의 입원 기준으로 ‘자·타해 위험’을 택하는 국가(13개국)와, ‘치료 필요성’을 택하는 국가(2개국), 둘 중 하나의 충족을 요구하는 국가(18개국)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타해 위험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위험이 인정될 때 성립한다”며 “보건복지부령에 따르면 본인 또는 타인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거나 개연성이 높을 때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A씨는 이처럼 자·타해 위험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입원이 불가능하고 적시에 치료받을 수 없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정부의 탈원화 정책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환각과 망상을 가진 당사자의 의사를 따라야 하는 것이 인권 보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입원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와 보호자가 고통받는 기간이 길어진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환자의 의사와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적시에 치료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이어 “위험이 입증되는 것은 대부분 환자가 주변에 중대한 피해를 입힌 후의 시점으로 이때 입원하는 것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환자 본인을 위해서도 빠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며 치료 필요성 기준을 채택하되 기준을 구체화해서 환자에 대한 부당한 인권 침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비자의입원 개시 신청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신청자를 친족에 국한했으며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더라도 환자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음이 입증돼야 보호의무자의 요건을 만족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관계 있는 성인’이라면 강제입원 신청이 가능하고 영국은 국가가 공인한 정신건강 전문가를 신청자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사자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한 보호자가 보호의무자 요건을 챙기지 못해 돌아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A씨는 “강제입원 남용을 막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더 큰 문제를 불러온 것”이라며 “비자의입원 신청자를 가까운 친척의 범위로 넓히고 경제적 부양 여부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 입원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의)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인식의 측면에서 비자의입원 기준이 ‘자·타해 위험’일 때보다 ‘치료 필요성’으로 변경됐을 때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며 “비자의입원 신청자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위급한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원화 정책은 강제입원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환자의 인권 수호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적시에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비자의입원 까다롭게 하는 것이 아닌, 정신병동의 환경 개선을 위해 관련 기준을 설정하고 정신재활시설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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