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사법 법제화, 심리학회와 상담학회가 공공성에 기반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심리사법 법제화, 심리학회와 상담학회가 공공성에 기반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8.03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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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입법조사처 연구원, ‘이슈와논점’에서 강조
상담학회, 학부 ‘심리학’ 전공해야…상담심리학회 “제한 안돼”
법제화는 무자격자들 정리 위해 공감…합의에 의한 법제화 필요

심리사법 법제화를 두고 관련 학회들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통합적 법제화를 통한 전문 상담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이슈와논점에서 이만우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연구관은 ‘비의료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 통합을 위한 원칙과 과제’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현재 비의료 심리상담은 공적 서비스 공급 체계를 통하지 않고 각종 민간단체들이 무분별하게 발급하는 ‘자격증’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

공적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면서 무자격자에 가까운 이들이 민간 자격증을 내세워 심리상담소를 개소해 국민의 심리 건강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내담자와의 부적절한 성적 접촉 시도 등 비윤리적 태도를 보이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최근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소하고 심리상담 서비스 공급 체계를 공적으로 바로 세우는 입법 활동”이라며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대함으로써 심리상담 서비스의 접근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관에 따르면 미국은 텍사스 주, 미네소타 주, 뉴욕 주 등에서 법령에 LTC(Licensed Professional Counselor)를 비롯한 심리상담사 자격 명칭을 규정해 면허가 없을 경우 심리상담 서비스를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네소타 주의 경우 상담 면허가 없이 전문 상담 실습에 관여하거나 전문 상담사의 명칭을 사용할 경우 형사 범죄로 규정해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심리사법 법제화를 두고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가 양분돼 있다. 특히 한국심리학회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심리서비스 연구 용역’을 통해 가칭 ‘심리서비스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상담학회는 ‘심리상담사법’의 제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양 학회가 현재의 무분별한 심리상담 체계와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공감대는 심리상담 관계의 특수성을 오용해 내담자를 착취해도 이를 처벌하고 내담자를 보호·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 적절한 전문지식과 기술, 경험, 윤리를 갖춘 곳을 알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심리상담서비스의 정의와 관련해 한국심리학회는 심리적 고통의 완화·해결을 위한 심리치료를 심리상담의 범위에 포괄하고 있는 반면 한국상담학회는 비의료 심리지원의 의미로 ‘일상생활의 기능을 향상하는 지원과 원조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 학회가 대립되는 지점이다.

특히 심리상담 제공 인력의 자격 규정과 관련해 양 학회는 충돌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는 전문 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학부 과정에서 심리학을 전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한국상담학회는 자격 기준을 특정 전공 차원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상담학회는 관련해 현재 심리상담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들을 상황을 인정하고 향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학부에서 심리학뿐만 아니라 상담학 등 유관 전공 영역을 포괄해 상담을 해 오던 기존 인력의 재교육 및 훈련을 통해 전문 자격의 취득 기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이 같은 논의에 대해 전문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 인력을 단순 집합시키는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전문직의 양성과 충원은 자격기준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심리상담 분야에 국민이 요청하는 특수한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비전문적·비윤리적 심리상담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이 정확한 정보를 얻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심리상담 관련 제정이 추구해야 할 일차적 공공성”이라고 밝혔다.

이를 간과하고 직역의 명칭이나 전공 영역에 매몰되는 것은 직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관은 “심리상담서비스 제공 인력들이 공유해야 하는 전문성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을 적용해나갈 때 전문가 집단이 발전해나갈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법제화 논의는 기존 법률 체계 내 분야별로 모호하게 존재하는 심리상담 관련 법 규정에 또 다른 규정을 부가해 혼란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국민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집단이지만 정신건강복지법 상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만을 포함하고 있어 그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관은 “그 기저에는 심리상담 전문 직역의 역할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실효성 있는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법제화의 원칙과 방법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간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 법률 제정을 통해 심리상담 분야 전문가들이 고유한 전문성을 명료화해야 한다”며 “동시에 인접 정신건강 분야들(정신건강의학, 정신건강 간호학, 정신건강 사회복지학)과의 실질적 업무 연계망을 형성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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