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우리 안의 정신장애와 폭력...나이지리아를 통해 사유하다
[이관형 기자의 변론] 우리 안의 정신장애와 폭력...나이지리아를 통해 사유하다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1.08.26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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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정신질환자 사슬에 묶이는 경우 대부분
정부 운영의 재활센터에서도 묶이고 밀폐된 공간에 갇혀
치료라는 이름의 학대...불법 구금과 미신으로 당사자 고통

나이지리아에는 2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300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정신과 의사로부터 양질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부유한 시민들에 한정됩니다. 그 외의 가난한 사람들은 미신적 혹은 종교적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치료라는 명목하에, 비 권적이고 폭력적인 처우를 당해야 했습니다. 또한 1958년도에 만들어진 정신병 법(Lunacy Act)에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적 구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나이지리아의 정신질환 의료 시설과 센터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19년 11월 11일,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는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수천 명의 정신질환자들이 다양한 시설에서 사슬에 묶인 채로 감금되어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나이지리아의 국립 병원, 재활센터, 기독교 및 이슬람 같은 종교 시설에서조차 반인권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재활이라는 명목으로 환자들을 고문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을 포함하여 여러 곳에서 이러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나이지리아 내 49명의 정신질환자와 가족들, 시설의 직원과 정신건강 전문가, 정부 관리를 포함해 124명을 인터뷰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전통적으로 정신질환의 원인을 악령이나, 초자연적인 힘 때문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들에 의해 종교 시설이나 미신을 신봉하는 시설에 보내졌습니다.

아니면, 경찰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재활센터로 보내지기도 했습니다. 일단 시설에 가면, 정신질환자들은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집니다. 이들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배변을 합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는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전통 치유 센터에서 철제 고리로 나무줄기에 고정된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상의가 벗겨진 채로, 3주 동안 나무줄기에 묶여져 있었습니다. 전혀 움직일 수도 없고, 앉은 자리에서 밥을 먹고 배변을 해야 했습니다.

이어 방문한 이슬람 재활 센터에서는 채찍에 맞아 깊은 상처를 가진 어린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기독교 시설에 있는 환자들은 3일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시설 직원은 ‘치료를 위한 금식’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어린이를 포함한 정신질환자들은 직원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약초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 인권적 처우는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과 센터에서도 일어납니다. 환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 약물 투여와 전기충격요법(ECT)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가 방문했던 28개 시설 중, 27개 시설에서 많은 환자들이 불법적으로 구금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 강제적으로 시설에 끌려왔으며, 자유롭게 시설을 벗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2018년 6월부터 카노 지방에 있는 이슬람 재활센터에 구금되어 있는 29세의 기독교인 빅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2주 동안만 머무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주가 한 달이 되었고, 또 2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3달째 이곳에 갇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수년 째 이곳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 초, 우울증을 앓고 있던 ‘슘스’라는 27세의 여성은 농장에서 일하던 중 납치돼 센터에 구금됐습니다. 그녀의 친척들이 직원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센터로 보낸 것입니다.

“두 남자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대화하며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제게 달려들어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발목에 족쇄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저를 재활 센터로 데려왔습니다.”

강제적으로 센터에 갇힌 사람들은 성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 수갑이 채워지거나 족쇄에 묶여야만 했습니다. 때로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무거운 침대나 나무, 자동차 엔진에 묶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콘크리트 바닥에 용접된 철 고리에 한쪽 발목이 쇠사슬로 묶여지기도 했습니다.

쇠사슬에 묶여진 사람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아야 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함께 자고, 먹고, 소변과 대변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직원들은 그들에게 배변을 위한 양동이나 비닐봉지를 제공했습니다. 심지어, 여성과 남성이 구분 없이 함께 묶여져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시설은 낮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허락됐지만, 밤에는 마찬가지로 묶여진 공간에서 배변을 보았습니다.

한 이슬람 재활 센터에서는 직원들로부터 채찍질을 당했다는 환자들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6개월간 족쇄가 채워졌고, 왼쪽 팔에 채찍질로 인한 흉터를 연구원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이슬람 신앙 치료사는 해명합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환자들의 치료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밤에 혼자 떠드는 환자들로 인해, 다른 환자들이 수면 부족으로 고통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채찍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하루에 한 두 번, 최대 7번까지만 채찍질을 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구금된 ‘아미나’라는 여성은 한 이슬람 재활 센터에서 밧줄로 묶이고 구타를 당했습니다. 심지어 치료사에게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에게 옷을 벗으라고 했어요. 그것이 치유 과정의 일부라며 제 몸을 만지기 시작했죠. 저는 이게 어떻게 치유 과정이 되는지 묻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절 강제로 침대에 묶고 약물을 주사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기독교 치유 센터에서도 일어납니다. 이곳에 5개월 동안 구금되었던 22세 여성 ‘아카니’는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금식을 위해 3일 동안 쇠사슬에 묶여졌어요. 그리고 4일 동안 음식도 물도 먹지 못했습니다. 목사님은 금식이 치료에 좋다고 하셨어요. 가끔 제가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려 하면, 직원들이 저를 쇠사슬에 묶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쇠사슬에 묶여야 했어요.”

이처럼, 나이지리아 내 센터와 시설에서 반인권적인 일들이 벌어지자, 국제인권감시기구는 아부자에 있는 나이지리아 연방 정부에 서한을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강제구금과 폭력이 밝혀진 많은 센터와 시설들이 폐쇄됐습니다.

시설들이 폐쇄된 것은 긍정적인 조치지만, 정부가 시설에서 벗어난 환자들에게 적절하고 인도적인 치료와 지원을 해줄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잘못된 미신과 신앙, 가족들의 편견과 정부의 무관심이 나이지리아의 많은 정신질환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로 쇠사슬과 족쇄에 묶여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기사 출처

hrw.org (국제인권감시기구)

https://www.hrw.org/news/2019/11/11/nigeria-people-mental-health-conditions-chained-abused

 

해당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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