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기반 자살사례관리 받을수록 우울감·자살위험도 눈에 띄게 감소
응급실 기반 자살사례관리 받을수록 우울감·자살위험도 눈에 띄게 감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8.20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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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결과 발표
자살시도자 여성·20대 비율이 가장 높아…적절한 사례관리 필요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에 대해 사후관리를 진행할수록 자살 생각이 감소하고 우울증·알코올 문제 등은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재단은 ‘2020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응급실 사후관리사업)은 병원 응급실에 사례관리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응급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와 협업해 자살시도자에 대한 적시 치료와 사후 관리를 통해 자살 새 시도를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자살 시도자가 응급실로 오면 응급의학과는 초기평가로 환자의 과거와 현재의 자살 위험을 평가하고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자살 시도와 관련한 정신과적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사례관리팀은 응급실에서 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전화 및 대면 상담을 최소 4회 진행한 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한다.

지난해 66개 병원이 응급실 사후관리사업을 수행했다. 같은 해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수행 병원에 내원한 자살시도자는 모두 2만2572명이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시도자는 여성이 1만4148명(62.7%)로 남성 8424명(37.3%)보다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20대 비율이 28.3%로 가장 높았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자살시도자는 감소했지만 19세 이하와 20대는 증가했고 특히 여성 자살시도자 중 20대 비율은 2019년 26.7%에서 2020년 32.6%로 5.9%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자살 시도 경험 관련, 응답자 1만6698명 중 8205명(49.1%)이 과거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55.5%)이 남성(37.3%)보다 과거 자살 시도 경험 비율이 높았고 남녀 모두 과거 자살 시도 경험이 ‘한 번’인 사례가 각각 37.1%, 27.7%로 가장 많았다.

자살 시도 방법은 약물 음독(50.8%), 둔기·예기(21.3%), 농약 음독(7.0%) 순이었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약물 음독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에서는 농약 음독에 의한 자살 시도가 약물 음독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약물 음독 비율이 57.4%로 다른 유형에 비해 크게 높았다.

자살 시도 동기는 정신장애 증상이 36.4%로 가장 높았고 대인관계(18.1%), 말다툼 등(11.6%), 경제적 문제(8.0%)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자는 49.2%가 자살 시도 당시 음주 상태였으며 남성은 음주(56.4%), 여성은 비음주(54.9%)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남녀 모두 충동적(90.2%)으로 자살을 시도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여성(92.2%)이 남성(86.7%)보다 충동적 자살 시도 비율이 높았다. 계획적 자살 시도 비율은 10대(6.1%), 70대(16.4%)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많았다.

자살 시도 진정성은 여성의 경우 ‘도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지, 정말 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에 응답한 비율이 38.8%였던 반면, 남성은 ‘정말 죽으려고 했으며 그럴만한 방법을 선택했다“에 응답한 비율이 37.0%로 가장 높았다.

응급실 내원 후 정신건강의학과 평가 의뢰된 1만5196명에 대한 추정진단 결과는 우울장애(54.1%), 적응장애(11.8%) 순으로 많았다.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2만1246명 중 1만2693명(59.7%)이 사후관리에 동의했고 이 중 사례관리서비스 4회 이상 완료자 8069명(63.6%)을 대상으로 서비스 효과를 분석할 결과 사후관리를 진행할수록 자살위험도, 자살 생각, 우우감, 알코올 사용 문제, 식사·수면 문제 등 정신건강 관련 지표가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 4회 이상 완료자 8069명 중 자살 생각이 있는 경우는 사후관리 초기 27.5%(2218명)이었으나 4회 진행 시 15.7%(1266명)로 11.8%포인트 감소했다.

또 우울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후관리 초기 65.3%(4504명)에서 4회 진행 시 48.5%(3232명)으로 16.8%포인트 감소했다.

알코올 사용 문제는 초기 14.3%(952명)에서 4회 진행 시 10.6%(698명)으로 3.7%포인트 줄었다. 식사·수면 문제 역시 초기 47.8%(3227명)에서 4회 진행 시 37.1%(2476명)으로 10.7%포인트 감소했다.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의료비 지원은 자살 시도자의 지속적인 사후관리 참여를 유도하고 자살 위험도를 낮추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관리서비스에서 중도 탈락하는 비율은 의료비 수혜자(15.1%)가 의료비 비수혜자(38.0%)보다 22.9%포인트 낮았다.

자살위험도 비교 시 사후관리 초기와 비교하면 4회 진행 시 자살 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비율은 의료비 비수혜자가 7.7%포인트 감소한 반면 의료비 수혜자는 10.6%p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염민섭 정신건강정책관은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시도자가 다시 자살에 이르지 않도록 자살 고위험군 자살예방대책을 확대·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사업 수행기관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자살 시도자가 어느 응급실에 가더라도 적절한 치료와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대다수의 자살시도자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한다”라며 “응급실에서 만난 자살 시도자들이 적절한 상담·치료와 민간·지역사회와 연계한 복지서비스 지원 등을 통해 자살 시도자의 자살 위험을 분명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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