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 제2의 조두순?…충북교육청 “초등학교 인근 정신병원 건립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
정신장애인이 제2의 조두순?…충북교육청 “초등학교 인근 정신병원 건립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2.11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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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청 청원광장에 게시된 청원에 직접 답변
청주시, 정신병원은 종합병원처럼 건축법상 적합한 건물
“제2의 조두순 나오면 어떡하나”…주민들 극단적 공포 여론몰이
인권위 “정신병원 설립 반대는 정신장애에 대한 그릇된 소산”
(c)충북교육 청원광장 홈페이지 갈무리.
(c)충북교육 청원광장 홈페이지 갈무리.

충북도교육청은 청주시 방서지구의 초등학교 인근에 들어서는 정신병원 건설을 규제할 수 없다는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4일 올라온 ‘초등학교 주변 정신병원 건립에 대한 교육감님의 답변을 요청합니다’라는 게시글에 대해 지난 10일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정신병원 설치 예정지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한 단재초등학교 교육환경보호구역(상대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신병원 업종은 단재초교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에서 금지 시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9월 청주 상당수 방어지구 일대에 정신의료시설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의료시설은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지난해 11월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연면적 3천893.4㎡ 규모로 건립해 시설 일부를 정신과 환자들이 외래에 활용할 예정이다. 완공 예정일은 2023년 1월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1월 4일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이 건축 허가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어 같은 달 5일에는 충북도교육청 청원광장, 청주시 청원에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여기에는 “제2의 조두순 사건에 아이들이 노출될 것”이라는 극단적 형식의 글도 있었다.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는 단재초등학교에서 270m 떨어진 곳이다. 이 주변에는 공립유치원, 어린이집 4개소, 어린이 전문병원 1개소, 학원 등이 들어서 있다. 일대 방서지구에는 아파트 단지 주민 1만5000여 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청원인들은 정신병원 건립 예정지에서 초등학교까지 300m도 채 되지 않는 곳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지난달 7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신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가 건립하는 정신병원이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등과 같이 동일하게 건축법상 용도에 적합한 건물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초등학교에 인접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법에 따르면 교육환경 보호구역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를 절대 보호구역으로, 직선거리 200m는 상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단재초교까지는 상대보호구역에서 훨씬 벗어나 있을 정도로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상당구 방서동 방서지구 주민들로 구성된 ‘방서동 연합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이들은 “시가 건축 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청주시 아동친화도시조성에관한조례를 보면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결정할 때는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시의 건축 허가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도심 미관에 장애가 된다며 정신의료기관 건축을 금지한 도시계획조례 관련 규정을 차별로 봤다. 이는 헌법 제11조의 법 앞의 평등, 장애인복지법 제8조의 차별 금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인 차별 금지를 위반한 조례라는 판단이다.

당시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시설에 대한 혐오를 “정신질환을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격리돼야 하는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해 온 그릇된 사회적 관념이 소산”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입장문에서 “교육환경보호에관한 법률 제9조에 정한 ‘감염병예방법’에는 격리소, 요양소, 진료소일 경우 규제 대상 시설에 해당되지만 정신병원은 그렇지 않다”며 “정신병원 설치는 우리 교육청이 관련 법률을 검토한 결과 규제를 할 수 없는 대상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정신병원을 규제할 수 없더라도 학생들의 학습 환경 및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교육청이 답변한 해당 청원글은 1천600여 명이 공감했다. 청원광장 개설 후 역대 최다 공감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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