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기도 24시간 응급체계는 지역사회 요구이자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임무”
[인터뷰] “경기도 24시간 응급체계는 지역사회 요구이자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임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3.31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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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옥 경기도의원 “병원 소재지 중장기적으로 마련할 필요 있어”
병원 진입로에 통행세 6억 원…이 돈이 새경정 운영비로 들어가야
“인권치료 반대할 의사 있을까? 인권치료는 시간과 인력, 예산 문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하 새경정) 의사들이 집단 사퇴했다. 이 병원은 입원 과정에서의 비강박적 치료 체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인권치료 철학에 기반해 운영돼 왔다. 하지만 개원 2년 남짓한 상황에서 원장을 포함한 전문의들이 이곳을 떠났다. 환자들도 전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그랬을까? 병원 측의 이야기도 있고 도의회의 반론도 있다. 중요한 건 한국사회에서 생소한 오프 다이얼로그(열린 대화의 치료법) 등 선진적 치료 프로세스를 진행해온 이 병원이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데 관련 주체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속 의사들이 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경기도와 도의회, 경기도의료원이 함께 원인을 들여다보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왕성옥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에 질문을 던진 이유다. 왕 의원은 최근 도의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새경정은 24시간 응급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수의료기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병원 이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새경정 의사들이 다 떠나고 와해 상태에 있다. 의원께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새경정의 문제만이 아닌 의료계 전반의 현실이라 여겨진다.”

-의사들이 떠난 후에 새경정을 재가동시키기 위한 어떤 움직임이 있나.

“먼저 당면 현안인 의사와 간호사 채용 면접이 오늘(3월 30일) 있어서 채용 후 기존대로 운영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며칠 전에 도정질의를 통해 답을 얻은 것은 기존 건물을 다시 리모델링 하는 방안,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의 기존 병실을 리모델링하는 방안, 그리고 기존 병원을 활용해 경기 남·북부에 하나씩 설치해서 운영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하고 있다.”

-새경정이 이렇게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새경정은 나름 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몇몇 사람들(직원)이 공공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해서 몇 가지 문제를 일으킨 것이고 그런 문제는 일반적인 문제에 속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새경정의 채용 비리 문제로 경기도의료원이 감사를 진행했다. 무고(誣告)에 의한 과도한 감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감사실에서 증거 없이 외부에 고발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는 보다 엄격함을 요구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의원께서는 24시간 응급체계를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새경정이 해오던 정책들이다.

“맞다. 24시간 응급체계는 새경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간절하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이 의견을 받아 새경정의 첫 번째 임무로 시작했고 지금도 이 체계는 유효하다.”

-의원께서는 지난 3월 24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전문의 급여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경정 의사들의 급여가 다른 병원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이었다는 의미인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평균 수준이다. 대신 당직비 등의 기본급 외에 몇 가지 수당급여가 전반적으로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좋은 의사를 채용하기 위한 하나의 안 정도로 제안한 거다.”

-그렇다면 왜 급여가 현실화되지 못했던 것인가.

“그건 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급여보다는 새경정의 인권 치료철학에 동의한 전문의들이 들어와 일을 했다. 결국 이들이 다 떠나버렸다.

“인권적 치료를 반대할 의사가 있을까? 되묻고 싶다. 인권 치료는 결국 시간과 인력, 예산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경기도와 같은 공공성을 담보한 기관이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분들이 어디에 있든 새경정에서 하고자 했던 인권 치료를 현장에서 잘 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새경정 전문의와 직원들을 다시 공고해서 채용할 생각인가.

“그렇다. 지금도 채용하고 있다.”

-급여도 낮고 인권치료 철학도 없다면 전문의들이 선뜻 지원할까.

“낮은 급여는 아니었지만, 좋은 의사를 유치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최근 운영위원회를 통해 급여 수준을 이전보다 높였다. 이 질문은 자칫 대한민국의 정신과 의사들이 인권치료 철학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매도될 수 있는 질문이어서 불편하다.”

-의원께서 생각하는 24시간 응급체계는 새경정이 가진 치료 이념이었다. 여기에 어떤 체계가 더 만들어져야 하나.

“첫째,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재난과 위기 상황 시,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둘째는 마을과 협력해 예방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전경.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전경.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병원 개원이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경기도의회가 갓 시작하는 병원 철학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비판보다 지원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도 나온다.

“지원을 안 했더라면 지금의 새경정은 있을 수 없었음을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인권친화적 병원으로 새경정을 응원했던 정신장애인과 가족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소통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에 근거한 평가보다는 다소 일방적인 평가가 있어 보여 안타깝다.”

-경기도의회가 새경정의 인권교육 프로그램 예산마저 삭제해버렸다. 도의회 의원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단순히 인권치료에 대한 무지함 때문만일까.

“아니다. 인권강사를 길러내기 위한 인권교육이 지금 바로 새경정에서 해야할 일은 아니다.”

-의원께서 병원 소재지를 옮겨야 한다는 중장기적 대안 마련을 요청했다. 옮겨야 하는 이유가 뭘까.

“(병원) 진입로의 통행세 격으로 연 6억 원 정도를 용인유지재단에 주고 있는데 이 예산이 오롯이 새경정 자체 운영비에 쓰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건물이 30년이 훌쩍 넘어서 너무 낡아서 계속 쓸 수 있는지 안전진단도 해봐야 한다. 수도 도면조차 없는 상황으로 리모델링 하는 과정도 어려웠다는 단적인 예가 있다. 용인유지재단 토지를 사용하는 한 예산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도의료원이 새경정 김성수 원장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 원장을 다시 복귀시킬 계획은 없나.

“내가 답할 사안은 아니다.”

-새경정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는 건가.

“나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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