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신장애인 공무원 시험 탈락에 항소…"항소심서 지면 대법원에 상고할 것”
[인터뷰] 정신장애인 공무원 시험 탈락에 항소…"항소심서 지면 대법원에 상고할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5.04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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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대리인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서면 인터뷰
정신장애 이유로 직무 능력 대신 정신장애 관련 질문만 쏟아내고 불합격 처리
김 변호사 “항소심에서 뒤집어서 마무리짓고 싶어…패소하면 대법원까지”
원고 A씨 “항소 이유는 저 같은 정신장애인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
김재왕 변호사. (c)김재왕 변호사 제공.
김재왕 변호사. 사진=김재왕 변호사 제공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에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정신장애를 이유로 최종 탈락한 사건이 있었다. 장애계는 이를 장애인 차별로 판단하고 정치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수원지법은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A씨가 화성시를 상대로 낸 불합격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면접과 불합격 처리 과정이 정당했다며 화성시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 당사자로 지난 2012년 정신장애3급 판정을 받은 등록 장애인이다. 하지만 학원강사, 편집 작업 등 비정신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일을 꾸준히 해왔다. A씨는 2020년 화성시 지방공무원 9급 공개채용에서 장애인 대상으로 지원했다.

1차 필기는 무난히 합격했다. 하지만 1차 면접에서 면접위원들로부터 직무 관련 질문이 아닌 정신장애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어 2차 면접에서는 면접위원들이 장애 관련 질문은 하지 않았고 A씨는 최종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화성시가 1차 면접 때 장애 관련 질문은 잘못됐지만 2차 면접에서는 장애와 관련된 질문이 없었기에 ‘하자가 치유됐다’는 이유를 들어 A씨에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자의 치유’는 처음에는 잘못했더라도 나중에 적법 요건이 충족되거나 다시 잘못을 하지 않으면 해당 행위를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법률 용어다.

원고 패소 판정에 장애계는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이 장애를 이유로 한 탈락을 정당화한 것은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뿐만 아니라 장애계 전체에서도 차별금지법의 실질적 작동을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게 장애계 지적이다.

특히 가장 공정해야 할 공무원 시험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한 탈락은 개별성을 넘어 정신장애를 가진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 또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마인드포스트>는 이번 사건의 소송대리인인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를 서면 인터뷰했다. 현재 정신장애인이 법적으로 취득할 수 없는 직업은 산후조리사, 아이돌보미, 수렵면허 등 28개에 이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판결의 사회적 의미는 뭘까.

“특별히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내용이 없다.”

-최종 탈락의 상징성은 장애가 잘못이 아니라 정신장애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신체장애보다 정신장애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차별의식이 작동한 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판부가 어떤 생각에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자의 치유 법리는 행정소송에서 흔하게 쓰이는 법리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대리인들은 하자의 치유가 이 사건에서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했으나 재판부는 달리 보았다.”

-행정소송 외에 형사나 민사소송을 걸 수도 있는 건가.

“형사소송은 해당 사항이 없고 민사소송은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서 차별행위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을 함께 제기했다. 보통 손해배상은 민사소송으로 제기하는데, 행정 처분과 관련이 있는 경우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함께 제기할 수 있다.”

-누구든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지만 내 집 주변에 정신질환자가 살아서는 안 된다는 님비(Not In My Backyard) 의식이 높다. 이번 판결도 그런 의식이 작용한 건 아닐까.

“실제로 그러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행정법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1차 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이 차별이지만 2차 면접에서는 장애 질문을 하지 않아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제가 뭘까.

“1차 면접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있었지만, 2차 면접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없었다. 대리인단은 장애 관련 질문이 있었던 면접은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장애 관련 질문이 없었던 2차 면접은 특별히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서 대리인단도 소송에서 이에 대해 크게 다투지는 않았다.”

-소송 비용도 원고 측이 다 부담하라고 했다.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예정인가.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고, 항소심에서 판결하면서 소송 총비용에 대해 다시 판결한다. 항소심에서 승소하면 소송 비용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여주시 9급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청각장애인이 최종 탈락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차별행위’로 규정했다. 정신장애와 비교했을 때 불평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법리 적용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1심 재판부가 놓친 부분을 지적하면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바뀌리라 생각한다.”

-현재 모자보건법 등 28개의 법령에서 정신장애인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다 없앴는데. 앞으로 이 법령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차별적인 법률이고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취업률은 11%로 장애유형 중 가장 낮다. 이는 가장 가난하다는 의미다. 거기에다 차별까지 받는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에 무엇을 요청해야 할까.

“제가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 계속해서 정신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사회와 통합해서 살 수 있다고 말하고, 행동하며, 투쟁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갈 생각인가.

“항소심에서 꼭 뒤집어서 마무리 짓고 싶다. 만약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한다면 대법원에 상고할 거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신청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

-대법원이나 헌재를 통해 정신장애인 취업 차별 금지라는 긍정적 판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항소심에서 뒤집어서 마무리짓고 싶다.”

-우리 시대는 공정을 화두로 삼고 있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의 사회정치적 공정은 어떤 의미일까.

“정신장애가 있어도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정이지 않을까.”

수원지법에서 패소 판결이 난 그날(4월 21일) 원고 A씨는 자신의 탈락 이유를 법원에 묻게 된 사유로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라며 “단지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이유로 취업이 거부되거나 회사에서 쫓겨나는 일이 실재하기 때문”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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