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원 입원환자에 권리 행사 지원하는 절차조력인 제도 신설” 권고
인권위 “정신병원 입원환자에 권리 행사 지원하는 절차조력인 제도 신설” 권고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2.06.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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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청구 시 권리행사 서류 미비는 권리 침해...즉시 제공돼야
독일은 ‘절차보조인’, 영국은 ‘권익옹호자’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입원, 치료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절차보조인’, 영국은 ‘권익옹호자’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입원, 치료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적장애인 등 정신장애인이 입·퇴원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절히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해당 병원장과 구청장,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병원장에게 퇴원 등 권리행사에 필요한 서류를 입원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할 것과 퇴원 의사를 밝히는 환자에게 서류를 즉시 제공할 수 있게 병원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전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는 지자체장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행정입원의 경우 법적 입원 기간인 3일이 지나 계속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을 때만 가능하게 규정하고 있다.

입원 이후에도 절차조력인을 지정해 의사·판단 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 등 정신장애인에게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객관적 정보와 지식, 정차 진행 과정을 돕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절차보조인’, 영국은 ‘권익옹호자’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입원, 치료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 A(여)씨는 2021년 10월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조현병 진단을 받고 행정입원 조치됐다. A씨는 부친의 기일에 맞춰 퇴원하고 싶다는 메모를 주치의에게 전달하고 수 차례에 걸쳐 퇴원 의사를 밝혔다.

병원 측은 행정입원 환자의 경우 퇴원심사청구서를 첨부해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퇴원신청을 할 수 있으며 해당 서식을 환자가 확보하지 못할 경우 퇴원심사청구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 A씨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병원 측 정신과병동 사회복지사는 피해자가 퇴원하고 싶다고 말하고 퇴원을 원한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를 주치의에게 전달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퇴원심사청구서를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같은 병동 간호사는 병동에 퇴원심사청구서와 인신구제청구서를 비치해 놓을 경우 환자들이 종이접기를 하거나 낙서를 하는 등 훼손하는 일이 많아서 관련 서류를 요청하는 환자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들의 행위가 정신건강복지법이 보장하는 퇴원심사청구권을 제한해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상당수가 지적장애인임에도 입원환자의 기본권 행사에 관한 핵심 정보를 담은 권리고지서를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생산·배포하는 것과 지적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비자의입원 환자에게 입·퇴원 절차를 안낸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절차 보조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이에 다라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련 법규에 근거해 의사·판단 능력이 부족한 환자에 대한 조력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절차조력인의 직무 범위 및 권한, 자격 등을 명시한 별도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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