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주의에서 인권 동반된 재활 중심의 병원으로...국립법무병원, 비전 선포식
엄벌주의에서 인권 동반된 재활 중심의 병원으로...국립법무병원, 비전 선포식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7.18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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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정신질환 치료 무관심에 예산 늘 부족...민간병원의 3분의1 수준 급여
전문의 한 명이 환자 100명 넘게 담당...유인책 없어 의사들 지원 꺼려
조성남 원장 “민간병원 급여의 3분의 2만 줘도 우수 인재 데려올 수 있어”
국립법무병원 전경[법무부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국립법무병원 전경[법무부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정신질환을 가진 범법자들을 계도하는 국립법무병원이 18일 이 병원 대강당에서 국립법무병원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선포식에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을 비롯해 이노공 법무부 차관, 최원철 공주시장, 김매경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장, 김지용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장, 공주시 반포면장과 지역주민들이 참석했다.

국립법무병원은 지난 1987년 치료감호소라는 명칭으로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개청한 후 35년간 범법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올해 7월 5일 치료감호법이 개정되면서 기관 명칭이 국립법무병원으로 변경됐다.

그간 치료감호소는 범법한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하면서 처벌에 무게를 뒀지만 인권이라는 시대적 가치가 개입되면서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두는 병원 철학을 갖게 됐다.

하지만 치료감호소의 만성적 인력난과 투입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전문의들이 꺼리는 병원으로 인식돼 왔다. 현재 국립법무병원 재소자는 1000여 명이지만 이들을 돌보는 정신과 전문의는 2021년 기준 8명(정원 15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이 병원 전문의들이 집단 사표를 내 병원 운영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병원 내 갈등은 법무부가 병원 의사들을 전문가로 존중하지 않고 제대로 된 업무를 지원해주지 않아 전문의들의 쌓인 갈등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정신과 의사 1인당 100여 명을 담당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 민간 병원의 3분의 1 수준의 급여도 전문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하는 정신과 병원 의사 1명당 적정 환자 수는 60명이다. 국립법무병원 의사들은 2배에 이르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셈이다.

조 법무병원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예산 중 76%가 인건비로 나가고 진료에 드는 예산은 16억 원으로 환자 일인당 146만 원 수준”이라며 “이는 치료는 하지 말고 약만 주라는 예산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민간 병원의 3분의 2 정도 정신과 전문의 급여를 맞춰준다면 우수 인재를 데려올 자신이 있다”며 “범죄자 정신분석을 하고 치료하는 게 다른 데서 경험하기 힘들다. 정신의학 연구에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전했다.

국립법무병원 개소는 기존의 엄벌주의에서 재활, 지역사회 일상, 기본권의 보장 등 다양해진 인권 의제들이 제시되면서 여기에 발맞추려는 병원 내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 법무부 차관은 축사에서 “치료감호소 명칭을 국립법무병원으로 변경한 것은 치료 감호의 목적이 수용과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치료감호 환자들의 재범 위험성을 낮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재상 의료부장과 이명자 간호과장이 국립법무병원 직원들을 대표해 ‘법정신의학 연구 중심 기관, 국립법무병원’이라는 미래 비전과 실천결의를 선포했다.

실천결의의 주 내용은 ▲환자의 안전과 인권의 가치 추구 ▲전문적 의료 환경 조성을 통한 환자의 치료·재활과 사회 안전 실현 ▲전 세계 법정신의학계가 주목하는 연구소 구축 ▲범법 정신질환자 치료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병원으로의 도약 ▲민간의 허브 역할 수행을 통한 사법 치료의 전문성 확대 등이다.

조 원장은 “그동안 병동 시설을 현대화하고 MRI·CT 등 특수 의료장비를 도입해 법정신의학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번 행사에서 선포한 비전과 실천결의가 범법 정신질환자 치료·재활과 사회 안전 확보라는 치료감호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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