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응급 환자 입원 시키려 수도권 병원 30곳 돌고 돌아...경찰, 응급입원 진행에 평균 4시간 소요
정신응급 환자 입원 시키려 수도권 병원 30곳 돌고 돌아...경찰, 응급입원 진행에 평균 4시간 소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9.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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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상 의원, 경찰청 자료 분석...잔여 병상 확인 시스템 없어 ‘주먹구구식’
적시 병상 확보 위해 지자체가 나서야...강서구 정신응급 대응체계 조례 모범적
서울경찰청, 10월 중 서울시와 정신응급 합동대응센터 신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경찰에 의한 정신병원 응급입원의 평균 소요시간이 1건당 4시간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를 관할하는 서울경찰청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처리 건수는 총 507건이었다.

이중 경찰이 응급입원 관련 112 신고를 받고 지구대나 파출소 경챁관이 출동해 현장에서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이용 가능한 병상을 찾아 입원시키는 시간이 1건당 평균 4시간 7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응급입원에 의한 입원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정신질환자가 응급으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하고 실시간으로 잔여 병실을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응급입원 건수가 높게 나타난 곳은 강서구 90건, 중구 34건, 중랑구 30건 순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개소에 대한 실시간 잔여 병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중 88개소만이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정신질환자를 위한 폐쇄병동 가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해당 서비스에는 응급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정신질환자를 위한 병동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에 대한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 등 정신응급 상황이 발생할 시 24시간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 운영 사업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8개소 지정을 목표로, 2025년까지 모두 14개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관련 사업에 예산 22억9200만 원을 편성했고 올해 8월 기준 4개소를 설치해 9억500만 원(예산액의 41.1%)을 집행했다.

정신응급 상황의 정신질환자를 적시에 병원으로 이송해 병상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의 경우 2021년에 ‘강서구 정신건강 위기대응체계 구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했으며 2022년부터 관내 병원을 24시간 응급입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정신응급 병상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은 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에 근거한 입원 유형으로 경찰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고 자·타해의 위험이 현저할 경우 경찰이 의사의 동의를 받아 72시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의사는 이 기간 내 환자의 입원 유형을 변경하거나 입원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응급입원에 대응하는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경찰청 내 정신응급입원 지원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의 경우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292건의 응급입원 조치가 발생하면서 경찰관 업무 경감을 위해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보호조치팀을 신설해 운영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올해 10월 중 서울시와 함께 ‘정신응급 합동대응센터’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정신응급 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 연계를 지원하고 야간 및 휴일에는 경찰관이 현장 출동해 응급입원 등을 전담하도록 해 관련 업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양천구에서 응급입원에 실패한 정신질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당시 응급입원이 필요한 환자 A씨를 경찰차에 싣고 입원이 가능한 병실을 찾아 6시간 동안 수도권 소재 30여 개 병원에 전화하고 일부 병원을 방문했지만 병실을 찾지 못했다. A씨와 가족은 그날 자정 무렵 귀가했고 A씨는 다음날 아침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경찰은 정신 응급환자 발생 시 서울과 수도권의 정신의료기관에 전화해 공실을 찾아야 하고 애써 병원에 가도 병실 자리가 없다면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 돌아서야 한다는 지적이 오랜 시간 지적돼 왔다. 특히 병상을 찾지 못해 정신응급 환자가 귀가할 경우 극단적 선택 등의 위험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 정신의료기관과 경찰의 상호 업무 협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정신응급 병상 수를 확보하고 정신응급과 관련해 실시간 잔여 병실 확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병원을 확대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은 보건복지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조속히 실시간 정신응급 잔여 병실 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해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의 사례와 같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정신질환 응급입원 수요를 고려해 정신응급 병상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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