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싸움, 여전히 열악한 환경...천안시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노조 와해 작업과 저항
여전한 싸움, 여전히 열악한 환경...천안시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노조 와해 작업과 저항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3.01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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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자살예방팀 인력, 10명에서 1명으로...정신건강팀은 6명으로 감축
노조 측 “센터 직원들을 소모품 처리하고 집단해고해...책임 물을 것”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서북구정신건강센터장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서북구정신건강센터장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마인드포스트

천안시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서북구센터)가 1일부터 직영으로 전환돼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 노조가 결성된 후 위탁기관이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내부 갈등 5개월 만이다.

앞서 서북구센터 직원들은 지난 2022년 10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원들은 센터 측이 일방적으로 직원 임금을 연봉제로 전환하자 이에 이의를 제시하고 센터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연봉제로 전환될 경우 직원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지고 호봉제인 타 센터와 급여 체계가 달라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게 노조의 이유였다. 보건복지부 지침도 호봉제를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원들의 비판이 진행되자 서북구센터장은 위·수탁 해지를 서북구보건소에 통보했다. 센터장은 서북구센터를 위탁·운영하는 병원의 병원장이었다.

싸움은 길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1월 30일, 서북구보건소와 센터 측은 직원 회의를 소집해 무기계약직 9명을 제외한 다른 계약직은 고용승계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를 노조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에 대한 재계약 거부와 해고 시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통해 운영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지침은 센터 운영규정에도 반영돼 있다.

문제는 기존 직원 23명에서 9명으로 인력이 축소되면서 센터의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북구센터의 사업 종류는 정신건강사업, 자살예방사업, 아동청소년정신건강사업으로 나뉜다. 하지만 직원이 대량 해고되면서 부센터장, 행정 직원 한 명을 제외하면 정신건강팀은 기존 10명에서 6명으로, 자살예방팀은 10명에서 1명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북구센터에 등록된 자살예방 회원은 205명이다. 노조가 결성되기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자살예방팀 사업 수행인력이 1인당 평균 34명이었다. 인력 감축으로 1명의 직원이 200여 명의 등록회원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또 정신건강팀은 노조 결성 전 1인 평균 34명을 관리했지만 직원 해고에 따라 사업수행인력 1명이 64명을 관리하게 됐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27일 노조는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승계돼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해고자의 권리행사를 침해했다며 시의 적극적 개입을 요청했다.

노조는 사업수행 인력이 빈 곳은 공무원이 일을 분담하게 됐기에 센터 사업이 유지된다는 논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센터 사업의 특성상 고유 업무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며 “보건소 공무원이 집단해고 공백을 해소하고 사업의 축소 없이 센터를 운영한다는 건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보건소 공무원이 사업계획 및 평가, 예산 집행, 행정 등의 업무는 가능하지만 보건 현장에서 직접 대상자와 사례관리자를 만나야 하는 전문요원들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자살고위험군 상담, 정신질환자 및 자살시도자 응급출동을 공무원이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노조는 이로 인해 천안시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사업, 자살 유가족 케어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노조는 또 센터가 고위험군 상담의 전문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살예방팀 고위험군 인력을 계약해지하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비판했다. 이는 센터의 ‘괘씸죄’에 걸린 조합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비조합원을 모두 고용승계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서북구센터가 위치한 충남은 2017~2020년 4년간 전국 자살률 1위를 기록한 지역이다. 2022년에는 자살률 2위로 떨어졌지만 자살고위험군이 타 지역에 비해 넓게 분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살예방 인력 증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센터 측이 자살예방 실무자를 기존 10명에서 1명으로 축소해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손세미 서북구정신건강센터 노조분회장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손세미 서북구정신건강센터 노조분회장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서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들이 노조를 결성해 51일간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국민 정신건강 책임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지우고 있지만 정작 종사자들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후 서울시의 정신건강복지센터들 다수가 직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고용 불안정은 여전했다. 오히려 시간선택제 체계에서 임의로 시간을 선택할 수 없게 하고 성과금으로 줄을 세우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연봉제를 강요하는 등 왜곡된 노동을 강요당해 왔다는 게 노조들의 주장이다.

서울 지역 노조들은 “파업 이후 센터 인력은 확충됐지만 전문가의 안정적 고용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은 보장되지 않아 이직하는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다”며 “이런 문제는 서울과 천안에서 가시화됐지만 전국 어느 곳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공공성과 전문성 강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그 핵심에는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을 통해 전문적이고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역주민과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에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센터 직원들의 근무 환경의 개선, 적정한 임금의 보장, 안정적 사업수행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지역 시민들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의미다.

손세미 서북구센터 노조분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지방정부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고위험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상담하고 돌보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계약직으로 채용해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게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서북구센터의 정상적 기능 회복을 위해 천안시가 해법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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