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센터 업무 포화상태인데…갈 곳 없는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들”
“정신건강복지센터 업무 포화상태인데…갈 곳 없는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6.2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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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신건강 심포지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개최
센터 업무 포화에 이어 보호관찰대상자에 대한 두려움도 영향
정신질환자 범죄률 전체의 0.4%…재범률 65.7%
국가가 치료에 얼마나 관여하느냐가 재범률 낮춰
한국 초발정신질환 조기발견률 OECD 하위 수준
정신질환의 부정적 인식 개선이 치료 만족도 높여
교도소 정신질환자들 정신과의사 부족으로 치료 못 받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저조
센터와 보호관찰소의 상호 업무 이해와 협업 중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호관찰소의 협업과 대안을 모색하는 2019 사법정신건강 심포지엄이 21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열린강당에서 열렸다.

발제에 나선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치료처우과장은 “2017년 정신질환자 범죄 개관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0.6%였다”며 “그런데 비정신장애인이 재범을 할 비율은 50%인데 반해 정신장애 범죄자의 전과자 비율은 66.2%였다”고 밝혔다.

그는 “치료적 사법 이념이 범죄인의 처벌에 그치지 않고 범죄 원인에 대한 치료적 개입을 보장해 정신장애 범죄인의 사회적응과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범죄를 하게 된 심리적·사회적·신체적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개별 범죄인에게 적합한 처우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격리 대신 사회 내에서 보호관찰 대상자를 치료하는 것은 복지부의 소관이며 이들은 일반 시민과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며 “국가가 치료에 얼마나 관여하는가가 치료의 조건이고 이게 안 되면 재범률을 낮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4월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 안인득의 경우 20대 초반 조현병이 발병했지만 사고는 30대에 발생하기 시작했다. 상태가 나빠졌지만 국가의 개입은 없었다.

국가가 치료에 얼마나 관여하느냐에 따라 재범률 낮춰

윤 과장은 “우리나라의 초발 정신질환 조기 발견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하위 수준”이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 개시로 지속적 치료를 해야 하며 사후 관리로 연계되고 국가보건의료정책이 있을 때 범죄 예방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국민 정신질환 인식개선이 노력이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감소하고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 경험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게 윤 과장의 설명이다. 영국은 치료 절차와 내용 등의 문제에 대해 꾸준히 개선점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범죄가 중하지 않으면 검찰이 기소유예를 하고 사회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을 보호관찰의 조건으로 넣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신과 치료를 잘 받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신장애인 수용자들은 교도소 내 정신과 의사가 없어 제대로 된 치료가 안 되고 있다”며 “정신과 전문의를 교도소에 파견해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 현황을 보면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5460명이다. 이중 3312명(60.6%)가 현재 계속 치료 중이다. 또 치료명령 대상자는 771명으로 현재 계속 치료 중인 자는 743명(96.4%)에 이른다.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치료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병원이 74.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의원 20.9%였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률은 1.7%에 불과했다.

윤 과장은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정신건강복지센터 관할 지역에 얼마나 있고 이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할까를 계획할 수 있게 보건복지부와 보호관찰소의 관계를 강화하고 협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정신과 기술서기관은 “보호관찰제도는 범죄를 저질러도 죄가 경미하면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형을 유예해 주는 제도”라며 “적극적으로 갱생시키고 사회복귀를 가능하게 해 범죄성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진 대표적 사회 내 처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보호관찰제도는 1988년 제정됐다. 미국의 경우 관련 제도는 1869년에 입법화된 것과 비교하면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이 제도는 이후 사회봉사제도, 전자감독제도, 성충동 약물제도, 전자발찌 부착 대상 확대, 치료명령제도 등으로 제도의 범위를 확대해왔다.

복지부와 보호관찰소 관계 강화하고 협업 구축해야

소 서기관은 “내가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면 요즘은 정신질환자를 데려오는 사례가 많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안인득 사건 등이 터지면 사회적 공포가 확산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도록 여론이 조장된다”고 말했다.

2017년 정신건강인식조사에 따르면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질문에 국민의 83.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42%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11.2%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소 서기관은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매우 저조한 것을 의미한다”며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정신질환자의 낮은 의료 이용률을 초래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교정당국에 의해 보고되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수는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소 서기관은 이를 “탈원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수감자의 13%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고 정신질환 전체의 유병률은 24%로 일반인의 4배 이상이다.

2013년 한국의 범죄율을 보면 127만 건의 범죄가 발생했고 이중 정신질환자의 범죄 건수는 5241건이었다. 전체의 0.4%다. 하지만 정신질환 범죄자의 전과자 비율은 65.7%로 전체 범죄자 재범 비율 41.7%보댜 높았다.

또 같은 해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정신건강 실태 연구에 따르면 재소자의 15.1%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거나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문제 유형으로는 높은 자살 사고(33.6%)와 알코올 남용(39.1%)이 가장 많았다.

소 서기관은 “교도소 내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치해 정신과 전문의 및 전문인력이 직접 수용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고 문제 유형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의학협회저널 JAMA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이 없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 위험성은 일반인의 1.2배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이며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이 있으면 그 폭력성은 4.4배 증가했다. 자살 역시 그 같은 상황에서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약물과 알코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알코올·약물 개입이 정신질환 재범률 높여

소 서기관은 “지역사회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의사-환자 관계라는 전통적 협의의 치료관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지역 내 거주하는 정신질환자의 증상 조절과 지역사회 적응이라는 광범위한 목표를 위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구성원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예방적·치료적·재활적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호관찰소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보호관찰소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및 사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사례관리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데다 정신질환 범죄자, 특히 남성 범죄자를 대면 상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양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특정범죄자관리과 서기관에 따르면 중증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의 지역사회 관리 실태의 경우 대상자에 대한 정신건강복지센터로의 단순 명단 통보가 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상담 28.6%, 치료비 지원 5.5%, 재활프로그램 4.8% 수준으로 구성돼 있다. 보호관찰 서비스 대상자의 서비스 수혜 건수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서기관은 이의 원인으로 “기관 상호간 제도와 대상자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고 정신건강서비스 기관의 업무량 대비 자원이 미흡한 점, 포화 상태인 정신건강서비스 기관의 업무량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범죄자 중 격리되는 수는 많지 않고 언젠가는 사회도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사회에 부적응하면 범죄자로 다시 수감돼 부정성은 더 커지게 된다”며 “보호관찰제도는 대상자를 수용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국가가 일부만 개입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게 핵심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김 서기관은 “보호관찰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협업하고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며 “한 기관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양 기관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접근하고 정보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동관리 원칙으로 서비스 배제가 아닌 중첩과 강점의 결합, 정보의 공유와 공동사례회의, 슈퍼비전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토돼야 할 문제는 보호관찰 등 등록 지시를 보호관찰관이 할 경우 대상자의 자기결정 원칙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것”이라며 “대상자 정보 공유 범위의 경우 비밀 보장의 원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서비스 수행 자원의 확보와 서비스 대상의 우선순위가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보호관찰소에서 센터로 대상자를 의뢰할 때 동의를 하지 않아도 등록을 위해 만나기만이라도 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온다”며 “너네가 만나서 어떻게든 대상자를 파악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남성 범죄자이자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

그는 “보호관찰대상자라도 지역주민이고 정신질환이 있으면 센터의 사례관리 대상이 된다”며 “협업은 기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보호관찰소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 코드가 있으면 모두 등록, 사례관리, 프로그램 연계라는 일정한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질환에 대해 센터가 모든 서비스가 준비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센터에서 하기 어려운 역할에 대한 합의하고 가능한 기능과 역할을 서로 결정하는 등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동대문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 현장에서는 진주 사태 이후 사례관리 부담이 가중된 상태”라며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현 상태에서 적절한 준비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질환 보호관찰 대상자 정보를 통지하는 것에 대한 실무진의 불안과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어떻게 정신질환자를 치료 영역으로 데리고 와서 치료하는지, 치료 비용 지불은 어떻게 되는지, 보다 강제적인 치료 지시가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이 일선 정신보건 및 진료 현장에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호관찰 대상자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도 중요하다”면서도 “우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가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서울준법지원센터 강력범죄과장은 “치료감호소 출소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준수사항 위반 여부에 대한 보호관찰관의 통제적 접근뿐만 아니라 재범 위험 요인인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관찰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협력 실태와 관련해 “교도소 수용자, 병원 입원자를 제외하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을 대상자의 숫자가 많지 않다”면서도 “대상자의 거부적 태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량 폭주 등으로 센터와 적극적인 협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의 해결책으로 “보호관찰소는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 1~2명을 추천받고 추천받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보호관찰소로 출장을 오는 방안이 있다”며 “이 전문요원이 치료감호소 출소자를 상담 진행하다가 대상자가 안정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판단될 경우 기초 단위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이관시켜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치료감호소 1개월 이내에 주거지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고 상담, 사례관리 등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난색을 표하거나 대상자가 센터 출석에 거부적 태도를 취할 경우 효과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적극적 치료 필요한 대상자에 진료 체계 마련해야

윤미경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치안의 전문가도 아니고 공권력도 없고 방어권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각 부문의 기관들과 부처로부터 대상자의 의뢰와 연계를 센터에 요청하는 구조로 인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가 포화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등록 대상자들에게 2인 1조 방문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부여되는 의무와 책임만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현장을 떠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보호관찰이 종료된 대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치료유지가 필요하다면 별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법무부에서 정신건강전문가 배치 인력 확대와 지역사회 내 범죄 이력과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대상자들을 위한 정신건강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가진 업무 포화와 법집행 권한 없이 보호관찰 대상자를 사례관리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지만 “강제권도 부여받지 못한 상황에서 범법자에 대한 직무수행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면 이들은 지역사회의 주민이 아닌가라는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의 정신건강 문제도 다 커버를 못하는데 법집행 기관 휘하의 대상까지 보살피기는 역부족”이라며 “부처간 협업은 서비스에 대한 재정적·인적 지원의 할당이 분명하게 이뤄져야 현실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은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법무부 서울준법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했다. 6월 한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된 이 심포지엄은 오는 26일 최종 심포지엄이 열린 뒤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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