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사회복지사업법의 정신장애인 자격 제한 조항의 즉각적 삭제”
“결론은 사회복지사업법의 정신장애인 자격 제한 조항의 즉각적 삭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2.22 2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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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업법 정신장애인 자격 취득 차별 문제 토론회
국제법·헌법·장차법 이념과 결격 조항은 충돌해
차별금지와 사회참여 이념에 위배되는 조항
고용 불평등은 정신장애인의 부정적 정체감 불러와
정신장애 자격 취득 차별 막기 위해서는 평등한 조건 필요
정신장애인 자격 제한은 사회복지사 윤리강령과 충돌해
정신장애인 직업 기회 박탈은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

지난 2018년 4월 사회복지사업법이 시행됐다. 그런데 이 법 제11조2항 5호는 사회복지사의 자격 기준을 비정신장애인으로 규정해 정신장애인의 자격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정신과 전문의가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다고 인정할 경우 자격 취득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의 직업적 진출을 가로막는 사회복지사업법의 한계와 정신장애인의 자격 제한 조항에 대해 삭제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온라인 토론회가 22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발제를 맡은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사업법의 정신장애인 차별 조항은 국제적 이념의 흐름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조항에서 모두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91년 유엔이 채택한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 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Principles for the Person with Mental Illness and Improvement for Mental Health Care·MI 원칙)이 정신장애를 근거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삶의 권리, 기본권이 침해당했을 때 이의제기나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

또 2006년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원칙 역시 모든 인간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점도 인용했다.

강 교수는 “MI 원칙이나 장애인권리협약 원칙에서 볼 때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항 5호는 인권의 기본적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차별 금지와 기회의 균등, 사회 참여라는 통합적 이념에 위배되는 조항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법의 경우 헌법 10조는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또 11조는 평등, 15조는 자유를 명시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 6조는 장애나 과거의 장애경력, 장애가 있다고 추측됨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역시 2조 기본 이념으로 정신질환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했다.

강 교수는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항 5호는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정신건강복지법 조항에 비쳐 타당한 것인가”라며 “헌법의 평등과 직업선택의 자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스티그마(낙인) 인식도 사회 구성원에 부정적 인식을 끼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고용과 주거에서 차별을 받게 되며 이를 내면화하는 정신장애인은 적극적으로 고용의 기회를 추구하지 않거나 효능감과 자존감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나타나는 정신장애인 차별 조항은 자격 제한인데 이 자격 제한은 당연히 고용의 불평등으로 연결된다”며 “이 고용 불평등은 소득과 주거 불평등으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지위 격차와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복지사업법 상의 법적 자격 제한은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을 초래하고 이러한 배제와 불평등은 스티그마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반복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의 성격은 절대적 유형과 상대적 유형으로 나뉜다. 절대적 유형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개인의 업무 수행 능력과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자격이나 면허를 취득을 금지하는 방식이다.

상대적 유형은 적극성과 소극성으로 나뉘는데 장애가 있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 상대적 적극적 유형이고 장애가 있어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 상대적 소극적 유형인데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의 자격 제한은 상대적 적극적 유형에 해당한다.

강 교수는 “이 상대적 적극적 유형은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항”이라며 “캘리포니아의 경우 면허와 관련해서 신체건강이나 정신건강, 물질 남용 이력에 대해 질문하는 자체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이념적으로 접근해도 이 상대적 적극적 자격 제한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론적 대안은 자격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격은 배제와 차별이고 이게 사회구성원에게 수용되고 강화돼 왔다”며 “결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상생의 공간이 아닌 경쟁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격은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고 결격이 안 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우월하게 하는 제도”라며 “결격은 강자가 만들어낸 사회심리적 메커니즘이며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제 교수에 따르면 현행 우리 법률에는 400여 개의 결격 조항이 있다. 제 교수는 “이는 우리 사회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적인 사회이고 상호 배척하는 사회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애인 결격을 보면 장애 자체가 은폐된 형태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배제했다”며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이었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결격 조항은 배제와 차별을 드러냈을 뿐 장애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 장애운동은 야만적 자본주의로 인해 상실된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정책으로 역사의 희생자였던 장애인에게 적극적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으로 보상해야 할 시점이지 차별을 강화하는 시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정신질환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자격 부여 여부를 다른 사람과 평등한 조건 하에 결정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정신장애인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사업법 상 자격 제한 대상은 정신질환 외에도 피성년후견, 피한정후견, 향정신약품중독자 들도 포함된다.

제 교수는 “피성년후견, 피한정후견을 이유로 자격 결격에 넣은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후견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자격 취득이 결격된 희생자인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배제를 합리화하는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향정신약품중독자의 경우 중독의 배경에는 개인에 대한 제재와 비난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회걱 가해와 개인의 피해가 자리잡고 있다”며 “배제와 차별이 아닌 평등한 대우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장애인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치료받고 있는 정신장애인, 치료받지 않는 정신장애인, 과거 정신질환자 등이 포함된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화된 정신장애인은 3등 시민으로 다시 공동체의 희생물로 남게 될 것”이라며 “결격은 정신장애인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자 방해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환으로 업무 수행 능력이 없을 때는 치료를 받게 하거나 휴직을 권고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환으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그때 해고하면 된다”며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항 5호는 단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에 따르면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제정에 앞서 2014년 보건복지부는 관련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용역 결과에 맞춰 2018년 이 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그는 “내용을 보면 정신장애인의 사회복지사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가 명쾌하지 않았다”며 “유사한 휴먼 서비스인 요양보호사, 조리사, 교직원, 한의사, 의사, 간호사 등 조직들에게서 자격 제한을 기존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업법에도 정신장애인 자격 취득 제한을 둬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한 것으로 특별한 논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은 “정신장애인이 사회복지사로 자격을 발급받은 후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일탈적 행위를 한 게 검증된 게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용역의 결과만을 갖고 자격 제한을 반영한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복지사업법이 2018년 4월 시행된 이후 한 달 뒤인 5월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복지사업법에서의 자격 제한에 문제가 있다는 개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졸속 입법이었다는 지적이다.

신 부회장은 “사회복지사는 윤리기준 상 경제적 지위, 정치적 신념, 지위를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신장애를 이유로 자격을 제한하는 자체가 사회복지사 윤리 강령에 충돌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을 딴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면 2018년 이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윤리 강령을 어긴 사례가 있느냐의 문제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신 부회장은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들이 그 기간 한 명도 문제를 일으키거나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다.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있으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격 취득 후에 문제가 있다면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사 자격을 통제하는 장치들이 있다”며 “그러면 휴직 등을 권고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진입을 막는 건 반인권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근거가 명확해야 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침해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정신과 전문의 소견서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1항의 정신질환자 범주가 모호하고 판단 주체가 불명확한데 전문의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자격 제도 규정이 소급되지 않도록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역할에 변화가 생겼고 잠재적 욕구도 증가하는데 법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질환이 심해지면 아무 일도 못한다. 시험도 볼 수도 없다”며 “굳이 결격 조항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병을 하면서 자격 시험을 공부하고 취득할 수 있다면 회복을 의미한다”며 “오히려 격려하고 투병 와중에 자격을 취득한 당사자를 옹호하지 않고 정신장애가 있느냐 없느냐로 결격 조항을 만든 건 슬픈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의 직업의 권리까지 획일적으로 법으로 규정해 직업 기회를 박탈하는 건 당사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 정신보건 현장에서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2018년 법 시행에 정신장애인 결격 사유를 넣은 것은 결격 조항이 무용하며 오히려 부작용만 낳는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는 당사자로서 동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비장애인 사회복지사와 당사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사자의 강점과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당사자가 도전하기 적합한 직업의 한 유형”이라며 “정신질환으로 사회적 약자의 아픔과 고통에 더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을 지원하는 강점이 있는데 병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사를 못하게 결격 사항을 규정한 것은 사회적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사회복지사 자격으로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는 많은 당사자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결격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며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할 사회복지 분야에서부터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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