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정신건강...“시설 장애인과 노인들 지역사회로 돌아와야”
코로나 이후의 정신건강...“시설 장애인과 노인들 지역사회로 돌아와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12.16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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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민 정신건강 ‘코로나19 마음 면역’ 토론회 개최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로 변할 것
팬데믹에서 자의식 커지면서 타자인 이웃 돌아보게 해
팬데믹은 종식 아닌 통제와 조절...긴 호흡으로 시대 조망해야
감염병에 대해 알수록 불안감 줄어...전문 지식 학습해야
불확실성의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필요
코로나 시대에는 투자보다 분배의 정의가 필요
연대의 정신에 기반해 사회적 민주주의 강화돼야

“지금은 누군가를 비난하고 미워하기가 너무 쉬워진 시대입니다. 교회 발, 광화문 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정치는 시민들에게 규율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하고 때로는 명령을 해야 좋은 정치의 시대를 살 수 있어요.”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안양시민의 정신건강 ‘코로나19 마음 면역’ 온라인 토론회가 16일 진행됐다. 최대호 안양시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전덕인 안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송재룡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속화된 사회 변화와 관련해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표현할 때 떼지어 몰리는 문화라고 표현하는데 이 거리 두기가 오래 지속되면 집단주의 패턴이 개인주의 패턴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재룡 교수는 “코로나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한국 사회가 부족했던 개인주의적 문화 패턴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며 “이는 긍정적 측면으로 이를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이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위험이 닥치면 한국 사회는 집단적 협력과 통합, 연대의 문화적 특성이 나타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집단적으로 뜻을 모아서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시민은 이 병이 타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심리 정서를 형성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코로나로 얻는 것은 국민 스스로가 혼자 독립할 수 있는 존재감이 커진다”며 “자의식이 커지면 타자를 인식하게 되고 인정하게 되면서 염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은 본성상 혼자 있지 못하고 늘 관계를 맺으려 한다”며 “코로나19로 고립된 생활을 할수록 외로움보다는 고독이라는 관점의 승화된 감정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덕인 안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급성 스트레스는 빨리 해결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문제는 만성화된 스트레스”라며 “회복이 안 되고 나쁜 후유증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 중차대한 문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의 낙인 효과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대해 전덕인 센터장은 “이 사람이 원인이 돼서 주위에 감염병을 전파한다고 비난과 낙인이 많았지만 그들도 피해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할 때 회사에 확진자가 나타나서 검사를 하러 왔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확진자를 원망하지 않고 그냥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며 “사회가 포용해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문 센터장은 “두려움에 무지가 개입하면 혐오가 된다”며 “코로나가 치명률이 낮고 면역력을 기르면 좋아진다는 걸 알게 되면 혐오가 줄어들고 치료가 되면서 낙인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언제쯤으로 보느냐는 최대호 시장의 질문에 대해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은 종식이 어울리지 않고 통제와 조절이 어울린다”며 “백신이 도입되고 맞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시대를 조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문 센터장은 “코로나 이후로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새로운 질병이 기다리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봐야 한다”며 “종식이라는 말 대신 불확실성의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의 심리적 불안감 해소 방법에 대해 “병적인 불안인지 조절이 가능한 불안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일반적 불안이면 받아들이고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불안이라고 설명해 주고 통제할 수 있다면 그건 정상적 불안이라고 말해 줘야 한다”며 “많이 알수록 불안감이 줄어드는 만큼 코로나에 대한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권했다.

그러면서 “소통의 방식은 떠들썩한 것보다는 일대일의 작은 소통이 중요하다”며 “찾아가는 정신과 의사가 동사무소에 사람들 10명 정도 모아서 얘기해 주면 불안을 줄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코로나19는 100년 만에 온 세기적 사건인데 역사는 무엇을 기록하냐면 결과가 아닌 과정을 기록할 것”이라며 “어떻게 비워가고 어떻게 용서하고 어떻게 화해했는지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팬데믹 사회에서 스트레스 해결 방법과 관련한 질문에서 전득인 센터장은 “코로나를 이해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취미 생활 등 가족 관계를 새롭게 해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송재룡 교수는 “우리 사회 특징 중 하나는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친밀도가 낮다는 점”이라며 “가족 구성원끼리의 운동문화, 놀이문화가 형성되면 가족 간 대화의 언어의 층이 친밀해지는 문화적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의 확산과 이에 대처하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질문에 전덕인 센터장은 취약한 계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상대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취약성을 가진 계층이나 기저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적 스트레스를 견디기가 힘들어서 잠재적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환자들의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문 센터장은 “홍수가 났을 때 상류 지점의 정책과 하류 지점의 정책이 다르다”며 “모든 정책을 정책적 지원이 무너지는 집단에 직접적인 서비스가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류 지점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에 우선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정신건강 문제와 자살 예방 정책은 단순한 보건정책이 아니고 사회적 정책이라는 걸 시장이 연설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득인 센터장은 최근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한 추세와 관련해 “코로나 이후 경제적 문제가 지속되면서 자살률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연령층과 성은 20대 여성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재룡 교수는 20대 여성의 계층적 특성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여성은 종속된 문화로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 지금은 독립적이고 자존적인 여성과 같은 담론이 많이 생산됐다”며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고 활용할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20대 여성 계층이 가진 특수한 괴리 때문에 자살률이 높아졌다”며 “다음 세대를 이어갈 어머니로서 20대 여성에 대한 지방과 중앙정부의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대호 시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손실로 고생하고 있다”며 “방역을 하다보면 소상공인이 어렵고 소상공인을 살리려다보니 높은 수준의 방역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특정한 세대와 기저질환자에게 리스크가 집중되면 그 위협을 모든 사회가 노력해서 낮춰야 한다”며 “연대의 정신이 기본 정신이고 정치사회적 민주주의가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분배의 정의가 가장 필요하다”며 “뉴딜 같은 투자보다는 전쟁 중이니까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존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복지, 분배가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송재룡 교수는 “임대료도 못 내고 쫓겨나고 소송이 생기는데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별적 차별 지원을 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개인에게 의생명과학을 교육해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문 센터장은 “핀란드는 복지 중에 교육에 집중했다”며 “안양시도 평생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무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화폐 활용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자원이 부족한 시대는 효율이 최고”라며 “사회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효율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홈케어 프로그램은 매일 전화를 해 ‘내가 간호사 혹은 의사 누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전화를 받는 이는 내가 혼자 남겨져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 보건소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며 “시의 공적 역량들을 보건소 역량 강화에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문 센터장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투명하고 일관되게 하면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어려울수록 휴먼 서비스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비대면 중심의 뉴노멀(New Normal) 사회가 온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면은 인간의 본성으로 지혜로운 노멀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새로운 노말은 요양병원의 경우 비정규 돌봄 노동자들이 몸이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라며 “요양시설의 노인들이 마을로 돌아올 수 있는 사회, 집단적으로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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