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7년, 영국의 런던 남부에 베들렘 왕립 병원(Bethlem Royal Hospital)이 세워집니다. 영국 최초로 정신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이었죠. 이 병원은 '난리법석' 혹은 '아수라장'을 뜻하는 단어, 베드람(Bedlam) 병원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1970년대에 병원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정신적 고통을 겪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베들렘 갤러리(Bethlem Gallery)를 열었죠. 많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에는 베들렘 마음의 박물관(Bethlem Museum of the Mind)이 개관했습니다. 이 박물관은 ‘정신질환과 예술’이라는 특이하고 새로운 주제로 운영되다 보니, 2016년에는 '올해의 박물관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비록 코로나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이 박물관에 갈 수는 없으나, 홈페이지의 3D 입체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도 컴퓨터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아쉽게도 홈페이지에서는 박물관의 일부 전시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 박물관을 함께 구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외관의 모습입니다. 런던 교외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2개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엔 특별전과 기념품 판매점이 있고, 2층에는 3개의 전시실이 있다고 하네요.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양쪽으로 드러누운 두 사람의 동상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melancholy medness’라고 써있네요. 아마 우울장애를 가진 사람을 나타낸 동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동상은 본래, 병원의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오니, 동그란 난관 테두리에 사진과 함께 무언가가 써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1247년, 베들렘 왕립 병원 개업년도부터, 2015년 박물관 개관까지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네요. 계단 위에서 이렇게 각 원을 클릭하면, 역사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고양이 그림은 영국인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웨인(Louis Wain)의 작품이라고 해요. 루이스 웨인은 1880년에 태어나 1939년에 사망한 영국의 미술가로, 주로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일부 의사와 심리학자들은 그가 말년에 그린 고양이 그림들의 특성을 보며, 조현병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는 1924년, 투팅에 위치한 스프링필드 정신병원의 빈민병동에 수용되었고 1년 후에는 이곳, 베들렘 왕립병원에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의 특징이라면, 방문객들이 각 작품에 대한 소감이나, 의견을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정신 질병에 대한 지식이 있고,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어떤 방문객은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정신병으로 자살하는 사람은 약한 것이 아니야. 살고 싶다는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마저 꺾을 정도로 매우 죽고 싶은 병에 걸린 거지.”
이 사진 속 도구들은 입원한 환자들의 능력을 테스트 하는 도형 조각물입니다. 테스트 결과를 기록하는 보라색 노트도 함께 있네요. 또한 매칭 게임을 통해서도 환자들의 능력을 테스트를 했다고 합니다. 기자도 조현병 발병 초기, 대학병원에서 이와 비슷한 도구로 테스트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노트에는 환자의 능력뿐 아니라, 사진과 증상에 대해서도 기록합니다.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민들이 있는지, 정신병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병원에서 심리 검사할 때 주로 볼 수 있는 데칼코마니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말을 하느냐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겠죠.
가끔 병원에서 환자들이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벽에 머리를 박아 자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안을 패드로 둘러싸기도 하죠.
환자의 방을 감시할 수 있는 구멍입니다. 환자를 죄수처럼 다뤘다는 것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박물관은 환자들의 자해나 위협적인 행동을 막기 위한 압박복(사진 좌)도 전시해 두었습니다. 자해나 위협적인 행동이 더 심해지면, 금속과 가죽으로 만들어진 구속도구(사진 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병원에서는 이런 도구들을 숨기고 싶어 할 텐데, 가감 없이 박물관에 전시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만큼, 박물관이 나타내고자 하는 취지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죠.
뇌에 전기를 흘러보내는 장비입니다. 언뜻 보면 고문하는 도구처럼 보입니다. 예전에는 전기로 정신질환을 낫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때 쓰인 치료 도구들이죠.
박물관은 퀴즈 형식의 체험 공간도 있습니다. 질문이 “정신질환으로 자살 시도를 하고 병원에 입원했던 한 여인이 있는데, 당신은 그 여인과 주말을 함께 집에서 보낼 수 있는가?”라고 써 있는거 같네요. ‘예스’나 ‘노’ 버튼을 선택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고 또 다른 질문에 선택을 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뿐 아니라, 당신이 의사라고 가정했을 때,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결정에 대해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전시가 끝나가는 공간에서는 회복(RECOVERY)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각자 회복에 대한 관점과 생각이 다르겠지요.
그리고 사진집을 통해 여러 환자의 입원 당시의 모습과 회복 후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오네요.
크기와 배치가 전혀 조화 되지 않는 가구와 물건들이 보입니다. 이 방은 어느 환자의 망상 세계를 실제 세계로 표현한 특별 전시관입니다. 망상에 대해 백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환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박물관에서 빠질 수 없는 팜플릿과 책도 소개하고 있네요. 비록 지금은 갈 수 없지만, 훗날 영국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Bethlem Museum of the Mind
Bethlem Royal Hosp,
3BX ,, Monks Orchard Rd,
Beckenham BR3
■ 자동차 : 런던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 시간. 부지 내에 주차 가능.
■ 대중 교통 : 런던 브리지 역 ⇒East Croydon Station 역에서 하차. 버스 198 번 승차, Monks Orchard Road 역 하차, 도보 7 분.
휴관일 등은 웹 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museumofthemind.org.uk/
* 박물관 3D 입체 관람 사이트 링크
https://my.matterport.com/show/?m=z5sTwMgyHS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