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진단명을 정치 영역에서 비하하는 부끄러운 정치인들에게
정신장애 진단명을 정치 영역에서 비하하는 부끄러운 정치인들에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3.0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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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윤희숙 의원의 ‘정신분열’ 발언에 대한 마인드포스트의 입장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을 두고 “정신분열적 (대일 외교)”라고 말했다.

조태용 의원은 지난 1일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이 같은 수사를 날렸고 이어 2일에는 윤희숙 의원이 조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를 비판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정치인들은 정치 영역에 자꾸만 정신장애 진단명을 인용해서 정부와 상대 정당을 적대적으로 희화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당신들이 소환한 정신장애 진단명은 정치적 조롱과 모욕, 희화화의 의미로 너무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그래서 기자는 지금, 당신들에게 욕을 퍼붓고 싶다.

지난달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이 정부 사안에 대해 비판적 입장의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추진’ 문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을 비판하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발언했다.

정신장애계가 들고 일어났고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사과를 했다.

2019년 9월에는 박인숙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제가 의사인데 조국 이 사람은 정신병이 있다”며 “성격 장애,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걸 죽어도 모른다”고 발언해 역시 정신장애계의 집중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사과했다. 이같은 정치적 모욕 발언은 여야를 떠나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재현돼 왔다.

우선 기자는 당신들의 정치적 발언이 특정 인구집단을 모욕하고 인격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를 나왔다. 조태용 의원 당신은 외무고시에 합격해 35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고 북미 국장을 거쳐 외교부 제1차관까지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안보실 차장을 지냈다. 이후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을 거쳐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됐다. 윤희숙 의원 당신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이어 국민의힘 서초구갑 지역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삶이란 당신들 같은 존재들에게는 화려한 무엇인지 모르겠다. 일류 대학을 나와서 ‘꽃길’만 걸어온 당신들이 희화화의 대상으로 오래 표상돼 온 정신장애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자칭 서울대학교를 나왔다고 거드름을 피우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당신들은 혹시 학창 시절에 공부 못하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가난이 어떤 의미인지, 장애로 인한 낙인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 생애에서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고 배려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기득권으로 뭉쳐진 이너 서클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민중을 ‘개·돼지’로 인식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윤희숙 의원 당신이 임차인이라는 국회 5분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선거 출마를 위해 성북구의 집을 임대하고 서초에 전세를 얻을 정도면 가진 자의 위치에 있지 않은지 검열해 보기 바란다.

당신들의 학벌에, 당신들의 축적된 부(富)에, 당신들의 비장애인됨에 비쳐보면 어쩌면 이렇게 삶은 불공평한 것일까. 그리고 당신들은 어쩌면 이토록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똑같은 것일까. 정신장애라는 병리적 영역에 대한 당신들의 낙인찍기는 당신들이 권력을 누리며 살아오던 동안에 축적된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 본 적도 없고 돈이 없어서 쩔쩔매던 기억도 없고 집이 없어서 떠돌아다녀야 했던 시절도 없었고 정신적 질환으로 부당하게 정신병원에 들어가 청춘을 잃어본 적도 없고 온실 속에서 권력을 맛보면서 살아온 당신들의 그 삶의 과정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 한 번이라도 반성적 사유를 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정부 정책에 대해 야당이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다. 그런데 거기에 정치와 관련없는 정신장애 진단명을 꼭 갖고 들어가야 했을까. 그렇게 ‘정신분열’이라고 지칭해야만 정치적인 의미와 힘을 가지는 것일까. 지금 조태용·윤희숙 당신들에게 ‘정신병자’라고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정치적 행위에도 규칙이라는 게 있을 거다. 바로 약자에게 낙인을 찍는 정치적 발화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회적 약자이자 잠재적 위험성으로 분류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해 정치가 이들의 인권과 권리를 옹호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질환명을 이용해 적대적 상대를 공격하는 것만큼 비열한 짓이 있을까.

그래서 조태용 당신은 ‘정신분열’ 용어를 사용하고 속이 시원했는가. 그리고 그 발언 이후 다시 한 번 차별과 낙인의 자리에 소환돼야 하는 정신장애인의 삶은 함부로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당신들은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고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골방에서 울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생각했다면 적어도 그런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호의호식하며 살아왔고 약자와 가난한 자들의 삶의 문제를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이라면 공적 상황에서 발화되는 자신의 발언이 약자와 소수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도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조태용 당신의 언급처럼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문 정부”라면 이성적 용어로 비판하고 대안을 생각해야지, 왜 아무 죄 없는 정신장애인의 진단명을 갖다붙이면서 희화화하느냐 말이다.

기자는 당신의 발언에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동시에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조태용·윤희숙 두 사람에게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짓밟은 ‘인권의 적폐’로 부르고자 한다. 성찰하고 사과하라.

그리고 당신들이 ‘정신분열’이라고 지칭한 정신장애 진단명은 오래 전에 ‘조현병’으로 바뀌었으며 현재 10만 명의 등록 정신장애인이 있다는 점도 알리고자 한다. 그리고 인권과 존엄을 위해 저항하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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