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에 직계가족 포함시켜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에 직계가족 포함시켜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4.08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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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중증장애인 돌봄 기피..돌봄 사각지대 발생
지원 자격 선정 기준도 신체장애 위주로 돼 있어 어려움 겪어
장애 특성 가장 잘 아는 가족이 활동지원사 돼야

중증 장애인 활동지원사에 직계가족이 포함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최근 연달아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같은 활동지원사에 직계 가족 포함 요청은 요 몇 년 간 수차례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정부 답변에 필요한 20만 명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잊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올라온 청원에 따르면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청원인 A씨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중증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기피하고 있으며 그나마 선정 기준조차 신체장애 위주로 돼 있어 발달장애인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활동보조는 활동지원사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신체활동, 이동 보조 등 자립생활을 지원해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장애인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고 일대일 간병이 가능해 장애인 거주시설의 대안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활동지원사들이 노동력과 관심이 많이 들어가는 중증 장애인보다 경증의 장애인을 선호하고 있어 중증 장애인 가족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원인 A씨는 장애인 활동보조 선정 기준표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신체가 건강한 지적장애인이 잘 걸을 수 있고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다닐 수가 있지만 그건 기능적 의미일 뿐”이라며 “집이 어디인지, 학교가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갈 수 없고 걷다가 힘들면 길에 눕거나 차도에 뛰어드는 부분을 선정기준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지적했다.

또 “신체 건강한 지적장애인 아이는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다”면서도 “배변 활동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수시로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고 옷을 입고 벗는다는 개념이 없어서 사람들 많은 곳에서 옷을 벗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신체장애 위주의 기준표 자체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고 발달장애인을 소외시키는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A씨는 중증 장애인의 활동지원사 구인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활동지원사 한 시간당 지급 비용은 서울 기준으로 1만4020원이다. 이 돈을 다 수령하지는 못하고 장애인이 등록된 장애인센터에서 4대 보험과 퇴직연금을 공제해 실제 받는 시간당 급여는 1만500원 정도다.

이 경우 하루 8시간 노동으로 활동지원사가 받은 급여는 8만4000원 정도다. 현재 최저임금이 시간당 8720원이고 이를 8시간으로 환산하면 6만9760원이다. 최저임금과 1만5000원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더 긴장해서 돌봄을 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을 꺼리는 이유다.

A씨는 “경증 장애인은 활동지원사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중증 장애인 돌봄보다 쉬운 업무 강도에 추가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쉽다”면서 “중증 장애인은 하루 종일 돌봐도 남는 시간도 없고 자부담이 많아서 (누가) 중증 장애인을 돌본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중증 장애인 활동지원에 장애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직계 가족이 활동지원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대목이다.

A씨는 “지금 제도는 직계 가족이 활동지원사로 활동하면서 중증 장애인을 돌본다는 것을 세금으로 개인 이득을 보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직계 가족이 이게 기회니까 일가친척, 가족이 중증 장애인 돌보면서 편하게 돈 벌어야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가 맡아준다고 하면 그나마 직계 할머니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큰데 그건 헌신이요 봉사지 돈벌이가 아니다”라며 “활동지원사에게 지불되는 정도의 금액은 지불해 드려야 그분들도 노후의 생계가 유지되고 장애인 돌보느라 병원 다니는 비용이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직계 가족으로 확대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일해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부족한 점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증 장애인을 맡으면서 추가 수당을 더 타가는 경우를 찾아내고 관리해야 한다”며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해 세금 착취자로 간주하는 직계 가족 장애인 활동보조 금지 제도는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직계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사 청원은 같은 날 또 올라왔다.

뇌병변장애 1급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청원인 B씨는 “6세 이전에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중증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사람을 알아봐서 월급을 드리며 케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해 아이가 7세가 돼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활동지원사) 본인이 케어를 잘 못하면 아이가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서는 분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을 위한 혜택이라면 장애를 가진 그 누구도 소외되게 만들면 안 된다”며 “(중중 장애인은) 가족이 가장 잘 알고 잘 케어할 수 있는데 왜 가족은 제한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가 모든 장애인에게 시급하지만 중증 장애인들에게 더 필요한 거 아닌가”라며 “정작 중증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활동지원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도 비슷한 청원이 올라왔다.

당시 20살이 된 뇌전증과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 C씨는 “중증 장애인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춰도 활동지원사 구하기가 어렵다”며 “어렵게 구한 활동지원사는 중증 장애인의 활동 지원을 기피하고 있고 필요할 때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활동지원사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상황으로 중증 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대·소변 문제, 이동 보조 등 여성 활동지원사가 케어하기에 너무나 한계가 있다”며 “중증 장애인의 부모는 모든 사회 활동을 중단하고 자녀와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것이 장애 아동을 둔 부모”라고 전했다.

C씨는 “장애인 가족에게 절실한 지원은 장애인 가족이 활동보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에게 직계 가족만큼 편안한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호소했다.

C씨는 또 “중증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가족 누군가는 본인의 삶을 포기하다시피 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삶의 궁핍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온 가족의 삶이 피폐해짐은 물론이고 삶의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치명적 삶이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노인요양보호 서비스는 가족이 돌보는 게 합법적으로 돼 있어서 등급별로 급여를 인정 받고 있다”며 “중증 장애인 부양으로 인해 생계 수입이 없는 가족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청원에는 1만7000여 명이 동의했다.

이어 지난 2019년 6월에는 “중증 발달장애인 직계가족 장애인 활동지원 허용 요청”(국민동의 1879명)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시된 데 이어 같은 해 2월에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 장애인의 가족이 활동보조인으로 활동 가능토록 개선해 주세요”(국민동의 322명) 등의 요청들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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