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현병의 모든 것』을 읽고...“준비 없는 탈원화는 재앙”
[서평] 『조현병의 모든 것』을 읽고...“준비 없는 탈원화는 재앙”
  • 박정근 심지회 부회장
  • 승인 2021.06.21 22: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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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이론보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조현병 증상 설명해
조현병 당사자는 남성 14.1년, 여성은 5.7년 수명 단축돼
항정신병 가장 큰 약물 부작용은 체중 증가..이는 심장마비 위험 요인돼

E. 플러 토리가 지은 『조현병의 모든 것』은 책 표지에 인쇄돼 있는 “35년의 연구 결과로 축척된 조현병의 바이블”이라는 말이 나타내는 함축적인 의미를 고려해 볼 때 이 책이 조현병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의 결과로 탄생된 책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 플러 토리는 조현병 및 양극성정동장애 연구자이자 조현병에 걸린 여동생을 둔 정신의학자다. 지난 35년간 수백 명의 환자를 상담한 사례와 조현병의 원인, 진단과 증상, 치료, 예후에 관한 최신 연구를 총망라해 이 책에 수록했다.

15장의 카테고리와 참고문헌, 후주로 구성된 총 758페이지 다소 두툼한 이 책은 개정 7판이다. 참고문헌에 소개된 조현병에 관한 많은 책들과 연구 논문들은 조현병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학술적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조현병에 대한 진단을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사례를 통해 증상의 정보를 제공해 독자들이 조현병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조현병 환자들의 감각 변화와 감정 변화, 동작 변화, 행동 변화, 병에 대한 인식 감소, 입력되는 감각들을 분류하거나 해석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이상 증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해 독자가 책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했다.

조현병의 공식 진단 기준인 슈나이더의 조현병 일급 11가지 증상을 본 서책 표 2-1에서 언급하고 있으며, 표 2-2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의 조현병 진단 기준, 아동기 조현병, 산후 조현병, 후기 발병 조현병, 조현병의 결과 예측에 대해서도 기술해 놓았다.

저자는 조현병의 초기 증상으로 우울증, 사회적 행동 변화, 수면이나 식습관 패턴 변화, 자기돌봄 패턴 변화, 학교 성적의 변화, 눈에 뜨게 허약해지고 에너지가 없음, 두통 또는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가족이나 친구와의 정서적 관계에 변화, 혼란하고 이상하고 기괴한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1999년 매사추세츠 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 비해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남성은 14.1년, 여성은 5.7년을 더 적게 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연구들도 조현병 환자가 전체 인구의 평균 수명보다 15년~25년 더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현병의 위험 요인으로는 어머니가 조현병을 진단받은 경우 100명 중 9.3명이 조현병에 걸린 확률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또 아버지가 조현병을 진단받은 경우 100명 중 7.2명, 형제나 자매가 조현병을 진단받은 경우 100명 중 7.0명이 조현병을 진단 받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이 책은 조현병 치료제인 항정신병 약물이 조현병을 완치하지는 않지만 증상들을 통제한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양성증상에는 효과적이지만 음성증상이나 인지 증상에 대해서는 효과가 적은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70%는 상당히 개선됐으며, 20%는 최소한으로 개선, 10%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공했다.

저자는 약물의 일일 복용 용량을 표 7-1에서, 12가지 항정신병 약물의 효능 비교는 표 7-3에서 언급하고 있다. 효능 비교의 경우 크로자핀은 효능 점수가 88로 나타났따. 이어 올란자핀, 리스페리돈, 팔리페리돈이 효과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약물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1세대와 2세대 약물은 부작용에서만 차이가 나고 개별적 약 사이에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 효능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향정신병 약물의 부작용은 종종 혈당 상승과 혈중 지질 증가까지 동반하는 체중 증가이며, 이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 요인이라고 전한다.

작가는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부작용으로 다양한 운동장애를 언급하며, 가장 심각한 운동장애는 지연운동이상증으로 이는 조현병이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로 생길 수도 있고 약물치료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한다.

저자는 전기경련요법과 경두개자기자극술, 장기지속형 주사제, 약값과 복제약 사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책은 또 주거와 취업, 사회적 기술 훈련 등을 통한 재활과 복약 비순응, 조현병을 이겨 내는 방법, 환자와 가족이 어떻게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지 다양하고 심도 깊은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대중에 눈에 비친 조현병에 대해서도 예술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책 속에 나와 있는 작품의 개요를 보니 그간 난해하게 느껴졌던 표현들이 왜 그런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조현병에 대한 새로운 정보을 많이 알게 돼 저자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다.

결말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조현병 환자의 낙인 문제, 노숙의 문제, 범죄와 구치소 수용과의 관계, 준비 없이 이루어진 탈원화가 낳은 재앙에 대해서도 저자는 구체적으로 잘 기술하고 있다.

당사자나 가족 중 조현병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속담처럼 조현병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 이 병을 이겨내고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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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6-22 00:35:15
탈원화가 재앙인 게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지원이 아무것도 없는 게 재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