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일인 시위 ‘중단’…사과·면담 요구에 김두관 후보 측이 수용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일인 시위 ‘중단’…사과·면담 요구에 김두관 후보 측이 수용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9.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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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일인 시위 3일차에 중단…정신장애인 정치 투쟁 성과 의미
10월 중 면담 예정…“면담 시 재발 방지 대책 요구할 것”

마침내 일인 시위가 중단됐다. 일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한 지 사흘만이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준비위원장)은 3일 오전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측 관계자들과 면담을 한 후 김 예비후보가 사과를 할 예정이라며 예정됐던 일인 시위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18일 김 예비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광주 5·18 정신의 승화라는 발언에 대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의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검찰 안에서 권력을 누린 자가 광주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뒤늦게 이 내용을 확인한 <마인드포스트>가 사회적 약자의 질병명을 빗대 정치적 상대를 비난한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비판 기사를 실었다.

이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12개 단체들은 2차례에 걸쳐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예비후보의 즉각 사과와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예비후보 측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사과를 회피하자 9월 1일부터 릴레일 일인 시위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와 대선 캠프가 꾸려진 부산시 서면의 해당 건물 앞에서 진행했다.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 단체 대표들과 김 예비후보 측 관계자들은 물밑에서 협상을 이어갔다. 그리고 3일 오전 11시께 김 예비후보 측 보좌관은 김 예비후보의 사과와 면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단체들도 일인 시위를 중단한다는 데 합의를 보게 된다.

면담 일정은 10월 13일과 20일 중 선택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이번 시위를 주도해온 신 센터장은 <마인드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투쟁이 정신장애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신과 진단과 약물에 수동적으로 의존해 오던 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직접 힘을 합해 달성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신 센터장이 시위를 위해 준비한 화환은 이틀 만에 폐기됐다. 다음은 신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10월 13일이나 20일에 면담을 잡기로 했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왜 그렇게 면담 일정을 잡았나.

“(보좌관이) 김 예비후보가 (토론회 등) 활동을 해야 해서 양해를 부탁했다. 대신 내가 세게 얘기했다. 10월 13일이나 20일에 하겠다는 확인서를 받기로 했다. 의원실에서 사인을 해서 우리에게 넘겨 줄 거다. 그걸 갖고 있다가 만약 (그날 면담을) 안 한다면 그걸 들이밀어야지.”

-면담은 10월 13일이나 20일 중에 하나를 택하는 건가.

“그렇다.”

-김 예비후보 측에서 시위를 중단해 달라는 것 외에 주장하는 게 있었나.

“(그쪽에서) 시위를 중단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김 예비후보 측이 면담 날짜를 잡아서 확인서를 보내주면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얘기했다. 보좌관이 (김 예비후보가) 사과는 일단 무조건 하겠다고 얘기했다. 면담할 때 더불어민주당 장애인위원장도 같이 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인 시위가 아니었으면 그들이 우리 얘기를 들으려 했을까 싶다.

“그렇다. 결국 우리 얘기를 들어준 거다. 우리가 일인 시위를 안 했으면 보좌관이랑 통화할 기회조차 없었을 거다.”

-오늘(3일)부터 일인 시위는 중단되는 건가.

“그렇다.”

-김 예비후보와의 면담에서 무엇을 요구하려고 하나.

“사과다. 공개적인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김 예비후보 지역구가 경남 양산이다. 현재 경남 지역 당사자 조직이 열악하다. 그쪽 정신장애인 복지에 신경을 써달라고 얘기해 보려 한다. 우리가 준비하는 대선 공약들도 드리려고 한다.”

-면담 일정까지 다른 계획이 있나.

“다른 일정은 없고 주로 서류 같은 걸 주고받고 해야지.”

-이번 일인 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은 모두 12개 기관이 맞나. 이들이 다 정신장애인 단체들인가.

“아니다. 신체 쪽 장애인 단체도 있다.”

-투쟁 과정에서 단체들끼리 서로 의견이 대립됐을 수도 있지 않았나.

“그런 건 없었다. 같이 집중적으로 했다.”

-애써 구입한 화환을 정작 이틀밖에 사용 못 했다.

“화환 10만 원짜리다. 이틀밖에 사용 못 했지만 화환이 아깝지 않다. 어쨌든 정신장애 단체와 장애 단체랑 이렇게 단결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니까. 거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한 달에 걸친 릴레이 일인 시위를 주도한 게 신 센터장이다. 왜 그랬나.

“우리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차원에서 한 달 동안 하자라고 한 거다. 의견이 갈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번 투쟁의 의미를 뭐라고 생각하나.

“정신장애 단체들이 연합해서 일인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또 서울에서만 한 게 아니라 부산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했다. 그래서 정신장애인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번 싸움의 주체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로 봐도 무방할까.

“그렇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등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제15조 폐지 관련해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정신건강정책관 면담을 잡아보려고 한다. 거기서 얘기가 나오지 않겠나.”

-정치권에서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이 또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

“그때는 수단과 방법 안 가릴 거다. 일인 시위에서 안 끝난다. (비하 발언을 한) 의원이 현장에 나와서 사과할 때까지 단식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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