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입장문] 우리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인권 치료 철학을 지지한다
[가족 입장문] 우리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의 인권 치료 철학을 지지한다
  • 설운영
  • 승인 2022.01.02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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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영 수원시정신건강가족연합·전 수원시 정신장애인가족협회 대표 기고
새경정 개원 후 인권 중심과 회복 기반의 의술 시행해와
재입원율 감소…보건복지부도 지지와 조력 의사 밝혀와
경기의료원, 정신장애인 채용 문제 지적하며 새경정 원장 해임하려 해
경기의료원은 정신장애인 차별·학대 여부에 대해 감사해야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우리는 정신장애인 가족으로서 약물과 입·퇴원의 반복을 경험하면서 끝내 사회에서 재기하지 못하는 당사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럼에도 한 가닥 회복의 일념을 포기하지 않고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가족은 비록 회복이 안 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아픈 형제, 아이가 길거리를 헤매지 않고 온전히 갈 곳이 있고, 자립하여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재활, 회복 시설,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견고하고 척박한 지평에 그들의 삶을 세울 곳은 끔찍하다 싶을 정도로 드물다.

우리는 경기도 내 정신장애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족의 염원을 담아 경기도 내에 치료와 더불어 회복 의술(醫術)을 시행할 수 있는 선진화된 도립정신병원을 만들어 달라고 경기도에 구체적인 병원 모형을 제시하며 요구해왔다.

그 바람은 한두 번의 입원으로 끝나지 않고 동일한 증상의 재현으로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되풀이되는 입원과 퇴원으로 기진한 가족의 절박하고도 유일한 소원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하 ‘새경정’) 개원 이후 가족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치료 후 환자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권 중심 회복 기반 의술을 시행하였으며 그 결과 병원에 다시 입원하는 재입원 비율은 크게 줄었다.

새경정에서 시행하는 선진적인,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회복치료는 환자 만족도가 증가하고 재입원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관심과 보건복지부의 지지와 조력 의사를 얻어냈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경기도는 새경정에서 시행하는 인권 기반의 비강압 치료에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는 새경정이 도내 급성기 응급환자나 행정입원 대상자를 단기간 응급처방 후 타 병원이나 집으로 돌려보내는 위기대응 의료 시스템으로 가기를 원했다.

이 시스템은 응급환자 초기대응으로 24시간 응급실 기능만을 수행하라는 것으로서, 퇴원 후 질환 당사자가 겪게 될 심리적 공황이나 가족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배제하는 공급자 위주의, 성과 기반의 행정 목적 달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회복이나 인권치료 가치를 외면하는 독선에 갇힌 배타적 목적과 다름이 아니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경기도의 이 같은 치료 방식은 치료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행정행위에 다름이 아니며,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짐짝처럼 옮겨 다니며 겪게 될 불안과 끔찍한 공포, 심지어 그들이 병원에서 사회로 진입을 하든 못하든, 병원에서 생을 마치든 그것은 보호자와 환자의 몫이라는, 차갑고 비인도적인 그들의 목적은 참된 의술과 윤리에 대한 불감과 사고의 단순함에 근거한다.

‘응급치료’라는 행정 목적의 범주 속에서 모든 방식의 의술이나 인권 가치보다 우위에 두고 그 안에 우겨넣어 버리는 획일성, 그것들의 우위에 근거하여 다른 회복 가치를 배제해 버리는 소름 끼치는 독단성은 환자나 가족에 대한 거대한 폭력이다.

2021년 경기도 의회는 <경기도립정신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편안>을 만들어 새경정 목적을 24시간 정신응급진료체계 병원으로 수탁자인 새경정이 이와 같은 목적사업을 수행치 않을 경우 병원장을 해임시킬 수 있다고 규정을 넣었다.

우리 가족은 사업 주체인 경기도가 존중받아야 할 의사의 임상적 자율권과 의술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 규정이라고 반대하여 개정안은 무산되고 병원장을 해임시키려는 그들의 의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12월에는 새경정을 관장하는 상급기관인 경기의료원은 작년 8월에 새경정 조리원으로 입사한 정신장애인의 채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채용 비리라고 단정하고 새경정 원장과 채용자 면접위원장인 진료부장을 해임 등 중징계 처분하고 부정청탁 채용으로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경정 평의사 일동은 채용 비리라고 단정하는 경기의료원 감사실의 판단 근거는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해석에 기인한, 근거와 결론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복했다. 말하자면 새경정이 펼치고 있는 인권기반 회복치료 사업을 좌초시키려는 불온한 목적성을 가진 감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에 편승해 경기도의회는 새경정이 운영하던 인권 옹호 활동 운영비나 당사자·가족 교육 지원 예산을 전면적으로 삭감하며 새경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와 가족, 새경정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정신건강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소비자 당사자로서, 가족으로서 일련의 새경정 사태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상식과 조리에 근거한 적정한 처리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새경정 내부에서 운영 주체가 직원 채용 관련 잡음이나 직원 근태나 직원 관리 역량, 행정절차의 미숙 등을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새경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압도적인 치료 효율성을 나타내는 인권 기반의 회복치료이며 이는 미래에 지향해야 할 인문적 회복 치료라고 보고 있다.

파도손 등 정신장애 인권단체와 가족들이 지난해 3월 15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정문에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치료 철학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파도손 등 정신장애 인권단체와 가족들이 지난해 3월 15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정문에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치료 철학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이제 정신장애인 가족으로서, 그동안 새경정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태를 관찰하면서 심각하게 숙고한 끝에 다음과 같이 경기의료원에게 고한다.

첫째, 경기의료원은 새경정이 시도하는 효율적이고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

둘째, 경기의료원은 채용 비리 건만을 감사할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원천과 배경이 된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학대 여부에 대해서 즉시 감사하라!

당사자인 조리원은 하자가 업는 면접 과정을 거쳐 채용됐고, 채용 이후 주위의 압박과 심리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새경정 원장에게 수차례 고충을 호소했고, 병원장은 병원 내 고충심사처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해소시키고자 했으나 행정부장의 반대로 무산되고 결국 당사자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 당사자인 장애인은 그만둔 후 심리적 고통으로 병이 재발해 집에서 칩거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장애인 차별과 억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돼 조사할 것이라 한다.

경기의료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는 별개로 상급기관으로서 새경정 내에서 발생한 장애인 차별과 억압, 그리고 장애인에 대해 ‘직장내괴롭힘방지법’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와,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시행하라!

만약 응당 해야 할 감사를 시행치 않고 묵인한다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새경정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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