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지속형 주사제, 먹는 약보다 효과도 좋고 재발율도 낮은데…5% 본인부담금 어쩌나
장기지속형 주사제, 먹는 약보다 효과도 좋고 재발율도 낮은데…5% 본인부담금 어쩌나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2.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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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정신의학회 논문, 장기입원 환자 대상 분석 결과 같은 결과 나와
한국 장기지속주사제 이용 2%…유럽은 최대 20%까지 사용하고 있어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으로 본인부담금 5%로 줄었지만…빈곤 당사자에 부담

조현병 환자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이용이 항정신병 경구제(먹는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본인부담금은 여전히 논란이다.

대한법정신의학회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국립법무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사제와 경구제 집단으로 나눠서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사제의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조현병 치료는 급성기와 증상의 완화와 재발을 방지하는 유지기 치료로 나뉜다. 이중 유지기 치료에서 환자의 70%는 약물 효능 부족과 부작용으로 인해 18개월 이내에 항정신병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유지 치료의 실패는 재발 위험의 증가, 환자의 기능적 손상, 전체 질병 경과의 악화로 이어진다. 급성기 증상의 치료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유지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한국형 조현병 약물 치료 지침에서는 환자가 낮은 치료 순응도를 보일 경우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사용을 권하고 있다.

연구는 국립법무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는 환경에서 조현병 환자들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경구제만큼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를 비교했다.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팔리페리돈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하는 집단과 경구용 리스페리돈 또는 팔리페리돈을 단독으로 복용 중인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입원 시와 유지 치료 시점에 정신과 의사가 평가한 한국판 양성 및 음성증후군 척도(PANSS)와 총괄기능평가척도(GAF)를 검토했다. PANSS는 평가가 1점에서 7점까지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정신병리 상태가 심한 것으로 판단한다.

GAF는 개인의 정신병리 증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다. 척도의 범위는 0에서 100까지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 및 직업 기능이 양호하다. 40점 이하의 경우 사회관계, 사고 또는 기분과 같은 분야의 주요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분석 결과 자연스러운 입원 환경에서 장기간 치료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에게 팔리페리돈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PANSS와 GAF 점수에서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의학협회(JAMA)가 발표한 2017년 논문에서 조현병 환자 2만9823명을 대상으로 재입원율과 자살시도, 치료 약물 변경 등으로 항정신병 약물들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경구형보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와 같은 분석 결과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자연스러운 입원 환경에서 장기간 치료받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실제 입원 임상 상황에서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핀란드의 경우 경구제 사용과 주사제 사용 이후 입원율을 비교한 결과 주사제가 경구용 약물 대비 입원 발생 비율은 최대 65%로 나타났다.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경구제보다 단순 약값은 높지만 재발로 인한 입원비용까지 고려한 비용 연구에서는 주사제 사용권에서 직간접적인 의료비용이 절감됐다는 연구도 나왔다.

현재 국내 조현병 치료에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율은 2%에 거치고 있다. 유럽의 10~20% 수준보다 낮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주사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1년 1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내용에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외래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에서 본인 부담금을 기존 10%에서 5%로 경감하는 계획을 담았다.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으로 환자는 본인부담금 5%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 빈곤에 취약하고 건강보험 대신 의료급여로 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놓여 있어 5% 부담률도 정신질환 당사자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의료급여 대상인 조현병 환자가 외래진료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처방받은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이는 건강보험 대상 조현병 환자의 4.4% 처방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외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화됐을 의료급여 환자에게는 이러한 5%의 비용 부담도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며 “개정안의 100분의 95 부담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의료급여 조현병 환자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분절적이고 한시적인 것만큼 보편적인 전액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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