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지역사회 삶을 얻기 위해 세종시로 내려갔다…정신건강정책관 "동감한다. 예산 늘리겠다"
그들은 지역사회 삶을 얻기 위해 세종시로 내려갔다…정신건강정책관 "동감한다. 예산 늘리겠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3.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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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복지부 별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진행
당사자단체 육성·활동조사표 개발·위기쉼터·주거서비스 확대 등 4개 요구안 제시
한정연 “복지부 답변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구체적인 계획안 필요”
정신장애인 주거 거주 기간 3년에 불과…기간 제한 없는 타 장애유형과 달라
면담 후 “정은영 정책관이 당사자·가족 지원 공모사업의 확대 약속해”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정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24일 세종시 세종타워 보건복지부 별관 정문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60여 명의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신체장애인이 참여했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 관악구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세종시로 내려왔다.

앞서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한정연)는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 ▲당사자 권익옹호를 위한 당사자단체 육성 및 지원 ▲정신장애인 특성을 반영한 활동조사표 개발 및 실시 ▲위기쉼터 설치와 지원 체계 강화 ▲정신장애인 주거서비스 공급 규모 확대 등 4대 요구안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정책과는 당사자 단체 지원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활동조사표 개발과 관련해 장애인정책과 명의로 장애유형별 종합조사표를 별도로 정신장애인만을 위해 개발해 시행할 경우 장애유형 간의 객관적 급여량 비교가 불가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신건강정책과는 또 정신장애인 위기 쉼터 설치 요구안에 대해서는 당사자·단체 지원 사업을 우선 시행한 후 관련부처 등과 확대하겠으며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등에서의 거주 기간 제한은 ‘정신요양 및 재활시설 시설 기준 및 인력 기준’ 연구 용역 시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정책수단을 추진하고 정신재활시설 국고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정연은 정신건강정책과의 답변이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실제적인 예산 확보와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기자회견이 열린 저간의 사정이다.

한정연은 특히 주거서비스 공급 규모 확대와 관련해 정신건강정책과의 답변을 반박했다. 신석철 한정연 상임대표는 “정신장애인 주거 서비스는 시설을 중심으로 퇴원 후 6개월에서 5년 단위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단절적 체계”라며 “거주지의 불안정은 안정적 거주지가 갖는 긍정적 회복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지역사회 통합 이념과 서울시의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 조례안을 근거로 “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의 안정성이 87.5%로 높았다”며 “지원주택에서 퇴거한 이들은 가족 재결합이나 민간임대주택 중 독립적인 지역 거주로 상향 이동한 이들의 비율이 71.4%를 차지했다”고 반박했다.

신 상임대표는 “2019년 정신건강복지 예산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1천740억 원이며 그 중 정신보건시설 확충에 105억 원, 정신요양시설 운영지원 예산 806억 원 등 시설에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의 주거권 이행을 위해 지원주택을 법률로 명시해 전국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 변윤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현재의 주거서비스는 공급자가 정신장애인의 기능을 평가하고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공급자 중심의 제공”이라며 “이용자의 욕구나 선호에 따른 선택과 결정이 불가능해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종합조사표에 의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받는 장애유형 중 정신장애인 이용률은 0.6%에 불과하다”며 “현 제도는 정신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보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위기쉼터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당사자들은 증상의 지식과 회복을 배우게 되며 자택에서 고립된 삶을 벗어나게 해 준다”며 “증상이 갑자기 일어날 때 위기쉼터에서 사회복지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쉼터의 유지 관리를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확충해야 한다”며 “쉼터의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를 위한 사업비가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경 송파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활동지원서비스 제도가 정신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장애인의 특수성에 맞는 인정조사표를 연구·개발할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배준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국내에서 정신장애는 여전히 의료와 재활에 초점을 두고 있고 당사자의 자립생활과 주체적 삶에 무관심하다”며 “타 장애 영역처럼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게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당사자 단체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혜 세종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정신장애인은 기본적 권리도 못 받고 사는 게 개탄스럽다”며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서비스, 정신장애인 특성 반영된 서비스 등 현실성 있는 대책을 정부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도중 신 상임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과의 면담 진행을 위해 건물 국장실로 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피켓을 든 채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은 복지부 별관 건물을 한 바퀴 도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러자 경찰 측은 “애초에 집회 신고 이외의 장소로 이동을 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오후 4시 무렵, 면담을 마친 지도부가 기자회견장에 다시 나타났다.

신 상임대표는 “면담에서 (정 국장이) 당사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확대하겠다. 서울시의 3개 시범사업인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성과보고를 보고 그에 따라서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쉼터의 확대, 자립지원주택과 전환시설 역시 확대하겠다는 의견을 (정 국장이) 밝혔다”며 “다만 활동보조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장애인서비스과가 주무부서이므로 이는 향후에 따로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상임대표에 따르면 정 국장은 ▲당사자 지원 사업의 확대 ▲동료지원가 예산은 현재 정해진 것이라 불가능하지만 늘려나갈 것 ▲위기쉼터, 자립생활센터 모델, 지원주택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사업 내용을 모르니 서울시와 논의할 것 ▲탈시설로드맵에 당사자 목소리 반영할 것 등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 국장은 정신장애 쪽이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예산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립생활지원을 대통령 공약으로 선정해 예산을 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신 상임대표는 말했다.

한정연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향후 정치투쟁 방향을 논의하고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 4시 50분, 버스는 서울로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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