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는 심리상담사 걸러내야 국민 정신건강 지켜낼 수 있어"…한국심리학회 회원들 릴레이 집회
"전문성 없는 심리상담사 걸러내야 국민 정신건강 지켜낼 수 있어"…한국심리학회 회원들 릴레이 집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08 19: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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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도 심리상담사 사칭할 수 있는 현 민간 자격제도 막아야
OECD 회원국 중 심리상담사법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해
수련 안 한 상담자에 법적 권한 부여 반대…비윤리적 법안 중단해야
관련 발의법안, 자격 기준 낮게 정해 부적격 상담사 양산할 수 있어

한국심리학회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2건의 심리상담사 법안과 관련해 적절한 교육과 수련 없이도 자격증이 부여될 경우 심리상담을 받는 국민에게 2차 피해로 이어진다며 이의 반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지난 4일 진행했다. 학회는 이어 8일까지 국회 앞에서 하루 세 차례씩 릴레이 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학회는 부적격 심리상담사 법안 발의 반대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의 심리서비스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인 각각 심리상담사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들은 민간 자격증을 국가 차원에서 정리하고 자격 기준을 규정해 국민이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회는 이 법안들이 심리상담사 자격 기준을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정해 전문성 없는 부적격 자격 소지자를 무분별하게 배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 법안은 OECD가 규정하는 정신건강 인력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4개 인력에 포함되지 않는 심리상담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학회는 전했다.

학회 측은 “심리(학)를 전공하지 않으면서 심리상담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정체성과 윤리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심리상담 제공 인력 기준도 OECD가 규정한 수준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 발의안은 심리상담사 자격으로 대학·대학원에서 상담학과 심리학 과목을 이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어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5년 이상의 수련을 요구했다. 이 과정이 끝났을 때 자격증이 부여된다.

전 의원 발의안의 경우 자격 기준으로 대학원에서 상담학·심리학 과목을 이수하고 대통령령이 정한 시설에서 3년 이상 종사하고 이후 시험을 거쳐 심리상담사 자격을 딸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청원글들이 올라왔다. 지난 4일 청와대게시글에는 ‘실습 한 번 안 한 학부생에게 심리상담을 맡길 수 없다’는 제하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심리상담 관련 시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그런 시설이라면 타로(taro) 심리상담도 포함되는가”라고 질문했다. 또 “관련 시설에서 3년 이상 심리상담사 업무 혹은 그에 유사한 업무는 심리상담과 비슷한 업무만 해도 심리상담사라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질 높은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두 법안은 입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릴레이 시위에 나선 장은진 한국심리학회장은 “이번 발의안은 OECD 수준에서 요구하는 적절한 교육이나 수련이 없어도 심리상담사라는 자격 취득이 가능하게 했다”며 “이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도모하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국민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심리사가 법제화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며 “전문 심리사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경미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은 “발의된 법안 자격대로라면 ‘심리’나 ‘상담’을 공부하지 않은 현장 경력 5년 이상인 사람이나 학부 졸업 정도로 국민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심리상담 개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진영 한국심리학회 차기 회장은 “자살률 감소 및 출산율 향상 등 국민 행복 증진을 위해 과학적 원리에 의한 전문 심리서비스의 보급이 절실하다”며 “이 역할 수행이 가능하려면 OECD 수준의 교육과 실무 수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심리사 자격을 심리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로 규정하고 있다. OECD 회원국들도 심리학 분야 학사와 석사 과정 이상의 실무 수련을 최소 2~3년을 하도록 하는 등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4개 직역 인력에 속하지 않는 카운슬링을 담당하는 상담사는 공인 심리사와 구별해 다른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학회 측은 “국제 조사에서도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엄격한 자격 관리가 시행된다”며 “발의된 의안은 국내 서비스의 수준의 열악함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심리전문가 단체로서의 사명감으로 집단집회라는 초유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학회는 “집회는 발의 법령 문제를 강조함과 동시에 국민에게 과학적이고 안전한 근거 기반의 심리평가와 심리개입, 심리상담, 심리 자문 등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학회와 산하 분과학회들은 심리상담사 법안 반대를 위해 국회 앞 릴레이 시위와 더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심리상담사법_반대_피켓시위’ 온라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시위 릴레이에는 ▲전문가 선택! 내담자의 권리입니다 ▲허술한 자격 요건, 심리상담사 법안 반대! ▲수련 안 한 상담자에게 법적 권한 반대한다! ▲국민은 검증된 심리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세금 지원 국가 자격을 비전공자에게 부여하는 비윤리적 법안을 즉각 중단하라 등 정치적 문구들이 게시됐다.

한편 8일 오후 한국심리학회 소속 교수, 학생 등 100여 명은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안의 즉각적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심리학회는 지난 1946년 설립돼 현재 16개 분과, 2만7000명의 회원을 구성하고 있다. 학회는 16개의 전문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는 등 심리 분야의 전문 학술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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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반대 2022-04-12 22:18:40
법안 반대합니다! 졸속법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