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율 1%에 불과…입원적합성심사위·정신건강심사위 일원화해 준사법 심사기구 만들어야
퇴원율 1%에 불과…입원적합성심사위·정신건강심사위 일원화해 준사법 심사기구 만들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5.18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위, 장애인권리협약 병합 정부보고서 심의 위한 독립보고서 작성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하고 강제·행정입원은 절차 동일하게 진행
격리·강박 대체할 매뉴얼 마련…강제치료인 약물투여 남용되지 않게 해야
이미지=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
이미지=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

입원한 정신장애인의 입원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정신건강심사위원회의 구조를 일원화해 준사법적 성격을 갖는 별도의 독립적 심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 초안이 발행됐다. 보호의무자 제도 역시 폐지돼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최근 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병합 정부보고서 심의와 관련해 독립보고서 초안을 보고했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비자의입원 심사의 개편, 보호의무자 입원제도의 폐지, 격리·강박에 대한 대안적 매뉴얼 마련, 정부 탈시설 로드맵에서 제외된 정신요양시설의 탈시설 전략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 조약이다. 우리 정부는 2008년 12월 이 협약을 비준하고 2009년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삭제와 관련해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정신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보건·의료 서비스에서도 정신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을 권고했다.

특히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을 재정비해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정신장애 특성이 고려되도록 했다.

보고서는 “탈시설 정책에서 정신장애인의 탈원화, 탈시설화 정책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정신과적 어려움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항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쉼터와 관련해 보고서는 “지역사회에서 회복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정신의료기관에 비자의 입원되고 있다”며 정신병원의 대안적 모델로 쉼터를 제시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정신건강심의원호의 일원화도 제시됐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비자의 입원과 관련해 국립정신병원 산하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시·군·구 산하 정신건강심사위원회가 입원 연장 심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와 유럽은 비자의 입원 판단을 사법기관이나 준사법 기관이 실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두 입원심사 기관은 모두 의료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의료적 합의체로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간 7만8000여 건의 입원심사와 연장심사에서 위원회 결정으로 퇴원한 비율은 1%에 불과해 양 기관이 입원심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입원과 입원 연장 결정이 된 환자들은 그 결정을 직접 수령하고 법원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서면으로 고지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부재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양 심사기관을 일원화해 준사법적 성격을 갖는 별도의 독립적 심사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심사위원은 법조인과 의료인 외에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공익적 제3자를 포함한 합의체 의결방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심사방식은 대면심사를 원칙으로 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통지해 심사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를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상 부양의무와 보호의무를 모두 가족이 지도록 하는 보호의무자 제도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권고 조항을 냈다.

정신건강복지법 상 보호의무자는 정신장애 당사자의 입원 신청과 퇴원 협조, 자·타해 방지, 유기 금지 등 전반에 대해 의무와 권한을 지고 있다. 이는 정신장애인의 신체적 자유와 통제권을 가족이 모두 갖게 되는 문제로 돌봄에서 소진된 가족이 동반적 극단 선택을 하는 등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보고서는 “이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보호의무자 입원제도를 폐지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행정입원은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둬 하나의 제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신병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격리·강박의 문제도 인권침해의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제51조는 입원한 정신장애인에 대해 격리·강박 사유, 병명 및 증상, 개시 및 종료의 시간, 수행자 등을 의료진이 기록하면 격리·강박 적부를 문제 삼지 않는다.

보고서는 “이는 격리·강박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서는 문제 발생 시 다른 수단의 강구 없이 격리·강박을 시행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격리·강박 과정에서 투여하는 약물은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치료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 절차와 방식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격리·강박을 대체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의 없는 강제치료에 해당하는 정신과 약물 투여가 행동 통제의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재 정신장애인의 자격·면허 취득이 제한되는 법률은 산후조리원, 수상구조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총 28개다.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고서는 “자격 및 면허 취득의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28개 법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해당 결격조항을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정신장애인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임금 일부를 보조하는 ‘보조금고용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중증장애인도 적정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충급여제’ 도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독립보고서 초안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단체,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오용 정신장애와인권연대 카미 대표이사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인권위가 스스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권리보장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개방적·포용적 권리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