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불안한 눈빛과 고립, 기괴한 행동'...정신장애 인식개선 공익광고가 오히려 조현병 공포 심화시켜
[이관형 기자의 변론] '불안한 눈빛과 고립, 기괴한 행동'...정신장애 인식개선 공익광고가 오히려 조현병 공포 심화시켜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2.06.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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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식개선 광고 영상 분석...미디어가 정신장애 왜곡의 중심고리
정신장애인은 이상 심리로 혼자이고 고립돼야 하는 편견 내보여
망상과 공상 구별 없는 광고...공상을 조현병 증상으로 인식시키는 오류
약 잘 챙겨먹는 게 착한 환자라는 모습...상황과 환경에 대한 접근 없어
정신장애인에게 인생 목적으로 치료에만 집중시키면 다른 인생 영역들 놓치게 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시선과 목소리 담긴 인식 개선 콘텐츠 계속 나와야

광고에 투영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에 대한 고찰:

서울시 장애인식개선 광고 영상을 중심으로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들어가는 글

사람들이 인식을 형성함에 있어서 미디어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정신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 정책, 통계를 접한 대중은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기 쉽다(김현지 외, 2019). 범죄 사건의 범인이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지면, 언론은 범행 내용을 필두로 자극적인 현장을 묘사하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가중시킨다(김혜선 외, 2018). 이러한 문제가 언론 보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와 같은 영상 콘텐츠에도 조현병 환자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KBS에서 제작한 영화 ‘F20’에서는 조현병을 가진 인물이 아파트 단지 내 고양이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그려냄으로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과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고, 결국 정신장애 관련 단체의 반발로 TV 상영이 보류되었다. 그리고 SBS의 ‘여우각시별’에서는 약을 제때 먹지 않아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 역시 조현병 환자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약을 먹지 않으면 언제든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의료적 관점에 따라 만들어진 장면이다.

이처럼 미디어로 인해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부정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익광고다. 광고는 소비자인 대중들로 하여금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아름다운 사회 풍속과 건전한 문화를 이끌 수도 있다(문철수, 2006). 그런 점에서 정부나 기업이 공익 목적으로 만든 광고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하여 보다 신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2016년 3월 14일, ‘EBSCulture(EBS 교양)’ 유튜브 채널에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라는 시리즈로 ‘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뇌병변장애에서 기타장애에 이르기까지. 총 8개의 장애인식 개선 교육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정신장애에 대한 영상도 포함되었다. 따라서, 기자는 이 영상에 나오는 장면과 효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고자 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 첫 번째 장면 : 불안한 눈빛과 멈춘 시계

출처 : EBS 유튜브 채널(EBSCulture)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 안에 한 남성이 앉아있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그리고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사물판별 또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불완전한 사람, 정신장애인”이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남성은 불안한 심리로 인해 매우 위축이 되었는지, 어깨는 웅크러져 있다. 그리고 남성의 뒤로 보이는 커다란 시계는 시침이 6을 분침이 55를 가리킨 채 멈춰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어두운 공간 안에 남성은 홀로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마치 어딘가에 홀로 격리되어 있거나, 검은 방 안에 갇혀 수용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는 왜 어두운 곳에 혼자 있을까? 왜 곁에는 아무도 없는가?”라는 호기심이 들 때 쯤, 영상은 남성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불안한 눈빛과 시선을 강조한다. 이는 남성이 어두운 공간에 혼자 남겨진 것은 약자를 포용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의 부재보다 집단에 동화될 수 없는 남성의 개인적 심리나 행동 문제 때문임을 보여준다. 남성을 어두운 공간에 가두거나 격리시켰을 어떤 존재에 대해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영상은 대중으로 하여금 정신장애인은 스스로의 이상한 심리와 행동으로 인해 늘 혼자일 수밖에 없고, 고립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남성의 뒤로는 커다란 시계가 보인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모두 멈춰져 있다. 고장으로 멈춰진 시계는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나 상징을 보여준다. 시계는 인간의 일상과 발맞추어 움직인다. 대개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가야 할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침 7시면 기상하여 8시에 집을 나서고, 9시에 회사에 도착하여 저녁 6시에 퇴근하곤 한다.

그렇기에 시계가 멈춰 있다는 것은 남성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이동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정신장애인은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다는 제작진의 편견은 화면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계를 장치하도록 만들었다.

자막에서 ‘사물 판별 또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도 어쩌면 남성이 시계를 볼 줄 모를 정도로 사물을 판별할 수 없기에, 굳이 멈춘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편견에 휩싸인 장면이 아니라,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광고 영상이나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하여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적어도 한두 명의 정신장애인 혹은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고 영상을 검토했다면, 연기자의 과장되고 이상한 행동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 두 번째 장면 : 가만있지 못하고 떨리는 손

출처 : EBS 유튜브 채널(EBSCulture)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보던 남성의 손가락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자막에는 정신병원 병상수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손가락을 서로 교차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행동은 수전증을 떠올리게 한다. 수전증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되어 손이나 근육이 파르르 떨리거나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대개 스트레스나 과한 긴장 상황에서 발생하며, 카페인 과다섭취나 정신적 스트레스, 피로나 신체의 발열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유전으로 인해, 혹은 파킨슨씨병이나 혈압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기도 하는 증상이다.

결국, 영상 속 남성이 긴장 상태에 있거나 카페인을 과다 섭취했거나, 혹은 유전이나 파킨슨씨병을 중복으로 겪지 않는 이상 정신질환과 수전증의 상관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수전증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증상 중 하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수전증을 정신질환과 연결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의학적으로도 잘못된 오류임을 알 수 있다.

어빙 고프먼은 낙인을 ‘신체적인 혐오’, ‘성격상의 결함’, ‘인종, 민족, 종교에 대한 종족 낙인’의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는데, 그중 불안해 보이는 눈빛과 손을 심하게 떠는 현상은 신체적 혐오와 성격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백혜진, 조혜진, 김정현, 2017).

- 세 번째 장면 :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는 공상

출처 : EBS 유튜브 채널(EBSCulture)
남성은 행복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다. 그리고 자막에는 성인 10명 중 3명이 경험하는 정신질환이라고 표현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장면을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공상과 망상의 개념과 차이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먼저 두산백과 사전에서 공상은 “비현실적인 것이 특징이지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점에서 꿈이나 망상과는 다르다. 공상의 일종인 백일몽은 다소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차례로 상상 속에서 그리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은 욕망에서 생기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백일몽은 “현실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욕구나 소원을 공상이나 상상의 세계에서 얻으려는 심리적 도피기제”를 뜻한다.

이 장면에서도 남성은 지휘자가 되고 싶은 내적 욕구와 소원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서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수많은 연주 악단을 통솔하여 아름다운 연주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만약 남성이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인물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지휘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고 부러워서, 자신도 지휘자를 따라하고 싶은 욕심과 소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관객들로 가득 찬 대형 공연 무대에서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휘하는 공상이 결국은 행동으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반면 망상은 조현병 당사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망상은 병적으로 생긴 잘못된 판단이나 확신을 말한다. 즉 외부로부터 들어온 자극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해석하는 증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말을 걸어오거나 행동을 나타냈을 때, 그 말과 행동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여 감정이 상하거나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공상은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욕구나 소원을 행동이나 말을 통해 밖으로 꺼내어 표현하는 것이라면, 망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내면에서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휘자가 되고 싶은 공상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남성의 모습에 ‘성인 10명 중 3명이 경험하는 정신질환’이라는 자막을 병행함으로서, 공상을 조현병의 증상으로 인식시키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 네 번째 장면 : 소리를 지르고 목을 조이는 폭력적 행동

출처 : EBS 유튜브 채널(EBSCulture)
남성이 허공과 카메라를 번갈아 바라보며 갑자기 화난채로 소리를 지른다. 의자에서 일어선 상태에서도 돌을 던진다거나 목을 조이려는 듯 한 시늉을 내고 있다. 그리고 자막에는 “본 장면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의도된 연출 장면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낮다는 통계를 남성의 폭력적인 행동과 함께 병행하여 보여주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자막과 내레이션은 정신질환자의 낮은 범죄율 수치를 보여주며 정신장애인은 위험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영상 속 남성은 굉장히 이질적인 표정과 눈빛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앞선 자막에는 ‘본 장면은 편견을 바탕으로 연출된 장면’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기획 의도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신장애인을 더욱 폭력적이고 비정상적으로 그려낸 콘텐츠들은 이미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KBS가 제작한 ‘F20’이라는 영화다. 제작진은 정신장애인을 혐오하고 의심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통해 이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고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전 공부나 검증 없이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수많은 당사자와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방영이 중지되어야 했다. 이전부터 조현병 환자 안인득 사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의한 범죄 기사가 계속 증가해왔고, 대중들은 조현병을 부정적이고 살인과 연결시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김혜선, 박도원, 홍영은, 2018).

오늘날까지도 언론의 조현병 혐오 보도가 이어지자, <마인드포스트>와 같은 정신장애 전문 언론사와 당사자, 가족 단체에서 언론 보도기사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할 정도였다. 최준형(2020)의 학위 논문 속 모니터링 조사 결과에서도 242건의 조현병 관련 보도 중에서 조현병의 대책에 대한 내용이 34.4%, 가해자를 강조하는 내용이 30.3%, 갈등이 19.2%, 자기방어가 13.1% 인간적 흥미를 다룬 내용이 3%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광고 영상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공익광고의 특성대로 제작진은 사회의 인식과 차별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이 영상을 만들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성의 과장되고 이상한 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인식과 편견을 비판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성의 기괴한 행동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돌이키고 반성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영상을 보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정신장애인의 이상하고 폭력적인 모습은 대중들로 하여금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박근우, 서미경, 2012). 차라리 정신장애를 가진 남성보다 정신장애인을 차별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섯 번째 장면 : 약을 먹고 안정을 되찾은 착한 환자

다섯 번째 장면 : 약을 먹고 안정을 되찾은 착한 환자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던 남성은 커다란 두 알의 약을 물과 함께 삼킨다. 이내 심리적 안정을 찾은 듯 표정이 평온해 보인다. 그리고 자막에는 “투약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 문제가 없는 정신장애인”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이 장면은 전형적인 의료적 관점을 대변한다. 마치 정신장애인들은 의사가 처방해 준대로 약을 잘 챙겨먹는 착한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 같다. 실제 어떤 조현병 환자들은 임의로 단약하거나 치료를 중단하여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약물치료가 중요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필수 조건이 될 수 있으나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즉, 약물 치료는 증상을 잠재우고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약물을 먹는 것만으로 전인격적인 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정신장애인이 병으로부터 회복되어 자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 가족들로부터 비롯된 평안한 가정환경과 스트레스 해소 등 여러 가지 상황과 환경이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신장애인으로 하여금 약물의 중요성만 강조하다보면, 의료기관에 의한 무조건적인 입원만이 해결책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경험과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칫 정신장애인에게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목적이 치료에만 집중되다 보면, 다른 인생의 영역들을 소홀히 하여 놓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회복되어 사회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그 후의 삶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여섯 번째 장면 : 우울한 표정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당사자 여성

화면에 엄마와 딸로 보이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엄마 뿐 아니라 딸까지도 무언가 우울하고 근심에 빠져있는 듯하다. 이어 여성은 자신의 딸아이를 슬픈 눈빛과 표정으로 바라본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영상은 정신장애인의 결혼과 출산이 모두를 절망에 빠뜨린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또한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가 유전병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심어줄 위험이 있다.

아직 조현병의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조현병의 원인으로는 사이토카인 등으로 발생된 뇌의 염증 때문이라는 주장과 영양 결핍과 식품 알레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갑상샘저하증이나 쿠싱증후군으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된다는 주장도 있으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이론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과잉 혹은 부족한 분비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유전으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된다는 주장도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부모가 조현병인 자녀가 부모가 건강한 자녀보다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가 조현병이라고 해서, 모든 자녀가 다 조현병을 갖는 것은 아니다. 마치 조현병 유전자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아동기 트라우마나 성장기의 스트레스가 조현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2010)에서도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유전 외에도 뇌 분비장애와 뇌손상과 뇌기능 장애, 호르몬 문제, 그리고 성장기에서 겪은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교육한 바 있다. 이처럼 조현병의 원인은 어느 한 가지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작용하여 발생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은 조현병을 유전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유전병으로 인식될 경우, 우생학에 근거한 단종법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실제로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연애와 결혼, 성적인 억제를 강요당해야 했고, 많은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달리 상관없이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설득과 강제에 의해 단종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는 정신장애인들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더라도, 가정생활이나 자녀 양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강한 편견으로부터 비롯된다.

-일곱 번째 장면 : 정신장애인은 잘못된 사람이 아니라,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남성은 극도의 긴장감에 시달리며 두 손으로 양 귀를 막소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그리고 자막에는 “정신장애인은 잘못된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이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영상에서 카메라가 비추는 중심은 정신장애 당사자를 연기하는 남성이다. 남성은 무척 괴이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아쉬웠던 건, 자막의 내용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편견의 피해자인 정신장애인에 대해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편견의 시선과 차별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언론과 사회가 정신장애인에 대해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 편견과 혐오의 모습들을 영상으로 담아내었다면, 자막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사람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은 주로 공익 광고나 교육 자료 제작 및 보급으로 이루어지는 데, 정신장애 분야에서는 시민들로 하여금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는데 한계점을 갖고 있는 양상이다. 미디어는 대체로 정신장애 관련하여 사건과 사고, 자살, 범죄 등의 주제를 보도해왔기에 관련된 치료 정보나 예방 방법, 진단의 기준 및 공익 캠페인에 대한 주제는 대중들에게 전달되지 못해왔다(조수영, 김정민, 2010).

따라서 당사자가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병에 대한 정보나 사실 관계 확인, 증상과 일상 회복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면, 이와 같은 영상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출처 : 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사진=유튜브 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6-정신장애(서울시 장애인식 개선 교육영상) 화면 갈무리

나가는 글

영상을 만든 제작진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조현병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가 힘들다. 특정 대상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정보가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그 대상에 대한 무지와 공포감, 혐오를 가질 수 있다.

보통 성인 인구 4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중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 전문가를 통해 치료나 상담을 받는 비율은 2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보건복지부, 2017). 이럴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사람들 스스로가 우울증이나 불면증, 나아가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에 대한 무지로 인해, 혹은 사회적인 낙인이 두려워 병을 숨긴 채 치료를 거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언론, 미디어는 정신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인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을 위해 보도 방향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황애리, 나은영, 2018). 특히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의 경우, 내재적 편견과 사회의 차별을 벗어난 정신장애인이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역량과 목소리를 내며 임파워먼트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공익광고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김문근, 2019).

언론과 출판에는 표현의 자유란 것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도 제작진은 얼마든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악용하여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약자와 소수자, 특정 집단을 향해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을 정당화 하는 것은 혐오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이현정, 2022).

정신장애인에게는 주거와 교육, 복지와 직업 등 다양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생성된 혐오는 사회 속에서의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져 정신적으로나 신체적, 사회기능적으로 큰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홍경영, 임숙빈, 2018).

또한 정신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개입, 참여하여 당사자의 시선과 목소리로 공익과 인식 개선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콘텐츠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법과 제도, 사회와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처럼, 미디어 분야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될 것이라 확신한다.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Sm2zIH6Q50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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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박도원·홍영은, 2018, “정신장애 범죄에 대한 언론보도 경향과 범죄위험성 인식 : 신문 기사 분석과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장애의 재해석』, 208-250.

문철수, 2006, “광고의 인식 개선을 위한 광고 수용자 교육의 과제”,  『옥외광고학연구』, 3 (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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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기자가 학업 중인 대구대 장애학과 박사과정 수업 중, '장애와 대중문화' 과목의 기말 과제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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