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사망자의 88%가 정신과 질환 겪어...사망 전 경고신호도 94%
극단 선택 사망자의 88%가 정신과 질환 겪어...사망 전 경고신호도 94%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2.07.19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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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살사망자 유족 대상 심리부검 결과 발표
가족관계, 경제 문제, 직업스트레스 순으로 스트레스 사건 겪어
자살 유족 역시 심각한 우울 호소하고 60%가 자살 생각
보건복지부[연합뉴스TV 제공]
보건복지부[연합뉴스TV 제공]

자살사망자의 94%가 사망 전 죽음에 대한 언급, 주변 정리 등 경고 신호를 보내고 이 중 88.6%는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거나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 유족들은 사별 기간이 짧을수록 심각한 우울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7년간(2015~2021년)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과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으로 객관적으로 검토해 원인을 탐색하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7년간 심리부검 분석 대상이 된 자살사망자는 19세 이상 성인 801명으로 남성 542명(67.6%), 여성 259명(32.3%)이며 35~49세의 중년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사망 당시 경제상태는 소득이 전혀 없거나(18.7%),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22.1%)인 저소득층 비율이 높았고 약 50%가 부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형태의 경우 심리부검 대상자 중 148명(18.5%)이 1인 가구로, 이중 34세 이하 청년층 비율이 43.9%(65명)로 특히 높았다.

자살 사망원인의 경우 사망자 1명당 가족관계, 경제 문제, 직업 문제 등 평균 3.1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88.6%(701명)는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전 연령층에서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높았고 물질 관련 및 중독장애(32.8%), 불안장애(22.4%)가 뒤를 이었다.

사망 전 3개월 이내에 도움을 받기 위한 기관을 방문했던 자살사망자 340명 중 50.3%(198명)는 정신건강의학과를, 42.6%(168명)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병·의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청년층은 정신건강의학과(68.7%)를, 노년층은 일반 병·의원(78.6%)를 찾았다. 중·장년기 자살사망자의 경우 12%가 금융기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의 자살경험자가 자살을 재시도할 확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부검 대상자의 35.8%(287명)는 사망 전 과거 1회 이상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으며 10.2%(82명)는 자해 행동을 했으며, 자살 시도 경험은 여성(46.7%)이 남성(30.6%)에 비해 높았다.

이미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누리집 갈무리.
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누리집 갈무리

자살 유족이 경우 83.3%(793명)가 우울 증상을 경험했으며 이 중 60.9%(580명)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로 짧은 유족의 경우 심각한 우울을 호소하는 비율이 25.4%(51명)으로 높았고 고인과의 관계에서 유족이 부모(28.0%) 및 배우자(25.6%)인 경우 심각한 우울증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60%의 유족(566명)이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으며 유족이 부모일 때 자살 생각 응답 비율은 69.2%로 가장 높고 이어 형제·자매(61.1%), 배우자(59.3%), 자녀(56.5%) 순이었다.

특히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42.8%(343명)는 생존 당시 자살로 가족, 지인을 잃은 자살 유족인 것으로 나타나 자살시도자뿐 아니라 유족에 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와 자살사망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요인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1월 이후 자살사망자 132명 중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29명을 사례 분석한 결과 19명(65.5%)이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는 경제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부진과 실패를 겪은 경우는 9명으로 대부분 관광·문화·교육 산업 종사자였다. 경제적 스트레스의 경우 23명 중 10명은 부채, 8명은 현재 혹은 미래의 경제적 상태에 대한 불안감 듣을 호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자살은 정신질환, 자살 시도 경험, 스트레스 사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행동으로 향후 코로나19 등의 급격한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자살 원인 분석을 위해 심리부검을 확대 실시하겠다”며 “범부처 차원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12월 중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이사장은 “심리부검은 자살 원인에 대한 분석정보를 얻는 목적 외에도 유족의 건강한 애도를 도와 심리적 지지와 위안을 줄 수 있다”며 “더 많은 자살 유족이 심리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함께 심리부검 면담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1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는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누리집에 지난 20일 게재되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의 자살예방 실무자들 및 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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