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연대 “우리정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병합심의 보고서는 ‘허구’” 비판
장애계연대 “우리정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병합심의 보고서는 ‘허구’” 비판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8.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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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연대 기자회견이 25일(현지 시간)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진행됐다. (c)장애계연대 온라인 갈무리.
장애계연대 기자회견이 25일(현지 시간)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진행됐다. (c)장애계연대 온라인 갈무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제27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세션에서 우리 정부의 국가보고서가 장애인의 삶을 왜곡하고 장애포괄적 국가대응에 미흡하다는 장애계 비판이 나왔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심의 대응 장애계연대(장애계연대)는 25일 오후 2시(현지시간)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보고서의 문제점과 장애인 생존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등을 촉구했다. 앞서 24~25일 우리정부 대표단은 장애인권리위원회에 한국의 2·3차 병합 심의를 보고했다.

심리사회적장애인(정신장애인) 당사자 부민주 씨는 정부 심의보고서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실태 현황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부씨는 “정부는 강제입원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하나 정신질환자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에 포함해 통계적 눈속임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행 동의입원 제도는 당사자가 원할 시 자의로 입원할 수 있지만 퇴원을 원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가 72시간 동안 퇴원을 제한할 수 있고 이후 강제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비자의입원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장애인 분야 예산 확대에 대해서도 “정신장애인은 보건의료 대상으로만 취급되고 예산은 여전히 보건의료 서비스에 치중돼 지역사회 서비스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가족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강제입원시킨다”고 밝혔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절차보조사업, 인신구제청구 등으로 환자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정부 심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입적심이 국립정신병원에서만 운영돼 독립적 기능이 어렵고 서면 심사로 퇴원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강제치료와 관련해 “폐쇄병동에서는 격리와 강박이 허용된다. 치료 목적으로 환자를 격리강박한다”며 “폐쇄병동 환자들은 전화, 면회, 편지 같은 것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의료진의 폭행과 비인간적인 대우에도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의 인권침해 관련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격리·강박의 요건은 명확하게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2019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는 정부 보고에 대해 “행정적인 절차를 구체화하는 개정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격리·강박 상황에 놓인 정신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심리사회적 장애인 부민주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c)장애계연대 온라인 화면 갈무리.
심리사회적 장애인 부민주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c)장애계연대 온라인 화면 갈무리.

배씨는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에서도 정신장애인은 배제돼 있다”며 “심의 과정에서 정부는 의도적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신장애인의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는 없다”며 “정신장애인도 다른 유형의 정신장애인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주어져야 하고 동등한 전달체계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계연대는 성명서에서 “한국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했다고 내세우는 성과들은 장애계의 오랜 투쟁으로 이끌어낸 변화”라며 “장애인의 사법접근권, 건강권, 노동권, 참정권, 주거권, 정신장애을 비롯한 소수장애인의 권리의 소외 등 한국정부가 이행해야 할 과제는 셀 수 없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정부는 장애인의 손상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장애특성별 욕구를 반영해 장애인 권리를 예산으로 반영하라”며 “탈시설로드맵을 재수립해 시설 신규 입소 금지, 시설 폐쇄를 명시하고 중증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장애여성, 정신장애인 및 소수장애인의 정책 참여를 보장하고 장애인의 삶 전반에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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