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상 수상하고 정신질환 가이드라인 만들고...마인드포스트가 선정한 2022년 10대 뉴스
학봉상 수상하고 정신질환 가이드라인 만들고...마인드포스트가 선정한 2022년 10대 뉴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2.3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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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벌어졌던 정신장애 관련 기사에서 의미 큰 내용들 담아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어떤 기자가 그랬다. 정신장애인의 삶은 왜 이토록 힘겨운 것일까라고. 주류 언론은 정신장애의 인권 담론을 외면하고 지속적으로 위험한 존재, 잠재적 범죄자의 자리에 위치시키면서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삶을 철저하게 훼손해 왔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모든 가치와 의미는 무가치한 것이었고 무시해도 되는 천민적 계급의 지위에 놓여 있었다. 특히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정신장애인은 노동할 수 없는 몸과 정신을 가진 체제 외적인 존재로 규정돼 노동의 영역에서 배제됐다. 정신장애인의 빈곤율이 타 장애 영역보다 현저히 낮은 건 이 같은 사회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서구에서 정신장애와 관련된 담론은 배제에서 통합으로, 범죄자에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그 시선이 변해왔다. 반면 한국의 정신장애인은 20세기 말에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사회의 주변부에서 차별과 편견, 배제의 대상으로 작동돼 왔다.

이후 21세기 초반, 정신장애 당사자운동이 만들어지고 그 외연이 확장돼 오고 있다. 서구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지만 한국사회에서 당사자운동은 괄목할 정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여기에 <마인드포스트>라는, 정신장애 인권담론을 주창하는 언론이 합류하게 된다. 이 같은 미디어의 탄생은 세계 정신장애 운동사에서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역사성을 지니게 된다.

사회가 구성한 부당한 이데올로기와 편견에 저항하는 건 그로 인해 억압받는 계급이 있기 때문이다. 그 투쟁이 정치적이고 물리적이라면 언론의 싸움은 광범위한 차별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그 싸움을 진행해왔다. 그 흔적이 어땠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다.

그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싸움 과정에서는 우리가 투쟁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결과물들도 있었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기에 억압이 있는지도 몰랐던 공간에 미시적 시선으로 접근해 부조리함을 고발했던 성과물도 있었다.

<마인드포스트>는 2022년 한 해를 보내며 얻은 빛나는 성과들 중 10대 뉴스를 선정해 독자제위께 드린다. 그와 함께 정신장애인의 삶이 왜 이토록 힘겨운가라고 탄식했던 그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여기, 우리가 싸우고 있다”라는 전언을 남기고 싶다.

강제입원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9월 20일 용인동부경찰서 정문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강제입원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9월 20일 용인동부경찰서 정문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주최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1.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1월 21일 공식 출범했다. 한정자는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서울지역 3개 센터가 연합한 단체다. 산하에는 동료지원위원회와 투쟁조직위원회를 두고 있다. 상임대표는 신석철 송파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추대됐다. 연합회는 출범 후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정신장애 의제를 정치권에 제시했다.

2. 인권 치료 철학을 표방해 관심을 모았던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3월 문을 닫았다. 상급기관인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기도의료원이 새경정 치료 철학에 무지해 지원과 지지 대신 강압적인 감사, 부정 채용 의혹 등을 들어 사실상 폐업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수 새경정 원장을 비롯해 인권 철학에 동의해 함께 일했던 봉직의들도 모두 떠났다. 이후 새경정은 새 원장이 부임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공회전'을 하고 있다.

3. 정신위기 상황에서 정신병원을 대신하는 대안적 회복 모델인 ‘위기쉼터’가 5월 마침내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에 개소됐다. 보건복지부의 예산 지원으로 올해 12월까지 운영됐다. 예산 부족으로 야간 담당자 1명만 채용하는 등 인력 부족에 시달렸지만 의료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위기쉼터를 한국사회에 접목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이 12월 5일 학봉상 수상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오른쪽)이 12월 5일 학봉상 수상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4. <마인드포스트>가 학봉상 언론보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일 양국의 정치적·외교적 대립 상황에서 다른 시선으로 한일 관계의 화해를 이끌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는 게 심사위원회의 평이다. 기획기사 ‘약함의 연대로 한일 관계를 재설계하다’는 8월 총 4차례에 걸쳐 정신장애인 운동과 이념에 대한 실천 과정을 한일 주체들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5.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조현병’ 등 정신질환 정보가 실렸다. 일본 교육부는 3종의 고교 보건체육 교과서에 정신질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는다고 발표했다. 내용으로는 조현병과 우울증, 불안장애, 섭식장애의 구체적 증상을 설명하고 조기 발견과 치료가 회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들을 담았다. 한국도 정신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초중고 교과서에 정신질환 관련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6.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병원 입원환자에 권리 행사를 지원하는 절차조력인 제도를 신설하라고 6월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또한 퇴원 의사를 밝히는 환자에게 퇴원 관련 서류를 제공할 수 있게 정신병원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는 권고도 내렸다. 그간 정신병원 입원환자는 자신의 퇴원과 관련해 정보가 없어 퇴원 자격이 있는데도 계속 병원에서 지내는 ‘시설병 환자’로 지내야 했다. 인권위 권고는 금기의 공간인 정신병원 안으로 절차보조인과 동료지원가가 들어가 퇴원 이후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환자와 함께 공유하고 권리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이다.

7.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정신건강복지법 상 동의입원을 했지만 퇴원 대신 강제입원으로 전환시킨 정신병원에 인권 침해라는 의견을 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2조 동의입원 조항은 환자인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해 입원하지만 퇴원 요청 시,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으면 퇴원을 할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병원은 환자의 입원 유형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강제입원)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인권위 결정에 대해 정신장애 단체들은 동의입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10월 제작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1.0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10월 제작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1.0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8. 폐쇄형 정신병원 구조가 바뀐다. 보건복지부는 선정된 정신의료기관에 격리보호실 벽에 안전고무매트를 설치하는 등의 지원이다. 또 병상 이격거리를 넓히고 입원 환자들이 좀 더 안전하고 적절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이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2020년 4월,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사망한 사람은 청도대남병원(정신병원)에 20년 이상 입원해 있던 60대 남성이었다. 사망 사건 이후 정신장애 단체들은 열악한 정신병원의 환경과 인권 침해 등을 고발하고 인권친화적 정신병원으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9. 서울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질환과 관련된 언론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0월 공개했다. 내용에는 정신장애인과 범죄를 엮어서 보도하지 말 것,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범죄를 연상시키는 자극적 내용을 넣지 말 것, 전문가와 정신장애 당사자에 직접 물어볼 것 등을 담았다. 아직 한국기자협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신장애를 잠재적 범죄로 구성하고 거기에 기대 기사를 작성해왔던 기자들의 인식 개선에 영향을 조금씩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 <한겨레신문> 이주현 이슈부문장(부국장 대우)이 <마인드포스트>에 1월부터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앙 언론이 작은 인터넷 언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와 더불어 조울증 당사자인 이 부문장이 자신의 글을 통해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는 기대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 부문장은 자신의 조울증 치료 과정을 담은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라는 책을 세상에 상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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