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골병드는 웹툰작가들...'우울증·극단선택 생각' 높게 나타나
정신적으로 골병드는 웹툰작가들...'우울증·극단선택 생각' 높게 나타나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1.06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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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 웹툰작가 300여 명 대상 첫 정신건강 실태조사
집중력 높이려고 ADHD 치료약 상습 복용...자살계획 일반인의 2.4배
플랫폼이 배타적 계약으로 작가의 종속성 높아...작가 보호 강화해야
웹툰작가. [이미지=연합뉴스]
웹툰작가. [이미지=연합뉴스]

웹툰작가들의 우울증 진단 비율이 일반인보다 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플랫폼이 한 회당 컷수를 늘리도록 강요하는 등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악성 댓글에 노출되면서 불안장애와 수면장애 증상 위험도 크게 높았다.

6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공개한 ‘웹툰작가들의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과 불안정 노동수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작가 3명 중 1명은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조사는 민지희 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임의가 책임 연구원으로 최근 1년간 5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웹툰 전업작가 3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또 웹툰작가 노동조합, 한국만화가협회 등에 소속된 웹툰작가 15명과는 심층면접을 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웹툰작가의 28.7%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일반인의 우울증 진단 비율 2.4%에 비해 11.7배 높은 수치다. 28.3%는 수면장애 치료를, 17.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8.5%가 이를 계획했으며 4%는 직접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소득 역시 열악했다. 작가경력 평균 4년의 웹툰작가 중 41%가 월 소득 50만~100만 원 수준이었다. 50만 원 미만도 22.6%였다. 월 최대 소득은 200만~400만 원이 51.5%로 가장 많았고 600만 원 이상은 13%에 그쳤다.

1일 평균 노동시간은 9.9시간이었지만 마감 전날은 11.8시간으로 늘었다. 이는 마감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플랫폼이 한 회당 요구하는 컷수를 점점 늘리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0년 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1주 평균 45~50컷이었던 분량이 지금은 70컷으로 늘었다. 2년 만에 요구량이 30% 늘어난 수치다.

심층면접에서 웹툰작가들은 “일주일 중 4일을 밤늦게 작업하고 마감날과 하루 전날은 밤을 새는 편”이라며 “마감이 끝난 후 하루 종일 자고 다음날부터 똑같이 반복한다”고 전했다.

또 “하루에 70컷을 도저히 할 수 없다. 2년 정도 본인의 모든 영혼을 갈아넣는데 2년이 초과하면 더 이상 영혼이 남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도 웹툰작가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작가가 비난 댓글을 받은 경우 우울장애 진단 위험은 1.9배, 자살계획을 세울 위험 2.45배 높았다. 작품에 대해 비난을 받은 경우 불안장애 진단률은 4.09배, 수면장애증상은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마감을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부적절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면접조사에서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가 아닌데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치료약을 처방받아 먹는 경우나 자양강장제, 카페인 음료같은 각성음료를 섭취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분석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질환과 방광염, 위장질환과 안과질환의 발병률도 높았다.

연구팀은 권한을 가진 플랫폼이 과도한 업무량과 악성 댓글에서 작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 전임의는 “웹툰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플랫폼이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는 만큼 관리·감독도 충실히 해 달라는 것”이라며 “작가들이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지만 1~2년 연재 기간 동안 타 플랫폼과 계약할 수 없는 배타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작화(作畵)와 컷수 등 구체적인 업무 지시도 있어 종속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업무량을 줄이고 댓글 관리, 저작권 관리, 연재 기간 중 질병 치료와 휴식권을 보장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민 전임의는 “새로운 예술 장르의 장을 만들어낸 웹툰 플랫폼은 단순 게시판을 넘어 작품의 성공 여부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기획자·주최자로서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에 책임있게 개입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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