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된 직장인, 우울증 없어도 극단 선택할 위험 77% 증가
‘번아웃’된 직장인, 우울증 없어도 극단 선택할 위험 77% 증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0.23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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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종 교수팀 근로자 1만3천 명 대상 설문 조사
직무 부담 크고 비우호적 직장 분위기는 자살 위험 더 높여
픽사베이.
픽사베이.

직장인이 신체·정신적으로 소진되는 ‘번아웃’이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보건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번아웃이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으나, 보건의료 외의 다양한 직업에서도 번아웃이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선 규명된 바가 없었다.

이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직업군의 직장인들에서 번아웃과 자살 사고 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2020~2022년 사이에 직장인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제조, 금융, 서비스, 유통, 건설, 공공 행정 등 다양한 직역의 근로자 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자가 설문을 실시해 번아웃과 자살 사고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번아웃의 증상 중에서도 신체·정서적 탈진이 있는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이 있는 직장인에서는 자살 사고의 위험률이 36% ▲우울증이 없는 직장인에서도 자살 사고의 위험률이 77% 증가했다. 번아웃의 경우 우울증 여부와 관계없이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탈진 상태의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직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 자살 사고의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대종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성 증가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번아웃, 우울증 그리고 자살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대규모 단면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생산 가능 인구를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학술지 '공공보건 프런티어 저널(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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