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의집] “검찰에 송치됐다. 건물주는 보증금 반환 요구해도 없다고 한다. 피가 마르게 한다”
[한마음의집] “검찰에 송치됐다. 건물주는 보증금 반환 요구해도 없다고 한다. 피가 마르게 한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10.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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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가시설 운용이라며 부당하게 경찰에 고발된 한마음의집 최동표 원장
서대문보건소 박모 소장 부임 후 한마음의집 ‘타게팅’ 삼아 폐쇄하려 해
공동생활가정 5년 지내고 갈 곳 없으면 다시 정신병원행…모순의 고리 끊어야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정착, 지자체 책임…임대 얻어줬다고 ‘불법 운영’이라니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서대문보건소가 미인가시설을 운영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던 한마음의집 사건이 결국 검찰로 넘어갔다. 18일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은 “지난 12일 (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서대문보건소는 한마음의집 최 원장이 임의로 주택을 임대하고 정신장애인들에게 불법적으로 임차해 소득을 올렸다며 올해 1월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최 원장은 보건소 측이 자신을 표적 삼아 한마음의집을 폐쇄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련의 고발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 원장은 올해 중순경 서대문구의 다른 연립주택을 전세해 이주했다. 하지만 기존 한마음의집의 건물주가 대문 등 건물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리모델링비 7000여만 원을 요구하고 있어 2억 원의 전세금까지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인 한마음의집은 지난 2001년 서대문구 홍은동에 개소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정신재활시설의 한 유형으로 정신장애인이 입주해 최대 5년까지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5년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독립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족이 없고 지역사회에서 집을 구할 수 없는 정신장애인들은 공동생활가정에서 나오면 갈 곳이 없어 고시원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 이는 치료와 재활의 방치를 불러와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며 다시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로 재입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부유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지역사회 정착에 적극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 원장은 30대 중반인 1998년부터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돌봐왔다.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건 2020년 10월. 한마음의집 회원 3명이 동시에 퇴소를 하게 된 것이다. 갈 곳이 없는 이들은 최 원장에게 살 만한 주거 공간이 없는지 부탁했다. 당사자들의 가족들도 같은 요청을 해 왔다.

최 원장은 한마음의집 건물의 위층(2층)을 떠올렸다. 원래는 또다른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시설이 있었는데 그해 9월 퇴거해 공실로 남아 있어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1층은 한마음의집으로 계속 사용하고 2층을 사비로 5천만 원에 전세계약했다. 그리고 당사자 3명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한 달 사용료로 일 인당 60만 원씩 받는 조건이었다. 가족들도 모두 동의했다.

특히 한마음의집이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를 받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새로 만들어 1층을 거치지 않게 했다. 2층 당사자들은 1층 회원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2층 당사자들은 오전에 지역 재활시설과 낮병원 등에서 프로그램을 받고 오후에 귀가하는 등 1층과는 거의 접촉이 없이 생활했다.

서대문보건소가 한마음의집 최 원장을 겨냥한 건 2022년 11월 경이었다. 이 보건소는 한마음의집 2층이 ‘미인가시설’이라며 최 원장을 몰아세웠다. 보건소 측은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은 정신질환자 보호 시설 외의 장소에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소 후 갈 곳이 없는 당사자와 가족의 입장을 고려해 자신의 사비로 2층을 전세한 것이 불법이라는 게 보건소의 주장이었다. 이후 경찰에 최 원장을 고발했다.

서대문구보건소장 박모 씨는 2022년 10월 소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고강도로 한마음의집 감찰을 진행됐다. 부임 이전에 한마음의집 2층의 임대 계약은 특별한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박 소장 부임 후 보건소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일각에서는 박 소장이 한마음의집 운영을 못마땅해하면서 노골적으로 시설 폐쇄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음의집 풍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한마음의집 풍경.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박 소장은 올해 3월 서대문구의회 본회의 시정질의에서 “보건소가 조사권이 없어서 경찰에 고발하게 됐고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도점검을 더 철저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구대 김문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교수는 “정신질환자는 병원이나 정신재활시설에서 퇴소하더라도 지속적인 사례관리나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에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보호자와 정신질환자는 (2층 임차 과정에서)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임대 계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인가시설’이라는 보건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자가 자발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동료들과 함께 거주하는 것을 ‘불법 수용’으로 규정하고 제대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장애인의 기본권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건강복지법 제37조 제1항이 ‘국가는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거주 및 치료를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인용해 “5년으로 제한된 입소 기간 만료 후에는 주거 대안이 없어 정신병원 재입원해야 하는 어려움을 경험한다”며 “이 조항에 따르면 서대문구 역시 정신질환자 주거 지원에 대한 책임이 부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2018년 지원주택공급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정신질환자가 직접 임대차계약을 맺고 최소한의 전문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립적 생활을 시도하는 자립지원주택을 확대해 오고 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종합하면 서대문보건소가 정신건강복지법을 경직되게 해석하고 정신질환자 자립생활 지원을 불법수용으로 잘못 인지해 행정처분하고 경찰에 고발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한마음의집은 보건소 고발 조치 등이 겹치면서 올해 중순경 인근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한마음의집 건물 소유주가 건물의 원상 복구를 요구하며 전세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소유주 이모 씨는 2005년 5월 서대문구 지역개발 정책으로 진행된 담장 허물기 사업(그린 파킹)에 사업참여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주택 담장과 대문을 철거함으로써 더 많은 주차 구간과 보행자 안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서대문구청의 정책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최 원장이 전세금 반환을 요청하자 대문을 원상복구하라고 주장했다. 또 주택의 미장, 담장 복원 등 모두 5700만 원의 리모델링비도 함께 청구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법원에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소유주 이씨는 수도권에 배관 파이프 등을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로 자산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세금반환 요청 등 법정 다툼이 있던 지난 5월부터 서대문구에 241㎡(약 72평) 지상 5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건축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음의집 소유주인 이모 씨가 건설 중인 5층짜리 다세대주택. 마감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는 한마음의집 보증금 2억 원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한마음의집 소유주인 이모 씨가 건설 중인 5층짜리 다세대주택. 마감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는 한마음의집 보증금 2억 원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최 원장은 “전세금 반환을 요구해도 (이씨가) 돈이 없다고 한다”며 “피 말리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최 원장은 근 30년 동안 부유하는 삶을 사는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생활을 지원해 온 지역사회 정신보건 1세대 활동가이다. 서울시 정신재활시설협회장을 역임했고 정신장애인의 삶을 다룬 장편 영화 ‘한끗’, ‘옆집’, ‘청춘’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한끗’은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그가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정신장애인, 어린이, 청년, 장년, 노인 더불어 사는 곳. 저의 꿈입니다. 행복 공동체로 가는 길. 저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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