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22년부터 고등학교 수업에 정신질환 과정 포함...초등학교부터 교육 받아야
일본, 2022년부터 고등학교 수업에 정신질환 과정 포함...초등학교부터 교육 받아야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1.01.14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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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애기 위해 학교에서부터 정신질환 교육 이뤄져야"

일본의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모리노 타키코(森野 民子)라는 여성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제 아들은 조현병을 갖고 있습니다. 17세에 발병했습니다. 전 제 잘못된 교육 방법이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아들의 건강을 되찾을 방법을 찾고자 노력 했습니다.

보통 누군가의 아이가 아프면, 주변에서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내 아이는 백혈병입니다!”라고 공표하는 순간, 친구와 주위 사람들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줘”라며 지지하고 격려해 줍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조현병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도 눈치가 보입니다. 이웃이나 친구들에게도 아들의 병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습니다. 한번은, 아들의 학교 선생님에게 이 병과 증상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편견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없애려면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흡연, 암, 성 교육에 대해 가르치지만,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선생님들의 이해도 필요하고요, 2022년부터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정신질환에 대한 설명이 실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학교 이하 교육 과정에도 이 같은 교육은 필요합니다.

일본은 수많은 자녀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신질환에 대한 의무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우리 아이는 조현병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의 힘이 필요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 청원은 2021년 1월 12일 현재, 4만1155명이 동의 서명을 한 상태입니다.

이후 오오츠카 레이코라는 작가 겸 기자는 이 청원을 올린 모리노 타키코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야후 재팬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의 구체적 내용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리노 타키코의 아들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은 약 6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이 병은 일본에서도 100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병입니다. 모리노 타키코 씨는 간호사로 일해 왔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조현병 증상임을 알아채고,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녀는 처음에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받은 뒤 2년 동안은 거의 날마다 울음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직장에 갈 때까지 차 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고, 일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향하면,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다시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행복할 수 없다면, 나 자신도 절대로 행복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녀는 당시 자신의 마음속에도 질병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녀는 자책하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프다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 엄마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없었습니다. 무조건 나의 잘못으로 아들이 그런 병에 걸렸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아들의 발병에 대해 여러 가지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믿으며, 이러한 명확하지 않은 요인들이 겹쳐서 우연히 발병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배운 뒤에야, “우리 아이는 조현병이야”라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도 질병에 대해 공부 중인 모리노씨는 스트레스의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본래 만병의 근원으로서, 스트레스로 인해 누군가는 심장질환에 걸릴 수 있고, 위궤양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허리통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듯이, 내 아들은 뇌의 질병으로 연결될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리노 씨는 뇌의 질병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인이나 친구,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조현병이야”라는 말을 듣고 이해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발병률 통계를 감안하면 우리 주위에 조현병 환자가 적지 않을 텐데, 그들은 병에 대해 밝히지 못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왜 다른 사람에게 말 못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스스로 가진 편견 때문이라 여겼습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구나”, “아들의 정신력이 나약하기 때문일 거야”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도 말했습니다. 반면, 모든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이 병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사회의 편견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현병이 주위에 알려질까 두려워, 이사를 가거나 자녀의 학교를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만약, 한 지역에 오래 살면서, 이웃과 이 병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지 상상한다고 고백했습니다.

모리노씨는 사회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 같은 연령의 사람들도 편견이 있고, 고령으로 갈수록 그 편견은 더 심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아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정신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마음이 약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며, 빨리 병원에 가서 좋은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는 병이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모리노씨는 지금도 몇 명의 동료 활동가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에서도 2022년부터 보건 체육 수업에 정신질환을 배우는 과정이 포함되었습니다. 당사자 운동을 해온 ‘전국 정신보건복지연합회’에 따르면, 교과서에 정신질환에 대한 내용이 실린 것은 약 40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전국의 많은 단체가 “의무 교육에 정신질환을 가르쳐 달라”고 오랫동안 요구했기 때문에 이룬 성취였습니다.

전국 정신보건복지연합회의 사무국장 오바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현병의 발병 위험이 가장 큰 시기는 중학교 2학년 때입니다. 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으면, 사춘기의 문제로 오해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맙니다. 그래서 꼭 정신질환에 대한 의무교육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일본의 월간지 『月刊みんなねっと』 2015년 10월호에 따르면, 이미 호주와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전국적으로 학교 정신보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청원사이트 : www.change.org

기사 원문 : https://news.yahoo.co.jp/byline/otsukareiko/20201103-002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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