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연의 서평] 새로운 대안은 어쩌면 비판적인 관점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송승연의 서평] 새로운 대안은 어쩌면 비판적인 관점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 송승연
  • 승인 2021.01.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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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정신의학(샌드라 스타인가드, 장창현 역,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0)
비판정신의학(샌드라 스타인가드, 장창현 역,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0)
비판정신의학(샌드라 스타인가드, 장창현 역,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0)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비판’이라는 것은 언뜻 보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비난과 비판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즉 비판은 이유 없는 비난이 아닌, 현재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추구한다.

맑스의 좌우명은 '모든 것을 의심하라'(De omnibus dubitandum)였으며, 홍상수는 영화 속에서 “부정 없이 행복을 찾을 순 없다”고 외친다. 즉 비판으로부터 어떤 변화가 시작될 수 있으며, 더 나은 세계를 꿈꾸기 위해 ‘비판’은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현대의 정신의학은 1950년대 최초의 정신과 약물인 클로르프로마진이 탄생하면서 한 개인의 신체(e.g., 뇌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에 초점을 두는 생의료모델(biomedical model)이 지배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 특히 정신장애인 당사자 진영에서는 이에 대한 저항과 반발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가령 당사자이자 심리학자인 팻 디건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강제적이고 억압적인 관행들이 “영혼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간극이 존재하는 가운데, 서구사회에서는 60년대부터 다양한 대안을 추구하는 움직임들이 모색됐다. 가령 6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반정신의학 운동, 70년대 시작된 당사자운동(소위 소비자/생존자/이전환자(C/S/X) 운동으로 지칭) 등이 있으며 이는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광기학(Mad Studies)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서적, 논문, 영화, 다큐 등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와 관련된 자료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 볼 수 있다. 가령 1961년에 출판된 어빙 고프만의 ‘수용소’와 1960년에 나온 로널드 랭의 ‘분열된 자기’는 약 6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 뒤늦게 2018년에 한국에서 출판됐다.

이 외 역사학자 앤드루 스컬의 ‘광기와 문명’, 에드워드 쇼터의 ‘정신의학의 역사’ 등이 그나마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DSM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들(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만들어진 우울증 등), 정신의학과 신자유주의 결합에 대한 비판을 지적한 책들(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행복산업 등)을 제외하면 관련 자료는 많지 않다. 특히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 관련 자료는 더더욱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처럼 정신장애인, 정신건강 관련된 구도는 현저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의료모델을 탈피하여 다학제를 지향하는 ‘생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로 나아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bio-bio-bio model’은 더욱 견고하게 구축되어 가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0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비판정신의학(Critical Psychiatry)’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진지한 비판, 고민, 그리고 성찰이 담긴 이 책은, 어쩌면 이 불평등한 구도가 조금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DSM에 대한 비판정신의학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에게 부여되는 꼬리표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차별, 억압, 불이익 등을 제기했다. 가령 ‘홍길동’이라는 한 사람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자녀, 학생, 직장인 등 한 사람의 삶은 다양한 차원의 사회적 활동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을 받게 되는 순간, 홍길동이라는 한 사람의 고유성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한 명의 ‘조현병 환자’로 변모하게 된다. 여기서의 ‘정신과 진단’은 APA(미정신의학회)에서 제작하는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 ‘바이블’이 무조건적 진리를 자명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조금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보다 자세히 DSM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진행한다.

‘비판정신의학’이 기존의 DSM의 비판과 다른 차별성이 있는 것은 거시 단위, 외부 단위, 중간 단위, 미시 단위, 개인 단위로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시 단위 비판에서는 DSM이 지니고 있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대해 지적하며, 이 때 심리, 사회적 요인들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상당한 증거들을 무시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부 단위 비판에서는 DSM에 포함되거나 삭제되는 진단들의 기준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이는 DSM과 관련하여 빈번하게 제기되는 ‘과도한 의료화’ 현상과 관련이 있으며,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사례로 월경전불쾌감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 PMDD), 경도 신경인지장애(minor neurocognitive disorder) 등을 언급한다. 즉 전자는 성차별과 관련이 있으며, 후자는 노화의 자연스런 과정을 병리화하는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중간 단위 비판에서는 DSM에 들어가게 되는 진단명과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언급된다. 북미와 유럽의 당사자운동에서는 오래전부터 거대 제약회사(Big Pharma)와의 이해관계에 따른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즉, 진짜 적은 전문가가 아닌 막대한 자본과 연결되어 있는 ‘거대 제약회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서 명시된 몇 가지 사례들은 다소 충격적이다. 예를 들어 DSM-5에서 빈번히 제기되는 문제는 '진단명의 과도한 확대'이다. 책에서는 이런 흐름이 약물 판매에 대한 제약회사의 '독점권'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예를 들어 이전에 A라는 진단명에 효과가 있다는 어떤 약물이 승인되면 3년 간 독점권을 가지게 된다. 독점권이 만료되기 전 그 동일한 약물이 B라는 새로운 진단명에도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면 추가로 3년 동안 독점권이 연장될 수 있다. 이와 같이 2013년 특허 만료 예정이었던 심발타라는 약물도 새로운 진단명인 '사별 관련 우울증'에 대해 임상 시험을 통과하여, 릴리사의 최신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었고, 상상 이상의 막대한 매출을 기록했음이 책에서 예시로 나타난다.

즉, DSM-5의 새로운 진단들은 제약회사들이 블록버스터 약물에 대한 특허를 효과적으로 확장할 기회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149.p) 또한 이러한 임상실험과 관련된 연구에서 제약회사의 직원들이 연구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분석, 해석 등 논문의 전 과정에 참여했다는 증거들(152.p, 160-161.p)은 우리에게 DSM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미시 단위 비판에서는 DSM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다. 가령 주요우울장애, 주요불안장애 같은 진단명은 카파점수가 굉장히 낮게 나타났지만(즉 서로 다른 임상의들이 동일한 사람을 놓고 동일한 진단명을 내릴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 DSM-5 지도부는 이 카파 점수를 수용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 미정신의학저널은 이런 결과를 가진 논문을 게재하면서 DSM-5의 신뢰도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증하였다고 한다(117-118.p). 이러한 흥미로운 사례들은 DSM이라는 도구가 형성되는데 있어 어쩌면 굉장히 정치적인 역동들이 작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준다.

비판정신의학의 저자들은 이러한 DSM의 문제를 알고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당사자의 경험을 실제로 듣고, 그들의 삶과 관련된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데 도움이 되며, 그들의 낙인을 줄일 수 있는데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판정신의학은 DSM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영국심리학회에서 제시한 '힘, 위협, 의미 프레임워크(Power Threat Meaning Framework)'는 “현재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진단된 많은 행동과 반응을 보편적 인간 경험의 범위로 다시 통합시키는 비진단(non-diagnostic), 탈비난(non-blaming), 탈신화(de-mystifying)적 이야기의 구축”을 지지하려는 의도로 고안되었다고 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DSM과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특정 맥락에서 인지하는 위협, 힘에 부여되는 의미의 결과로 경험되는 고통 등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한다. (124-125.p)

정신과 약물과 비판정신의학

‘정신과 약물’은 늘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당사자운동 진영에서도 약물에 대한 확고한 답은 여전히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들, 약물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를 주었다는 사람들, 그리고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피해를 줄 때도 있다는 사람들 등으로 구성이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결같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약물 복용에 대한 무조건적인 ‘과도한 강압과 압력’이다. 책 ‘비판정신의학’에서도 중점적으로 약물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가령 책에서는 현재의 약물 처방 관행은 ‘질병 중심 모델’을 따르고 있지만, 이를 ‘약물 중심 모델’로 이동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질병 중심  모델은 ‘진단명과 증상’에 맞추어 약물을 처방하는 관행을 의미하고, ‘약물 중심 모델’은 ‘약물이 우리의 몸에 끼치는 효과’에 초점을 두어 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 의하면 이러한 약물 중심 접근은 “현재의 정신의학 지식과 진료행위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며, 정신과 의사들은 특정 상태에 대한 치료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약물유발 상태를 만드는 약을 제공(188.p)”하는 것으로 관점의 전환을 도모한다.

그렇다면 임상 현장에서 질병 중심 접근과 약물 중심 접근은 어떻게 다를까? 책에서는 하나의 예시가 언급된다. 가령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대해 질병 중심 접근에서는 약물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신병 현상을 양극성장애와 같은 새로운 정신병적 상태의 출현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진정작용이 있는 약물 치료 과정에서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면 이 문제를 추가적인 ADHD 진단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약물 중심 접근에서는 정신자극제 사용 중에 정신병이 나타나면 약물을 중단할 수 있으며, 진정제 복용 중에 집중력 저하가 관찰되면 진정제를 줄일 수 있다. 즉 약물중심 관점에서는 정신 증상이 새로이 나타날 때 이를 또 다른 정신질환이 드러났다고 보기보다는 먼저 사용하던 약물의 영향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208.p)

정신과 약물과 가장 밀접하면서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것은 바로 ‘재발’과 ‘처방 종결(단약)’의 개념들이다. 전자의 경우 “약을 중단하면 재발이 된다”라는 공식으로 존재하며, 이는 현재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비판정신의학은 여기에도 의문점을 던진다. 과연 정말 그럴까? 책 속에서 다양한 근거들이 제시되지만 그 중 여기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과민감도 정신병(supersensitivity psychosis)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는 약물 중단이 재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며, 오히려 항정신약물에 노출되어 생긴 뇌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과민감도 정신병과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접근을 해보는 것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또 다른 주요 이슈인 ‘처방 종결’은 굉장히 민감한 이슈이다. 비판정신의학의 저자들은 정신과 약물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존재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상황과 삶의 목표를 고려하여, 약물의 감소 혹은 중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SDM)을 통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처방 종결을 시행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방 종결이 치료의 중단이 아니라, 단순히 약물을 처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세밀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처방 종결은 환자의 과거 정신과 병력, 시점, 약물 종류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맞춤식으로 시도해야 하며, 처방중단 모든 과정에 있어 환자와 함께 상의해야 한다.”(240.p)고 강조한다.

즉 이 책에서의 처방 종결은 누군가 혼자만의 결정으로 단순하게 약을 일순간에 중단해버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사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미국 정신과 의사 피터 브레긴(Peter Breggin)의 주장과 유사하다. 브레긴은 과격한 반약물주의자로 인식되지만, 사실 그의 책을 보면 이것은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012년에 발행된 '정신과 약물 종결에 대하여: 임상의, 종사자, 환자, 가족을 위한 가이드(Psychiatric Drug Withdrawal: A Guide for Prescribers, Therapists, Patients and their Families)'를 보면 그는 약물 종결 과정을 강제적으로 이끌어가지 않는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가족과 같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당사자 주변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필요한 경우 심리치료, 가족치료 등의 개입을 병행하고, 약물 종결 과정에서도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어떤 약물부터 어떻게 줄여나갈지 함께 협의하여 결정하고, 감소하였다가 금단증상이나 수면의 어려움이 발생하면 다시 되돌아가고하는 작업들이 길게는 몇 년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은 어쩌면 한 편의 긴 예술 작업과도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이 이와 같이 정신과 약물에 대해 중점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 중심’인 실천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약물은 당사자의 삶과 밀접하며,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은 의학의 기본 원칙인 “무엇보다도 먼저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바로 “환자의 최선을 위하는 길이라면 섣불리 치료하지 않고,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현재의 치료를 멈추기도 하는 까다로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약물의 효과도 중요할 수 있지만, 사실은 따뜻하고 지지적인 환자-의사 관계가 치료에도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166-167.p)

우리는 당사자의 관점, 그들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책 ‘비판정신의학’은 무엇보다 당사자의 ‘삶의 질’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한국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령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가 서서히 성장하는 흐름, 그리고 2016년 이루어진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등 긍정적 변화가 있지만,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리고 그들의 권리는 얼마나 보장받고 있는 것일까?

결국,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의 주류적인 접근법을 ‘옳다/틀리다’의 이분법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판, 다양한 대안적인 관점과 접근법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관용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검은색 선글라스만 끼고 살아간다면 온 세상이 검은 색으로만 보일 뿐이다.

이 책은 마지막에 매드 프라이드, 신경다양성, 오픈다이알로그 등의 대안적 활동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과 진료의 과정에서 ‘대화’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목소리, 경험, 불만의 토로 등은 인식론적으로 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평가 절하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들은 ‘대화 중심 진료’를 통해 치료자들이 환자의 모든 신념을 존중해야 함을, 그들의 생각에 망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에 신중해야 함을, 인식론적 평등, 공정에 가치를 두어야 함을 강조한다.

책 ‘비판정신의학’은 진료실에 있는 임상의들을 주요한 독자로 가정하고 출판됐지만,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관련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에게도 많은 의미를 던져줄 것으로 사료된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 및 정신장애인 영역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의 경우 ‘정신의학’에 대한 주류 모델을 학습하게 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당사자운동 진영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의료 모델에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된다. 책 ‘비판정신의학’을 보면서 나 또한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판은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비판정신의학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사회복지사의 실천에도 중요한 자극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이와 더불어 정신건강과 정신장애인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 그 누구라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이 있지만 역자(장창현, 정신과전문의)가 중간 중간 꼼꼼하게 작성한 방대한 주석들은 당신이 비판정신의학의 세계를 여행하는데 있어 나침반의 역할을 할 것이다. 2021년 새해, 책 ‘비판정신의학’과 함께 힘찬 시작을 해보기를 권유드린다.

송승연 정신건강사회복지사 (c)마인드포스트
송승연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 (c)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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