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안 졸속 수정되나...정부 “의료계 입장 반영”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안 졸속 수정되나...정부 “의료계 입장 반영”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1.13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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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이격거리 1m 유지되면 1만3000명 퇴원시켜야” 우려
정신장애 인권 단체들 “시행규칙 즉각 이행해야”

정신과 병동에서 병상수를 줄이고 이격거리를 1.5미터 이상으로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이 수정될 기미가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중 의료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그들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수정안 마련을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정신장애 인권단체들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을 그대로 시행할 것을 요청하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기관들의 입장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정신의료기관 입원실 시설 및 규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정신의료기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내놓은 조치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입원실 당 병상 수를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줄이고 입원실 면적 기준을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했다. 또 침대 간 이격거리를 1.5m 이상 두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입원실에 화장실과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격리병실을 별도로 두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오는 3월 5일까지 달라진 시설 및 규격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3월 5일 이후 신규로 개설 허가를 신청하는 정신의료기관에는 이 기준을 즉시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기존 병원은 2022년 12월까지 기준 충족을 위한 유예기관을 뒀다. 이 기간 동안 ▲입원실당 최대 8병상 ▲병상 간 이격거리 1m는 지키도록 해 정신의료기관들이 당장 3월 이전에 시설 개보수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신의료기관협회 측은 “입원실 병상 수를 8병상 이하로 낮추는 것은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병상간 이격 거리를 1m 이상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협회 측은 “병상간 이격 거리를 1m 이상 유지하려면 전국 1만3000여 명의 입원환자에게 퇴원 조치를 해야하는 실정”이라며 “병상 수를 줄이는 것도 유예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설 기준에 맞추려면 각 병원에서 많게는 절반까지 병상 수를 줄여야 하는데 병상을 잃을 환자들을 위한 보호조치 또한 전무한 상황이라는 게 협회 측 의견이다.

협회 관계자는 “입원실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8병상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협조해 나가겠다”며 “다만 정부안대로 병상 간 이격 거리 1m를 확보하려면 병원별로 25%, 숫자로는 1만5000여 명의 환자를 사실상 강제퇴원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부에 해당 규정 적용의 유예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개정안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이대로라면 정신의료 체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정신의료기관들의 어려움과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 의료기관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신장애 인권 단체들은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되고 정신의료기관에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단체들은 최근 입장을 내고 “정신병원 이격거리 1.5m 확대, 병상 인원 수 6인 이하 시행규칙안을 즉각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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