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정신장애지원센터 등 12개 단체, “‘조현병’ 비하한 국민의힘은 정신장애인들에 사과해야”
송파정신장애지원센터 등 12개 단체, “‘조현병’ 비하한 국민의힘은 정신장애인들에 사과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2.05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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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인권 교육 실시하고 당사자에 사과” 요구
국민의힘 윤리강령에 인권 조항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
정치인 대상 장애인 인식 개선 가이드북 제작 필요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의 ‘집단적 조현병’ 발언에 대해 정신장애계 단체들이 비판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12개 정신장애·인권 단체들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국민의힘 소속 관련 의원들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은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은 공작 취급하고, 담당 공무원은 신내림이라 하고, 청와대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겁박을 한다”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단체들은 ‘정치권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조현병 당사자, 사회적 약자는 국회의원의 노리개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집단적 조현병’이라는 표현으로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는 발언을 한 사실에 분노한다”며 “국민의힘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비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정치권의 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발언해 정신장애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같은 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해찬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국민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말한다”고 발언해역시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2019년 9월에는 박인숙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향해 “정신병자”로 지칭했다가 <마인드포스트>를 비롯한 정신장애계의 비판을 받고 발언 이틀 후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이번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성명에서 불거져 나온 ‘조현병’ 병명은 여전히 정치인들이 정신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법제처는 장애인 인권단체들과 함께 장애인 비하 용어들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맹인은 시각장애인으로, 농아자는 청각 및 언어장애인으로, 정신병자는 정신질환자로 바꾼 게 대표적 예다.

또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은 벙어리장갑을 손모아장갑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논란의 발언을 일으킨 국민의힘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당의 윤리강령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2020년 2월 제정한 윤리강령에는 “인권을 보장하고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 “사회 구성원의 갈등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보호한다”는 등의 다수의 인권 옹호 구문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단체들은 “(윤리강령의) 첫 단락부터 ‘인권 보장’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며 “그렇다면 과거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일삼았던 당내 국회의원들은 인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정치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시돼 있는 윤리강령을 불이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신질환 비하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솔선해 정책 및 권고 조치는 못 할망정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조현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뉴스나 기사를 보며 10의 8은 ‘무서운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현병 당사자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약을 먹으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한지,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선 국회의원들조차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국민의힘 당내 윤리강령은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라며 “우리의 외침은 사회적 약자 혹은 소외 계층을 위한 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윤리강령 속 내용을 제대로 시행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은 “정치인들이 당사자를 대놓고 폄훼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명백히 잘못이며 당대표는 즉각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요구 조건으로 ▲국민의힘 당 내 장애와 정신질환 인식 개선 교육의 실시 ▲당대표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사과문 발표 ▲당대표의 즉각 면담 이행 ▲국회의원용 장애인식 개선 가이드북 제작 및 배포 등을 제시했다.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는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희망바라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협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마인드포스트이다.

이들 단체는 오는 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집단적 조현병’ 발언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02-40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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