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 발간...총리·복지부장관에 권고
인권위,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 발간...총리·복지부장관에 권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4.20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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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신의료기관 재원기간 176일...벨기에는 9.3일에 불과
비자의입원률 32%...퇴원 후 재입원률 27%
정신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 과중...취업률·소득 최저
인간 존엄에 기반한 자립의 보장...지역사회 사회권 강화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장애인의 인권 상황과 개선 방안을 담은 2021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를 20일 발간했다. 인권위는 이 보고서에 기초해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범정부적 정책을 수립해 이행할 것을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정신장애인 고용·주거 등 일상생활을 비롯해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과정, 치료 상황, 인식 수준, 재난 상황 인권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리한 인권 보고서다.

인권위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실태조사와 연구는 물론, 법률 전문가·정신과 전문의·사회복지 전문가·현장 실무자·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 광범위하게 의견을 청취했다.

보고서에 나온 정신장애인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는 분석이다. 정신장애인의 정신의료기관 평균 재원 기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장기화돼 있다는 지적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재원 기간은 176.4일로, 이는 벨기에(9.3일), 스웨덴(15.7일), 영국(35.2일), 스페인(56.4일)에 비해 지나치게 길다.

비자의 입원률 역시 32.1%로 높은 편이며, 퇴원 후 재입원하는 비율도 OECD국 평균 12.0%의 2배인 27.4%에 달했다.

정신장애인의 월 평균 가구소득은 180.4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361.7만 원, 장애인 가구 평균 242.1만 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용율 역시 15.7%에 그쳐 15개 장애 영역 중 4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대로 공공임대주택에서 사는 비율은 16.0%로 전체 장애유형 중 가장 높았다.

또 정신장애인 가족의 30%는 ‘가족을 돌봐야 해서 결혼하지 않았다’라고 응답해 정신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건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은 위험하거나 무능할 것이라는 편견과 그에 기반한 정신장애인의 자격증 취득 및 취업 제한 법률은 정신장애인의 자립의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수준이 모든 영역에서 향상돼야 한다고 판단해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해당 보고서는 정신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한 4대 기본 원칙과 7대 핵심 추진 과제, 27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한 4대 원칙은 ▲인간 존엄에 기반을 둔 자립과 자립의 보장 ▲국가의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존중·보장·실현 의무 ▲비차별과 사회통합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복지 서비스이다.

또 7개 핵심 추진 과제는 ▲지역사회 거주 정신장애인의 사회권 강화 ▲차별과 편견 없는 정신장애인 사회 통합 ▲탈원(시설)화를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 복지 체계 구축 ▲입·퇴원 절차 및 심사 제도 개편 ▲존엄성에 기반한 치료환경 마련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의사결정 제도의 개선 ▲재난 상황에 따른 정신장애인 지원 및 인권 보호다.

지난 2013년 OECD는 “정신의료기관 및 시설에 장기적으로 입원하는 치료 방식은 치료 효과가 높지 않으므로 입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의료 중심으로 정신보건 모델을 변경할 것”을 제언한 바 있다.

또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역시 “정신장애인의 자유 박탈 조치를 허용하는 현존 법령 조항을 폐지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우리 정부는 위 권고를 수용해 정신장애인과 관련된 국내 법률·제도·정책·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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